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김완주 인턴기자= 경기 시작부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김학범 광주FC 감독은 일어선 채 경기장을 주시했다. 양손에는 메모지와 볼펜이 들려있었다.

19일 광주는 전라북도 전주의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한 ‘KEB 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2017’ 27라운드 경기에서 전북현대에 1-3으로 패배했다. 김학범 감독이 약 1년 만에 K리그로 복귀해 주목 받은 경기였다.

김 감독은 지난 16일 자진 사퇴한 남기일 감독의 뒤를 이어 광주에 부임했다. 지난 해 9월 성남FC 감독에서 물러난 지 1년이 못 돼 현장으로 돌아왔다. 감독으로 부임하고 사흘 만에 갖는 경기라 김 감독에게는 어려움이 많았다. 경기에 앞서 김 감독은 “선수들 파악할 시간이 없었다. (기존 코치들도 다 떠났는데) 혼자서 어떻게 하겠나”라고 툴툴거렸다.

김 감독은 광주가 주로 쓰던 포백 기반 전형 대신 3-4-3을 들고 나왔다. “광주가 기존에 사용하던 틀에 시스템만 3-4-3으로 바꿔 나왔다”며 전술 변화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중앙수비로 출전하던 박동진을 미드필더 자리로 올리며 선수 역할에도 변화를 시도했다. 김 감독은 “첫 경기부터 너무 많이 실점하면 안되니까 스리백으로 나왔다”며 “오늘 경기에선 선수들을 파악하는 데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광주는 수비에 집중하면서 역습 위주로 공격을 전개했다. 전북이 초반부터 공격을 퍼부었지만 광주 수비진은 몸을 날리며 공을 막아냈다. 전반 30분 전북의 김민재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역습에 집중해 10분 만에 동점골을 넣었다. 김민혁의 스루패스를 받은 나상호의 마무리였다.

전반을 1-1로 마친 광주는 후반 시작과 함께 공격수 송승민을 빼고 미드필더 김정현을 투입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26경기에 모두 출전한 송승민에 대해 “피로가 누적돼 움직임이 둔해졌다”고 말했다.

공격수를 빼고 미드필더를 추가한 데는 전술적인 이유도 있었다. 광주는 전반 내내 전북보다 중앙 미드필더 숫자가 한 명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다. 커버 플레이가 원활하지 않았고, 흐르는 공을 따내지 못했다. 김정현의 투입은 중원에서 대등한 숫자 싸움을 하기 위한 김 감독의 전술적 선택이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후반 5분 장윤호를 대신해 이동국을 투입하며 공격 숫자를 늘렸다. 전북의 미드필더 숫자가 줄어들자 광주도 김민혁 대신 맥긴을 투입하며 다시 3-4-3 포메이션으로 돌아갔다. 김학범 감독은 부담 없이 경기에 나선다고 밝혔지만, 여러 차례 전술적인 변화를 주면서 적극적으로 전북을 상대했다.

김정현의 퇴장과 전북의 추가골로 1-3 패배를 당하긴 했지만, 김학범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하려고는 한다”며 선수들의 자세를 칭찬했다. “전술적으로 문제점을 많이 발견했다. 휴식기동안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클래식에서 살아남느냐를 가를 관건이다”라고 말한 만큼 선수들이 계속 노력하는 자세로 김 감독식 축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김 감독은 이 경기에서 선수 파악를 하고 보완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휴식기동안 김 감독은 광주에 자신의 색을 입히는 작업을 한다. 첫 경기에서 전북 같은 강팀을 만난 것이 다행일 수도 있다. “훈련을 통해서 움직임에 대한 주입을 시작해야 한다”고 향후 계획을 밝힌 김 감독은 “다음엔 더 좋은 경기를 보여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원FC와 성남FC를 강등위기에서 건져냈던 ‘승부사’ 김학범 감독의 ‘광주 살리기 프로젝트’는 A매치 휴식기 이후 그 실체를 알 수 있다. 전북전을 통해 개선 작업이 시작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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