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김정용 기자=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과 김학범 광주FC 신임 감독은 올해 첫 맞대결부터 시원한 입담, 화끈한 전술로 맞붙었다.

19일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7라운드에서 전북이 광주에 3-1로 승리했다. 이 경기는 광주가 남기일 전 감독과 결별하고 김 감독을 새로 선임한 뒤 가진 첫 경기였다. 김 감독은 지난해 9월 성남FC를 떠난 뒤 일년이 채 못 돼 K리그로 돌아왔다.

‘한국의 알렉스 퍼거슨’으로 불리는 두 감독의 올해 첫 대결이었다. 최 감독은 한 팀을 직접 정상권으로 끌어올려 장기집권하고 있는 경력과 카리스마 측면에서 퍼거슨 전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감독과 가장 비슷한 국내 감독이다. 최근 ‘가난한 자들의 명장’으로 활약 중인 김 감독의 경력은 퍼거슨과 차이점이 더 많다. 그러나 10년 전 성남일화(현 성남FC) 감독 시절 지도력이 뛰어나다는 뜻으로 명장의 대명사인 퍼거슨 감독의 이름을 빌려 ‘학범슨’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여전히 이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K리그 두 ‘형님’의 재회이기도 했다. 공식적으로 최 감독이 58세, 김 감독이 57세로 한 살 터울에 불과하다. 최 감독의 까마득한 후배 사령탑이 대부분인 요즘 K리그에서 스스럼없이 ‘디스 배틀’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감독이기도 하다. 과거 합동 기자회견에서도 최 감독이 김 감독을 공격할 때 가장 재미있는 구도가 펼쳐지는 경우가 많았다.

김 감독은 K리그 복귀 첫 경기부터 최 감독을 만나 재미있는 구도를 형성했다. 경기 전 김 감독은 기자들을 만나 “비슷한 연배가 한 명 들어와서 최강희 감독이 심심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 감독은 김 감독이 부담 없이 경기에 임한다는 말에 “그런 척 하는 거다”라고 받아쳤다. 두 사람 모두 웃고 있었다.

 

광주 실리축구와 과감한 선수 기용, 전반 동점골 성공

김 감독은 복귀 첫 경기부터 자신의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스리백을 토대로 파이브백에 가까운 철저한 수비를 하면서 역습 위주로 공격을 진행하는 실리 축구였다. 남기일 전임 감독도 전북을 만날 땐 종종 스리백을 썼지만, 더 철저하게 역습 위주의 축구를 한다는 점이 달랐다. 김 감독의 ‘생존 축구’가 첫 경기부터 광주의 새로운 스타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반면 전북은 평소처럼 경기에 임했다. 6명이나 선발된 국가대표 멤버 중 4명이 선발로 투입되고, 공격수 김신욱과 이동국은 에두에 밀려 벤치에 앉았다. 국가대표급 전북 선수단의 위용이 잘 드러난 멤버였다. 초반부터 전북은 맹공을 시도했고, 광주는 묵묵히 공격을 받아내며 실점만 피하는 한편 빠른 속공으로 역습했다. 슛의 숫자는 전북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결정적인 기회는 광주도 만들어내고 있었다.

경기 양상에 걸맞게 두 팀은 한 골씩 주고받으며 전반을 마쳤다. 전반 30분 세트피스 이후 혼전 상황에서 이승기의 슛이 막혔고, 흘러나온 공을 김민재가 재빨리 왼발로 밀어넣었다. 김민재의 프로 2호골이다. 이때부터 적극적으로 반격한 광주는 10분 만에 동점을 만들었다. 김민혁의 멋진 스루패스를 받은 나상호가 전력질주하는 가운데서도 골대 구석으로 정확히 밀어 넣는 멋진 슛으로 프로 데뷔골을 터뜨렸다. 신인 나상호는 김 감독이 부임하자마자 프로 첫 선발 출장 경기에서 데뷔골을 터뜨렸다.

 

치열한 두뇌 싸움, 승부는 벤치의 클래스에서 갈렸다

두 감독은 설전만 벌인 게 아니라 두뇌싸움도 치열하게 전개했다. 후반 32분 양 팀이 모든 교체 카드를 다 쓸 정도로 전술 변화에 적극적이었다. 전반전에 미드필더 숫자가 한 명 밀렸던 광주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공격을 줄이고 미드필더를 보강했다. 전북이 미드필더를 줄이고 공격을 늘리자, 광주도 똑같은 조치를 취하며 균형을 맞췄다. 후반전에도 전북의 더 많은 슛을 날리는 가운데 광주가 종종 인상적인 역습을 하는 양상이 반복됐다.

그러나 교체를 할수록 점점 강해지는 쪽은 전북이었다. 김 감독이 경기 전 “저쪽 벤치 멤버 좀 봐라”라고 말한 그대로였다. 전북은 후반에 이동국, 한교원, 김신욱을 차례로 투입했다. 광주가 투입한 김정현, 맥긴, 조주영도 팀 내에선 가치 있는 선수지만 무게감에서 차이가 났다.

결국 교체 멤버의 활약으로 경기가 기울기 시작했다. 후반 22분 이재성의 땅볼 크로스를 문전에서 몸을 날린 이승기가 마무리했다. 기록에 남은 선수는 둘 다 선발 멤버지만, 공격 전개 과정에는 이동국과 한교원도 기여했다. 이동국이 오른쪽으로, 에두가 왼쪽으로, 이재성이 다시 오른쪽으로 패스하며 계속 지그재그로 방향을 바꿔 광주를 흔들었다. 마지막 순간 이승기 옆에서 한교원도 몸을 날리고 있었다. 멋진 팀 플레이였다.

후반 추가시간 광주의 김정현이 전북 수비수 김진수를 밟아 퇴장당하며 경기가 어수선해졌을 때, 전북이 쐐기골을 넣으며 추격 가능성을 없애 버렸다. 속공 상황에서 이동국이 수비수 두 명을 끌어들여 볼 키핑을 한 다음 뒤따라 쇄도한 김신욱에게 예술적인 패스를 건넸다. 김신욱이 쐐기골로 마무리했다. 국가대표팀 합류 직전에 이동국은 도움을, 김신욱은 득점을 기록하며 기분 좋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전북이 슛 28회 중 유효슛 18회, 광주가 슛 12회 중 유효슛 9회를 기록할 정도로 두 팀 모두 공격이 강했고 집중력도 높은 경기였다. 결과는 두 팀의 전력차대로였지만 거기까지 오는 과정은 두 명장의 재회답게 박진감이 충분했다.

 

다시 시작하는 광주, 클래식 100승 전북

경기 전 가벼운 마음으로 나왔다고 말했던 김 감독은 패배 후에도 선수들의 자세를 먼저 칭찬했다. 전술적으로 보완할 것이 많다고 했지만, 그보다 젊은 선수들의 의지를 확인한 것이 긍정적이었다. “선수들이 열심히 안 하면 문제인데 열심히 하려고 한다. 어차피 훈련을 거쳐야 한다. 움직임에 대한 주입을 이제 시작해야 한다. 아직 선수들이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경기했기 때문이다. 선수들을 판단하는데 있어 좋은 경기였다. 비록 패배했지만.”

이날 전북은 K리그 승강제 도입 이후 최초로 클래식 100승을 기록했다. 최 감독은 “홈에서 100승을 달성해 기쁘다. 선수들이 노력해 줬고, 팬들이 항상 열정적으로 성원해주셨기 때문에 일찍 100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공을 돌렸다. 전북의 100번째 클래식 승리는 12,506명 관중이 함께 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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