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한국은 우여곡절 끝에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어쨌든 한국은 점점 평준화되어 가는 아시아에서 여전히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했고, 월드컵 9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예선에서 배울 건 배우고, 버릴 건 버려야 한다. 한국이 최종 예선에서 어떤 과정을 밟아 왔는지, 이에 대한 여론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정리했다. 

이번 최종예선은 역대 어느 예선보다 대표팀에 대한 비난이 거셌던 대회로 기억될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경기력이지만, 논란을 키운 말들도 있었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을 중심으로 온갖 이야기가 대중의 감정을 건드렸다. 가장 큰 화제가 됐던 발언들을 모았다.

 

“개선할 점을 많이 봤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2016년 9월 1일 최종예선 첫 경기 중국전에서 3-2로 승리한 직후. 세 골차로 앞서가다 후반에 두 골을 내리 실점해 동점 위기까지 몰렸던 경기다. 최종예선 내내 이어질 고난의 예고편과 같은 경기 내용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개선할 점을 많이 봤다며 앞으로 더 발전할 것처럼 이야기했다. 그러나 개선이 되지 않았다.

 

"아직 대표팀에 대한 많은 우려와 질책이 있는 것을 보니깐 이란에 가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슈틸리케 감독, 2016년 10월 7일 이란으로 출국하며. 사흘 전 카타르와 가진 홈 경기에서 3-2로 승리한 한국은 승점 3점에도 불구하고 경기력에 대한 비판을 받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비난 여론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말았다. 감독이 여론을 늘 의식하고 있다는 걸 드러내는 것 자체가 제 살 깎아먹기였다. 심리적으로 궁지에 몰렸다는 걸 보여주는 발언이기도 했다.

 

“세바스티안 소리아 같은 선수가 없어서 졌다.”

슈틸리케 감독, 2016년 10월 11일 이란전 직후. 카타르 주전 공격수 소리아를 거론했다. 손흥민은 거의 동시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우리도 좋은 선수가 많다고 생각한다”며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 현지에서 한 번, 입국 할 때 한 번 더 해명했다. 한국 공격수들이 소리아만 못하다는 뜻이 아니라 소리아의 몇몇 특징을 참고해야 한다는 말이었으며, 그럼에도 실수였다는 걸 인정하기도 했다. 이미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여론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동안 감독들만 책임져 왔는데, 이렇게 경기한다는 건 선수들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 거다. 다음 소집할 때까지 각자들 더 신경써야 한다.”

기성용, 3월 28일 시리아전 직후. 슈틸리케 감독이 더 궁지에 몰리고 있던 시점, 주장 기성용은 선수들에게 분발을 촉구했다. 이날 구자철 역시 동료 선수 중 안이한 자세로 최종예선에 임하는 선수가 있다면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했다.

 

“감독님의 거취가 어떻게 되든 남은 두 경기는 선수들이 헤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성용, 6월 14일 카타르에서 귀국하며. 한국은 카타르 원정에서 2-3으로 패배하고 돌아왔다. 이 경기를 끝으로 슈틸리케 감독이 퇴진했다. 감독 교체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던 기성용은 슈틸리케 감독을 감싸는 대신 남은 두 경기에서 선수들의 책임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과 나는 생각도 성격도 스타일도 다르다.”

신태용 감독, 7월 6일 국가대표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신 감독은 이날 전술적 쇄신, 손흥민의 전술적 활용, 무분별한 유망주 기용에 대한 경계, 짧은 소집 기간 안에 팀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 무조건 남은 두 경기를 승리하겠다는 각오 등을 밝혔다. 지금 돌아보면 자신의 다짐을 대부분 어긴 채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셈이다.

 

“잘못했습니다.”

김영권, 9월 1일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하며. 김영권은 하루 전 이란과 0-0으로 비긴 뒤 “관중들의 함성이 크다보니 선수끼리 소통하기 힘들었다”는 말로 대중의 집중적인 비난을 받았다. 승리하지 못한 이유를 팬들에게 돌리는 것처럼 들리는 발언이었다. 김영권은 “경기장 안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을 뿐이다. 6만 넘는 관중들께는 당연히 감사한다”고 해명한 뒤 직접적인 사과 발언까지 했다. 침울한 분위기로 우즈벡에 간 김영권은 역시 무승부를 거둬 본선에 진출한 뒤 눈물을 흘렸다.

 

“(기분이) 상당히 안 좋았죠.”

신태용 감독, 8일 뉴스 생방송에 출연해 가진 인터뷰에서.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이 한국 감독직을 원한다는 기사로 본선 진출 축하 분위기는 난장판이 됐다. 현 감독을 몰아내고 새 인물이 난데없이 감독직을 차지한다는 건 현실성이 없을 뿐 아니라 히딩크 감독이 직접 밝힌 의사인지도 확실치 않았다. 이런 사정이 밝혀지기까지 일부 여론은 당장 감독을 바꿔야 한다는 강한 주장을 폈다. 신 감독은 본선 진출을 확정하고 귀국한 당일 가진 인터뷰에서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정리= 김정용 기자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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