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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S] 최종예선 결산 | ① 한국 축구, 왜 희망 아닌 불신을 만들었나
류청 | 승인 2017.09.10 06:30

[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한국은 우여곡절 끝에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어쨌든 한국은 점점 평준화되어 가는 아시아에서 여전히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했고, 월드컵 9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예선에서 배울 건 배우고, 버릴 건 버려야 한다. 한국이 최종 예선에서 어떤 과정을 밟아 왔는지, 이에 대한 여론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정리했다. 

한국은 최종예선 10경기 동안 지니고 있던 어두운 면을 모두 보였다.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성적만 좋지 않았던 게 아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딴 이후에 맥락도 없는 '히딩크 재부임'이 힘을 얻을 정도로 많은 문제를 보였다. 성적과 경기력이 비난을 불렀지만, 다른 문제점이 불거지지 않았다면 이렇게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화려하지만 알맹이+간절함 없는 팀 
대표팀이 비난 받은 가장 큰 이유는 경기력이다. 상대를 압도해 이긴 경기가 단 한 경기도 없다. 기성용, 손흥민, 구자철, 황희찬 등 유럽파 10명 정도가 뛰었으나 내전 중인 시리아나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던 중국도 부수지 못했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 시리아를 제외하곤 모든 팀에 패했다. 원정에서는 단 1승도 하지 못했고, 실점은 카타르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한국은 화려하지만 실속이 없었다. 손흥민도 8경기를 뛰며 1골을 넣었을 뿐이다. 2골을 넣은 기성용과 구자철이 팀 최다득점자다. 중국슈퍼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중국화'됐다며 가장 큰 비난을 받았지만, 원성을 피할 선수는 많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간절함도 없었다. 팬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부분이다. 팬들이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신뢰를 되찾으려 투지 넘치는 경기를 한 대표팀에 다시 박수를 보냈었다. 최종예선에서는 다시 이 간절함을 볼 수 없었다. 주장 기성용이 이례적으로 선수들 정신력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 부분은 마지막까지 나아지지 않았다. 경기력에 불만을 드러내자 잔디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경쟁 사라진 자리에 자란 불신  
슈틸리케 전 감독은 팀 내 경쟁을 없애며 무너졌다. 슈틸리케는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그 전까지 중용되지 않았던 이정협과 박주호 등을 쓰며 좋은 성적을 냈다. 팬들은 경기력보다 새로운 물결에 환호했다. 슈틸리케는 이후 K리그 경기장을 계속해서 찾으며 "역시 다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2차 예선에서 무실점 전승을 거둘때까지는 그랬다. 슈틸리케는 경쟁과 동의어였다. 

최종예선에 돌입하자 슈틸리케는 달라졌다. 1.2차전을 치를 엔트리를 20명으로 꾸렸다. 다른 나라는 더 많이 뽑는데 우리는 더 줄였다. "뛰지 못하는 선수를 배려하기 위해서"라는 이유였다. 경쟁 부재를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그는 이후 선발하던 선수만 뽑았다. 최종예선 10경기를 모두 뛴 장현수가 계속해서 다른 포지션에 섰던 게 그 증거다. 기존 선수만 뽑고도 수비진이 매번 달라지는 일이 벌어졌다. 슈틸리케도 "똑같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영웅 시대'를 사는 협회
슈틸리케 전 감독은 최종예선 무대에서 빠르게 바닥을 보였다. 흐름이 좋지 않기도 했지만,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능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다. 슈틸리케를 도울 코칭스태프가 없었다. 축구는 이미 고도로 전문화 됐다. 슈틸리케는 수석코치로 왔다가 피지컬코치가 된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와만 유일하게 10경기를 함께 했다. 신태용은 올림픽대표팀과 U-20대표팀 감독으로 불려다녔고, 박건하 코치는 서울이랜드 감독으로 갔다. 

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가 가장 큰 문제다. 대표팀 코치를 다른 곳에 쓰는 것도 문제지만, 자리가 난 곳에 대체자를 넣지 않은 게 더 문제다. 협회는 대표팀 코칭스태프를 충원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슈틸리케 감독이 가족같은 분위기를 좋아한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협회는 경기력과 내부 문제가 불거지자 스타플레이어 출신 차두리와 설기현을 코칭스태프에 넣었다. 이 선임도 문제가 됐다. 자격 문제와 경험 부족이 지적됐다. 결국 지난 4월 정해성 중앙고등학교 감독을 수석코치로 선임하기까지 했다. 

협회 인식은 '2002 한일 월드컵'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2002년에 머물러 있다. 감독을 잘 뽑고 코치는 유명하면 된다는 '영웅론'이다. 세계적인 명장들은 자신이 꾸린 팀과 함께 일한다. 어떤 인물인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이들과 일하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다. 협회는 그 부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돈이 문제"라며 변명만 늘어 놓는다. 이런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대표팀 발전은 없다. 

협회 인식은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길에도 여전하다. 신태용 감독은 코치 경험이 거의 없는 김남일, 차두리 코치를 선택했고, 협회는 이를 승인했다.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려면 지금이라도 바꿔야 한다. 코칭스태프는 그대로 두더라도 분석과 전술 등 분야에서 좋은 능력을 지닌 이들을 보강해야 한다. 인물이 아닌 시스템을 갖춰 일하지 못하면, 위기는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  

 

글= 류청 기자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류청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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