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19일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은 골이 많이 나왔을뿐 아니라, 골의 ‘예술 점수’도 만점에 가까웠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리오넬 메시 같은 선수들이 비슷한 골을 넣으면 몇 년이 지나도 골 장면이 회자된다. 19일 K리그에 조나탄(수원삼성), 세징야(대구FC)가 넣은 골들 역시 오래 회자될 자격이 충분했다.

22라운드 MVP 조나탄은 전남드래곤즈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세 골 모두 주간 베스트골 후보에 올라도 될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마법을 부렸다. 첫 골부터 자신감이 넘쳤다. 골대를 등지고 허벅지로 공을 트래핑한 뒤 땅에 튕긴 공을 발로 차 올렸고, 공이 떨어지기 전에 터닝 슛으로 마무리했다. 하프 발리, 터닝, 중거리라는 어려운 세 요소가 모두 결합된 초고난이도 골이었다. 이어 두 번째 골은 개인 기량이 빛났다기보다 좋은 팀 플레이 끝에 김민우의 어시스트를 마무리했다.

해트트릭을 완성한 세 번째 골이 가장 놀라웠다. 골키퍼와 공을 다툰 조나탄은 오른쪽 측면에서 골대를 등지고 있었다. 골키퍼가 골대로 돌아가기 전 재빨리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 조나탄은 놀랍게도 오버헤드킥을 선택했다. 표적이 매우 작아진 상황이었지만 약한 대신 정확한 슛은 바닥에 튕기며 골대 안에 정확하게 들어갔다. 이브라히모비치(스웨덴)가 잉글랜드와 가진 친선경기에서 넣어 화제를 모은 장거리 오버헤드킥과 난이도 측면에선 그리 뒤지지 않았다.

조나탄은 어떻게 그런 슛을 떠올렸냐는 질문에 “나는 항상 슛을 좋아한다”며 골잡이다운 답변을 했다. “늘 슛을 하려고 노력한다. 골키퍼가 나온 걸 체크했고, 내가 프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슛을 과감하게 시도했다.” 첫 번째 중거리슛의 경우 “옆으로 컨트롤했을 때 볼이 살짝 뜬 거 봤다. 내려오는 거 보고 강하게 때렸다. 항상 공중에 뜬 공 때리는 것을 좋아한다. 강하게 때렸는데 골키퍼의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나탄의 자신감이 얼마나 올라왔는지 보여주는 세 골이었다. 조나탄은 해트트릭을 통해 시즌 16호골로 득점 선두에 올랐다. 조나탄에 앞서 염기훈이 보여준 직접 프리킥의 정석까지, 수원은 네 골 모두 예술적이었다.

대구가 포항스틸러스를 3-0으로 꺾으면서 넣은 골들도 수원 못지않았다. 조나탄의 골이 즐라탄이었다면, 세징야의 골은 리오넬 메시를 연상시켰다. 포항스틸러스 수비가 완전히 자리를 잡고 있는 가운데 절묘하게 상대 수비진과 1차 저지선 사이로 침투한 세징야는 수비진으로부터 전달된 패스를 절묘한 퍼스트 터치로 받고 돌아섰다. 이 동작만으로 포항 미드필더들을 제쳐버렸다. 포항 선수 다섯 명에게 둘러싸인 채로 툭툭 전진한 세징야는 골문 구석으로 정확한 슛을 밀어 넣었다. 배슬기와 무랄랴가 연속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했지만 모두 돌파했다.

세징야는 골을 넣은 위치, 간결하고 정교한 기술, 상대 수비수들에게 빙 둘러싸여 전진하는 구도가 모두 메시의 트레이드 마크와 판박이였다. 세징야는 “공이 왔을 때 상대 수비를 제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제치고 난 이후 단독찬스에서 득점할 수 있었다”고 했다.

대구의 ‘장거리슛 전문가’ 김진혁도 이날 환상적인 득점을 추가했다. 수비수 김진혁은 포항 패스를 인터셉트해 직접 드리블로 전진했고, 에반드로와 2대 1 패스를 주고받은 뒤 골대가 아직 먼 위치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크게 휘어진 슛은 강현무 골키퍼가 막을 수 없는 골대 구석으로 향했다. 데뷔 초창기 웨인 루니가 곧잘 보여주던 궤적이다. 공격수 출신답게 득점력이 좋은 김진혁은 멀리서 때리는 ‘장거리 슛’을 7월에만 두 번 성공시켰다.

오버헤드킥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득점자의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고급 골’도 많았다. 제주유나이티드의 윤빛가람은 K리그 복귀골을 특유의 정교한 킥으로 넣었다. 디테일을 보면 테크니션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공을 밟으면서 퍼스트 터치를 한 다음, 상대 수비수들이 붙지 못하게 순식간에 날린 중거리 슛이 골대 구석으로 향했다. 원터치 패스 연결로 측면의 이창민에게 공을 보낸 다음 좋은 타이밍에 윤빛가람에게 연결하는 팀 플레이 역시 훌륭했다.

대구 공격수 에반드로도 멋진 골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속공 상황에서 가장 먼저 달려나간 에반드로는 골대를 대각선으로 바라보며 장철용과 대치했다. 스텝오버를 하려는 듯 하다가 오른쪽, 왼쪽으로 크게 방향을 전환해 장철용을 돌파했다. 골대가 좁아졌지만 왼발로 정확하게 마무리했다.

인천유나이티드의 박용지도 FC서울을 상대로 멋진 득점을 성공시켰다. 박용지와 김대중은 서울 페널티 지역 안에서 연속 힐 패스로 공을 주고받는 묘기를 부렸다. 박용지가 몸을 빙글 돌리며 뒤꿈치로 공을 연결했고, 김대중은 수비수를 상대로 버티며 발바닥으로 공을 긁어주는 기술로 재차 침투하는 박용지에게 패스했다. 공의 방향을 등지고 하는 기습적인 패스를 통해 박용지는 오스마르, 김대중은 곽태휘를 각각 골탕 먹였다. 팀은 1-5로 대패했지만 이 골로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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