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K리그 챌린지는 2013년 탄생해 올해로 5년째다. 지난 4년간 한 시즌 10골 10도움을 기록한 선수는 출범 원년 광주FC 소속이었던 루시오(13-10)가 유일하다. 올해 두 번째 도전자가 있다. 8골 9도움으로 기록 달성에 성큼 다가선 정원진이다.

정원진은 9일 수원FC를 상대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1도움을 기록했다. 경기는 2-2 무승부로 끝났다. 승리는 놓쳤지만 경남은 여전히 2위 부산아이파크를 승점 8점차로 크게 앞선 단독 선두다. 선두 질주의 원동력으로 정원진의 활약이 꼽힌다.

정원진은 올해 경남에서 만개하기 시작한 선수다. 포항스틸러스 유소년팀, 영남대를 거쳐 지난해 포항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했다. 대학 무대 정상급 공격수로 인정받았던 것과 달리 포항 시절은 혹독했다. 스스로 “선수 생활 중 가장 힘들고 자신감이 떨어졌던 시기”라고 생각할 정도다.

경남으로 임대된 정원진은 측면과 중앙 2선을 가리지 않고 공격의 한 축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특히 전담 키커로서 직접 프리킥 득점, 코너킥 어시스트 등 위협적인 세트피스 옵션을 제공한다. 챌린지에서 가장 날카로운 오른발의 소유자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 8골 9도움에 도달했다. 세고 있나? 챌린지 사상 두 번째 10-10 클럽 가입도 가능할 것 같다.

내 골과 도움은 물론 세고 있다. 챌린지에 10-10을 달성한 선수가 한 명뿐인지는 지금 알았다. 원래 시즌 초 목표는 공격 포인트 10개였다. 하다보니까 목표를 벌써 달성해 버려서 20개로 늘렸다. 요즘 두 번째 목표를 향해 순조롭게 나가고 있다. 기왕이면 10-10도 하고 싶다. 욕심은 나지만 의식은 하지 않으려 한다. 자꾸 의식하면 플레이가 안 나올 것 같다. 지금처럼 열심히 팀 플레이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의식하면 진짜 안되는데.

 

- 경남 임대를 통해 프로 선수로 자리잡아가는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잘 안 한다. 대신 자신감이 있다. 내가 열심히 한 만큼 대가를 받아 왔다. 그런데 작년엔 나조차 나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올해는 동계훈련부터 자신이 붙었다. 그때부터 골, 도움이 많았기 때문에 잘 해낼 수 있을 거란 예감이 생겼다. 시즌을 치르면서 작년은 다 잊어버리고 새로 시작할 수 있었다. 감독님은 내가 원하는 축구를 하게 해 주신다.

 

- 오른발 킥이 특히 강하다.

내 장점을 하나만 말해야 한다면 킥이라고 하고 싶다. 중학교 대부터 ‘프리킥 기회가 생기면 전부 골 아니면 도움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다. 그래서 저녁마다 공을 들고 나가 수백 개씩 연습했다. 그러면서 나만의 감각이 생겼다. 공을 맞히는 부위, 공을 놓고 뒤로 물러나는 걸음 수, 공을 찰 때 힘을 주는 타이밍, 발이 올라가는 각도 등 내 자세가 만들어졌다. 그때부터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연습을 쉬지 않았다. 세트피스도 능력이 없으면 못 차는 건데, 그걸 발휘할 수 있게 해주신 감독님껜 감사드리고 있다. 책임감이 생겼다. 팀 훈련 끝나고 여건이 되면 숙소 들어가기 전에 꼭 킥을 연습한다.

 

- 김종부 감독이 능력을 끌어낸 대표적 선수로 정원진이 거론되곤 한다.

선수들의 개성을 존중해주시면서도 구체적인 것까지 지시하기보단 내버려두시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가끔 뜬금없는 포인트를 연습할 때가 있다. 그게 꼭 맞아떨어진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도 세트피스 훈련을 좀 많이 했고, 내가 킥을 어디 떨어뜨려야 하는지를 지시하셨다. 그대로 했더니 도움이 됐다. 추가시간엔 우리가 준비한 패턴도 하나 나왔는데, 내가 멀리서 킥을 하면 그걸 헤딩으로 문전에 다시 연결하는 패턴이었다. 국가대표팀도 했던 건데. 아깝게 결승골은 되지 않았다. 감독님 지시대로 잘 뛰면 1위를 잘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팀의 승격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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