[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제 네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플레이스타일은 분명 변하고 있다. 후배 공격수 가브리엘 제주스와 유연하게 공존하며 함께 공격을 이끈다.

맨체스터시티는 ‘2017/2018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 초반 4경기에서 3승 1무를 거둬 선두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승점이 같은 2위에 올라 있다. 네 경기에서 10득점 2실점으로 좋은 기록을 남겼다.

득점은 공격진에 집중돼 있다. 제주스가 3골을 넣었고 아구에로, 라힘 스털링, 르로이 자네 등 2선 자원들이 골고루 2골씩 득점했다. 이들을 받치는 케빈 더브라위너, 다비드 실바는 아직 득점 없이 도움을 2개씩 기록하고 있다. 미드필더의 지원을 받아 공격진이 득점하는 이상적인 시스템이 아직까진 잘 작동하고 있다.

아구에로를 선발로 기용하는 건 주젭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일종의 도전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토털풋볼의 후계자답게 윙어가 있는 전술을 선호한다. 바르셀로나, 바이에른뮌헨을 거쳐 지난 시즌 맨시티에서도 공격은 늘 스리톱에 가까운 형태를 띠었다. 리오넬 메시를 ‘가짜 9번’으로 기용해 화제를 모았던 바르셀로나 시절에도 다비드 비야, 페드로 로드리게스, 알렉시스 산체스 등 윙어에 가까운 공격수를 최전방에 배치했다.

반면 이번 시즌엔 전형적 스트라이커인 아구에로, 브라질 대표팀 원톱인 제주스를 투톱으로 배치했다. 투톱을 쓰면 측면에 공격적인 윙어를 두기 어려워진다. 지금 맨시티의 전술적 플랜 A는 토털풋볼과 가장 먼 포메이션으로 알려져 있는 3-5-2다.

아구에로 역시 도전에 직면했다. 그동안 아구에로는 투톱 파트너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골을 노리는 역할이나 원톱 역할에 익숙한 선수였다. 늘 동료가 아구에로의 스타일에 맞춰 줬고, 아구에로 자신이 동료에게 맞춰주는 경우는 드물었다. 특히 2011년에 맨시티로 온 뒤 로베르토 만치니, 마누엘 펠레그리니 감독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았다.

펠레그리니 전 감독은 철저하게 선수에 맞춰 조합을 만드는 전술가다. 아구에로가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에딘 제코 등 파트너 공격수를 붙여 줬다. 제코는 공격의 중심이 아닌 아구에로 옆의 2인자 노릇을 하느라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아구에로는 펄펄 날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한 지난 시즌을 포함해 맨시티에서 6시즌 동안 4번 20골을 넘겼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는 위기도 있었다. 올해 1월 제주스가 영입되자마자 아구에로가 주전 자리를 빼앗겼다. 그 뒤로도 제주스의 부상, 투톱 가동 등 아구에로의 출장 기회는 많았지만 원톱을 쓸 땐 제주스가 분명 아구에로보다 중용받고 있었다.

제주스는 아구에로보다 훨씬 팀 플레이 능력이 뛰어난 공격수로 평가된다. 윙어나 섀도 스트라이커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으며, 간결한 볼 터치로 동료 공격자원들과 협동하는 플레이가 특기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취향은 명백히 아구에로보다 제주스에 가까웠다.

이번 시즌 투톱에 선 아구에로는 여러모로 달라졌다. 아직 4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팀 플레이를 상징하는 수치가 많이 높아졌다. 동료에게 도달한 크로스가 경기당 0.8회다. 대수롭지 않은 숫자처럼 보이지만, 아구에로는 지난 7시즌 동안 경기당 0.1에서 0.2회 정도의 크로스만 기록했다. 크로스를 아예 안 하는 선수에 가까웠다. 활동 반경이 중앙에 집중돼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아구에로는 측면과 중앙을 넘나들며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공격수로 변했다.

아구에로는 단독 드리블을 통해 어떻게든 슛으로 마무리하려는 성향도 많이 자제하고 있다. 경기당 슛 횟수는 맨시티에 온 뒤로 가장 낮은 2.3회다. 경기당 드리블도 지난 두 시즌보다 낮아진 경기당 1회 수준이다. 공을 비교적 간결하게 처리하게 되면서 공을 빼앗긴 횟수가 확 줄었다. 그동안 경기당 2~3회 수준이었던 ‘소유권 상실’ 기록이 경기당 1회로 떨어졌다.

패스의 횟수나 성공률은 그리 늘어나지 않았지만, 대신 ‘결정적 패스’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지난 시즌까지 경기당 평균 1회를 넘기기도 힘들었던 기록이 이번 시즌엔 경기당 2.3회다. 동료에게 스루 패스 등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려는 플레이의 비중을 높였다.

팀 플레이 측면에서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다. 아구에로와 제주스 투톱은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상대 진영 곳곳을 돌아다닌다. 그렇다해도 어느 정도 전방 압박이 필요한데, 아구에로의 수비 기록은 과거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현재까지 직접 공을 경합해 빼앗아온 횟수가 총 1회에 불과하고 가로채기는 아예 하지 못했다. 수비 기여도는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아구에로는 29세다. 뛰어난 신체능력을 유지하면서 정신적, 전술적으로 원숙해질 나이다. 시즌 초반 경기는 과거보다 노련해졌다. 지능적인 선수를 원하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축구에 부합할 준비가 됐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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