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의 별명은 ‘우량아’지만, 대표팀에선 ‘노안’ 유머의 희생양이었다.

김민재는 최근 진행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막판 두 경기 모두 선발 출장해 두 차례 무실점에 기여했다. 신태용 감독은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선수에게 과감하게 주전 자리를 줬고, 김민재가 여기 충실히 기여했다. 대표팀 재발탁은 물론 앞으로 주전 자리까지 맡아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소속팀 전북현대 복귀 후 훈련을 위해 휴식을 취하고 있던 김민재와 8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대표팀 막내로서

김민재의 별명은 우량아, 또는 자이언트 베이비다. 앳된 얼굴과 거대한 덩치의 부조화가 묘한 매력을 자아낸다고 붙은 별명이다. 그런데 처음 들어간 A대표팀 선배들은 김민재가 동안이라는 걸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오히려 아저씨같이 생겼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김민재는 형들의 악의 없는 농담을 유연하게 잘 받아내면서 팀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었다. 한국식 ‘막내 역할’의 일환이었다.

“네, 제가 22살 막내였죠. 그런데 형들은 다 알면서도 못 믿겠다고 하더라고요. 제 얼굴로 어떻게 스물 두살이냐고, 거짓말 치지 말라고 했어요. 근데 제 별명이 자이언트 베이비, 우량아잖아요. 동안이라는 건데. 그런 이야기를 해 주면 어떤 형들은 ‘그래 네가 늙어보이는 건 덩치 때문일 뿐이야’라고 납득해 줘요. 반면 끝까지 ‘네 별명 괴물이잖아. 그거 얼굴이 괴물이라는 거야’라고 놀리는 형도 계셨어요. 네? 누구냐고요? 그건 말씀드리기가 좀. 사실 중학교 때부터 제가 약간, 아주 약간 늙어보인 건 사실이에요. 근데 아시죠? 이런 얼굴이 마흔 살까지 쭉 간다는 거. 그땐 제가 진짜 동안이라는 거 알아두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제 얼굴이 별로라는 건 인정합니다. 문제는 희찬이인데, 둘이 있으면 서로 못생겼다고 놀리는 사이거든요. 전 인정합니다. 희찬이가 인정을 안 해요. 자기가 잘 생긴 줄 아는데 그게 정말 심각해요. 그 생각 좀 바로잡아주시겠어요?”

 

막내를 떠나 대표팀 주전에 도전하는 수비수로서

나이는 막내급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팀내 경쟁에서 특별대우를 받는 건 아니다. 다른 나라에선 22세 정도 되면 프로 4, 5년차인 선수도 많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21, 22세가 뭐가 어리냐. 다 성인이다”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신 감독도 대표팀에서 김민재를 아직 미숙한 막내가 아니라 어엿한 팀의 일원으로 대우했다. 그러다보니 “영권이가 민재를 리드할 줄 알았는데, 거꾸로 민재가 영권이를 리드하더라”라는 발언도 나왔다.

“영권이 형이 제게 많은 말을 해 주시면서 도와주신 건 사실이에요. 그러면서 같이 뛰다보면 저도 도와드릴 일이 생겼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죠. 현수 형도 마찬가지였고요. 감독님 말씀은 그냥 절 좋게 봐주신 거라고 받아들이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대표팀에서 경쟁해야죠. 계속 뽑히고 싶고, 뽑히기만 한다면 계속 희생하고 제 역할을 다 하며 자리 잡고 싶어요. 월드컵 진출에 성공했다고 안심할 수는 없잖아요.”

김민재는 신 감독의 지도 방침에 적응하기 편했다고 말했다. 전술적인 요구는 전북에서와 비슷했고, 신 감독 특유의 ‘형님 리더십’은 막내에게도 발언권을 줄 정도로 편한 분위기를 조성해 줬다. 김민재는 신 감독과 코칭 스태프에게 감사를 돌리는 한편 본선 진출이 확정되자마자 불거진 거스 히딩크 감독 부임설에 대해 조심스런 한 마디를 덧붙였다.

“저 개인에게 요구하시는 건 최강희 감독님과 신태용 감독님이 비슷하셨어요. 대표팀에선 더 자세한 분석, 잦은 미팅이 있었죠. 상대 공격수 비디오를 많이 보여줬어요. 특히 이란 공격진이 빠르다는 걸 충분히 숙지하고 각 선수의 특징도 공부했기 때문에 무실점으로 막을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몇 번 공격수가 어떤 스타일이니 어떻게 막으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해 주셨어요. 조직적인 수비도 충분히 연마할 수 있었고요. 이기지 못했으니 팬들껜 죄송스런 마음도 있지만, 실점이 많던 팀을 무실점으로 만든 건 그만큼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이었어요. 히딩크 감독님 이야기를 우즈베키스탄에서 들었을 땐 좀 의외였던 게 사실이에요.”

성장하는 수비수로서

김민재의 적극적이고 과감한 수비 스타일은 전북에서나 대표팀에서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도 약간은 안정감이 나아진 상태였다. 올해 처음 프로에 발을 들인 김민재는 K리그에서 한 경기에 한두 번씩 위험한 플레이로 위기를 자초하는 단점이 있었다. 페널티킥도 내줬다. 반면 대표팀에선 반칙을 줄이고 더 안정적인 수비를 했다. 김민재의 말에서 한층 성장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프로 와서 리그 경기를 많이 뛰면서 제가 페널티킥을 몇 번 내줬죠. 그게 우리 전북엔 독이 됐지만, 제겐 경험이 됐어요. 이젠 페널티 박스 안이나 위험한 지역에선 함부로 상대 공격수에게 덤비지 않고 발만 톡톡 내밀면서 슈팅만 견제하는 수비도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대표팀에선 덜 위험하게 수비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전북에서도 그렇게 할 거고요.”

지난 반년 동안 성장한 것처럼, 월드컵 본선이 열리는 내년 6월까지 9개월의 성장 기간이 더 남아 있다. 김민재는 지금 모습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월드컵에 가고 싶다는 각오를 이야기했다. 아직 프로 1년차인 김민재는 완성된 선수가 아니다.

“더 성장할 자신이 있는 건 아니고, 성장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는 걸로 봐 주세요. 올해 전북과 함께 우승하는 경험을 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내년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도 나갈 수 있잖아요. 그럼 전북 경기에서도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선수들을 상대해볼 수 있을 테니까 더 경험이 쌓일 거라고 생각해요. 포돌스키나 헐크, 오스카 같은 선수도 만나볼 수 있으니까요. 더 나아져서 월드컵까지 가고 싶어요.”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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