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1부 리그를 '4대 빅리그'라고 부른다. 2018년부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4팀이 직행하는 4개 리그 중 이탈리아 세리에A만 국내 중계가 없다. 매력적인 이야기가 많지만, 주목도는 떨어진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프란체스코 토티는 AS로마 후배들의 답답한 공격을 근심 어린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2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베르가모에 위치한 스타디오 알레티 아주리 디탈리아에서 ‘2017/2018 이탈리아세리에A’ 1라운드를 치른 로마가 아탈란타를 1-0으로 꺾었다. 개막전 승자는 로마였지만 내용을 보면 웃기 힘든 면이 더 많았던 경기였다.

로마는 어려운 승리를 거뒀다. 전반 31분 선제결승골의 주인공은 세리에A로 돌아온 알렉산다르 콜라로프였다. 콜라로프는 수비벽이 점프할 때 아래에 생긴 틈을 노려 낮고 빠른 왼발 프리킥을 날렸고, 공이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콜라로프는 로마의 지역 라이벌인 라치오, 잉글랜드 강호 맨체스터시티를 거쳐 이번 시즌 합류한 베테랑 레프트백이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로마는 효과적인 공격을 하지 못했다. 로마는 에우세비오 디프란체스코 신임 감독이 선호하는 4-3-3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다. 공격적인 전형이었다. 그러나 공격력을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

슈팅 횟수에서 아탈란타가 16개를 기록, 6개에 그친 로마를 오히려 압도했다. 아탈란타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선수 유출이 심한 팀이다. 지난 시즌 5위 돌풍의 주역이었던 프랑크 케시에와 안드레아 콘티가 AC밀란으로, 미드필더 로베르토 갈리아르디니는 올해 1월 일찌감치 인테르밀란으로 이적했다.

그러나 아탈란타의 가장 중요한 선수는 파푸 고메스였다. 단신 섀도 스트라이커로서 수비 가담, 공의 운반, 마무리 슛까지 모두 담당하는 고메스는 이날도 득점만 빼고 모든 플레이를 했다. 3-4-1-2 혹은 3-4-2-1인 포메이션도 지난 시즌 그대로였다.

아탈란타와 로마는 미드필드에서부터 치열하게 부딪쳤다. 선수들의 실력으로 보면 로마가 압도적으로 뛰어났지만, 조직력은 아탈란타가 훨씬 위였다. 로마의 케빈 스트로트만, 다니엘레 데로시, 라자 나잉골란은 각각 따로 활약했다. 협력 플레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미드필드를 거쳐 가는 공격이 잘 되지 않은 로마는 전방으로 롱 패스를 날려 활로를 모색하려 했으나 에딘 제코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큰 효과가 없었다.

로마는 좌우 윙어였던 디에고 페로티, 그리고리오 데프렐을 모두 빼고 스테판 엘샤라위, 로렌초 펠레그리니를 투입해 봤다. 역시 효과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아탈란타의 교체 선수 조십 일리치치가 골대를 맞히며 동점을 만들뻔 했다.

이번 시즌은 토티 은퇴 후 첫 시즌이다. 토티는 20여 년간 로마의 창조적인 플레이를 혼자 힘으로 책임지고 있다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 구단 경영진에 합류했다. ‘포스트 토티 시대’를 맞은 첫 경기는 기대 이하였다.

로마는 패스 전개가 너무 느렸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창조성도 없었다. 둘 다 토티가 담당하던 플레이들이다. 토티는 후보로 밀린 지난 시즌에도 교체 출장할 때마다 결정적인 패스를 한두 개씩 날려주곤 했다. 토티가 없는 로마 미드필더와 윙어 중 누구도 확실한 공격 루트를 제공하지 못했다. 벌써 토티의 공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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