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해리 케인이 토트넘홋스퍼 소속으로 100골을 달성했다. 북런던 라이벌 아스널의 전설적 공격수 티에리 앙리가 비교 대상으로 거론됐다. '토트넘의 앙리,' 곧 현역 전설이 되어 가는 중이다.

9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에 위치한 구디슨 파크에서 ‘2017/2018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4라운드에서 토트넘이 에버턴에 3-0 완승을 거뒀다. 손흥민은 후반 40분에 교체 투입됐다.

앞선 3경기 성적은 1승 1무 1패로 두 팀이 같았다. 에버턴이 홈에서 경기를 가졌고, 국가대표로 차출됐던 선수의 숫자가 더 적기 때문에 유리한 점이 많은 경기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경기력과 결정력 모두 토트넘의 숭리였다. 토트넘은 경기 초반부터 특유의 간결한 전개, 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빠른 전진 패스로 득점 기회를 만들어나갔다.

우세한 가운데서도 골이 터지 않던 토트넘은 케인의 골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뜻밖의 '슈터링'이었다. 전반 28분 해리 케인이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해 날린 크로스 패스가 골키퍼 키를 넘기는 절묘한 슛이 됐다. 케인의 경기 첫 슛이기도 했다.

토트넘은 전반 42분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골이 터지며 여유 있게 리드를 잡고 경기를 운영할 수 있었다. 무사 시소코의 헤딩 패스, 델레 알리의 크로스, 벤 데이비스의 차단당한 슛을 거쳐 에릭센이 밀어넣었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나온 득점이었다.

토트넘의 후반전은 케인의 두 번째 골을 통해 쉽게 풀렸다. 후반 1분 케인이 왼쪽으로 공을 내주고 문전으로 뛰어 들어갔다. 벤 데이비스의 크로스 방향과 케인의 쇄도 방향이 정확히 일치했다. 케인이 군더더기 없이 마무리했다. 깔끔한 골이었다.

케인의 경기 첫 골은 토트넘 소속으로 넣은 100번째 골이기도 했다. 케인은 11세 때부터 토트넘 유소년팀에서 성장했다. 16세에 일찌감치 1군으로 올라간 뒤 여러 차례 임대를 다녔다. 2부, 3부를 거치며 실전 경험을 쌓은 케인은 2013/2014시즌에 토트넘으로 복귀해 EPL 3골을 넣으며 본격적인 경력을 시작했다. 2014/2015시즌 21골을 몰아치며 일약 토트넘의 간판 스타 겸 잉글랜드 대표 공격수로 떠올랐다. 그 뒤로 시즌 25골, 29골로 3년째 성장세를 보였고 두 시즌 연속 득점왕을 차지했다.

나이는 24세에 불과하지만 이미 토트넘의 전설 반열에 오르기 직전이다. 케인은 EPL에서 80골, FA컵에서 5골, 리그컵에서 4골, 유럽대항전에서 12골을 넣어 토트넘 101골을 달성했다. 단 169경기 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이웃 아스널의 전설적 공격수 티에리 앙리는 100골을 넣는데 181경기가 걸렸다. 케인이 12경기 더 빠르다.

토트넘은 1부 우승이 두 차례뿐이다. 최근 3위, 2위 등 우승에 근접한 순위를 기록하며 세 번째 우승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리그를 대표하는 강호였던 1950, 1960년대에 이어 제2의 전성기에 근접했다. 케인이 그 중심에 있다. 아울러 잉글랜드 대표로 약 2년 반만에 21경기 10골을 넣으며 국제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늘려가고 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앞선 인터뷰에서 “케인은 세계 최고 공격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마 내가 이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지겨우실 것 같다. 케인도 지겨워한다. ‘매일 같은 말만 하시지 말고 다른 말 좀 하세요’라고 반응한다”고 말한 바 있다. 케인의 팀내 입지를 잘 보여주는 일화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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