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영국 축구의 성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첫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경기는 마르코스 알론소의 이름으로 기억될 것이다. 알론소는 웸블리 첫 EPL 득점을 비롯해 2골을 넣으며 첼시 승리를 이끌었다.

2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2017/2018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2라운드를 치른 첼시가 토트넘을 2-1로 꺾었다. 토트넘은 홈 구장 공사로 인해 이번 시즌 임시로 쓰게 된 웸블리에서 첫 경기를 치렀다.

전반 24분, 첫 골은 예상 못한 선수에게서 나왔다. 프리킥 상황에서 마르코스 알론소가 빠르고 정교한 킥으로 골을 터뜨렸다. 알론소는 지난 시즌에도 프리킥으로 한 골을 넣은 바 있다.

이후 잘 버티던 첼시는 후반 37분 공격수 미시 바추아이의 자책골로 위기에 몰렸다. 아직도 선수 보강이 제대로 되지 않아 변칙적인 수비 전술을 쓴 첼시는 경기 내내 토트넘에 얻어맞고 있었다. 실점은 치명적이었다.

토트넘이 역전을 위해 노력하던 후반 43분, 알론소가 경기의 완벽한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기습적인 공격이었다. 완야마의 볼 키핑 실패를 틈타 다비드 루이스가 공을 빼앗아냈고 이 공을 받은 페드로가 문전 침투하는 알론소에게 패스를 보냈다. 알론소는 냅다 날린 왼발 슛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알론소는 지난 시즌 첼시 우승에 큰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주목 받지 못한 선수다. 지난 시즌 알론소는 왼쪽 윙백 자리에서 6골 3도움을 기록하며 훌륭한 공격 루트로 활약했다. 그러나 더 화제를 모은 선수는 오른쪽 윙백 빅터 모제스였다. 공격수 출신 모제스가 더 폭발적인 공격력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후반기 들어 스타일이 간파 당한 모제스는 시즌 3골 2도움을 기록했다. 실속은 알론소가 모제스보다 두 배 이상이었다.

알론소를 주목받지 못하게 한 한 가지 원인은 비교적 초라한 경력이었다. 레알마드리드 유소년팀 출신이지만 B팀을 거쳐 방출된 알론소는 2010년 볼턴원더러스에 입단하며 잉글랜드 무대에 도전했으나 딱히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후 피오렌티나에서 수준급 윙백으로 다시 인정받은 알론소는 지난해 여름 첼시 유니폼을 입었다. 그때까지 알론소를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알론소는 발이 느린 편이다. 윙백으로서 대성하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이다. 첼시로 올 때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알론소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왼쪽 윙백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부지런하고 전술 이해도가 높은 알론소는 가장 빠르진 않아도 꼭 필요한 타이밍에 오버래핑했다. 모제스가 동참한 속공이 무산되고 나면, 새로운 공격 루트를 열기 위해 알론소가 오버래핑하곤 했다.

스리백의 윙백은 포백의 풀백보다 더 빨라야 한다는 통념이 있다. 알론소는 오히려 첼시 스리백을 만나고 나서 경기력이 더 나아졌다. 알론소의 수비 복귀가 느려도 스리백이 어느 정도 보완해줄 수 있고, 공격에 좀 더 집중하는 알론소는 단순한 측면 돌파와 크로스 말고도 다양한 공격 루트를 갖고 있었다.

윙백치고 큰 188cm 키는 헤딩골을 넣을 정도의 제공권을 선사했고, 왼발 킥도 강력했다. 지난 시즌 알론소가 넣은 6골은 프로 한 시즌 최다골이다. 30경기 선발 출장도 개인 최다 기록이었다. 알론소는 조용히 전성기에 다가가고 있다. 알론소가 느리다는 건 만천하에 알려진 약점이지만, 토트넘을 상대로 알론소는 자신의 단점을 완벽하게 감추고 공수 양면에서 훌륭한 플레이를 했다.

올여름 첼시는 알론소의 대체자부터 영입하려 했다. 모제스는 원래 공격수고 알론소는 스피드가 느리다는 한계가 있는데다, 둘 다 백업 멤버가 부실한 상황이다. 첼시는 먼저 유벤투스 소속 레프트백 알렉스 산드루를 노렸다. 산드루를 샀다면 알론소가 백업 멤버로 밀렸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레프트백 영입은 실패했고, 알론소는 여전히 왼쪽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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