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프리시즌에도 축구는 계속된다. 최근에는 ICC(인터내셔널챔피언스컵)이 프리시즌 풍경을 상당부분 비슷하게 만들었지만, 독특한 방식을 지닌 컵 대회가 여전히 존재한다. ‘풋볼리스트’가 ICC를 비롯해 유럽과 아시아 팀들이 참가하는 프리시즌 대회를 설명한다.

5월에 주요 리그들이 대부분 막을 내리면, 8월 다음 시즌이 시작될 때까지 유럽 축구 팬들이 볼 경기는 딱히 없었다. 월드컵과 유로를 합치면 격년으로 여름 이벤트가 열리긴 하지만 클럽 팀들의 경기는 볼 방법이 없었고, 수년 전까지만 해도 볼 필요가 없는 줄 알았다.

대신 축구 마니아들의 여름 관심사는 이적 시장이었다. 우리 팀이 얼마나 강해질지 혹은 약해질지 짐작하게 만드는 온갓 기사들을 접하고, 그 기사를 바탕으로 나만의 스쿼드를 맞춰 보거나 다른 축구 팬과 토론하는 것이 여름의 오락거리였다.

이제 여름 풍경은 달라졌다. 상당수 빅클럽 팬들은 새로 영입된 선수의 경기를 자기 눈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ICC가 바꾼 축구계의 여름 풍경이다. 2013년 8팀이 2개국에서 초대 대회를 벌였다. 5회를 맞이하는 올해 대회는 15팀, 3개국 규모로 확장됐다. 유럽을 대표하는 15팀이 엄선됐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6강보다 화려한 라인업이다.

방식은 다르지만, 프리 시즌에도 각종 경기를 배치해 팬들이 즐길 수 있게 하는 건 다른 종목에서도 종종 보이는 방식이다. 미국프로농구(NBA)는 여름 휴식기 동안 신인 선수 위주로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서머리그를 진행한다. 올해 서머리그는 실력과 논란거리를 동시에 갖춘 신인 론조 볼(LA 레이커스)의 등장 덕분에 정규 시즌 못지않은 인기를 끌기도 했다. NBA는 프로축구에 비해 신인의 비중이 크다. 각 구단의 팬들은 우리 팀이 올스타급 신인을 잡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서머리그를 찾는다.

ICC는 한때 등한시됐다. 어디까지나 친선 경기라는 점에서 한계가 지적됐다. 2013년 참가팀 중에는 변방 구단이라고 볼 수 있는 LA갤럭시(미국), 중위권 팀인 에버턴(잉글랜드)이 섞여 있었다. 꾸준히 덩치를 키운 ICC는 미국과 중국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각 명문 구단의 이해관계와 완벽하게 조응했다. 구단들은 ICC가 아니라도 어차피 중국 투어나 미국 투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 ICC를 통해 더 강한 상대와 친선경기를 잡으면 더 주목받으면서 더 진지한 연습 경기를 할 수 있다.

이달 미국에서 열린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시티의 경기는 잉글랜드 밖에서 성사된 최초 ‘맨체스터 더비’로 기록됐다. 앞으로 레알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엘 클라시코’도 예정돼 있다. 유벤투스와 바르셀로나의 경기는 2014/2015 UCL 결승전과 같은 대진이다. 싱가포르에선 잉글랜드 1위 첼시와 독일 1위 바이에른뮌헨이 맞붙게 된다. 대진이 원체 화려하다보니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여러 팀이 비슷한 지역에서 프리 시즌 캠프를 차리다보니 이적 시장 풍경도 미묘하게 달라졌다. AC밀란과 도르트문트는 대결 장소인 중국에서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의 이적 협상을 했다. 로멜로 루카쿠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휴가를 즐기던 중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이적이 확정됐다. 맨체스터에 들르지 않고 휴가지 인근 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온 맨유 동료들과 곧장 합류했다.

비공식 데뷔전이 잔뜩 열린다는 점에서도 ICC는 관심의 대상이다. 루카쿠의 맨유 데뷔전, 다니 아우베스의 파리생제르맹 데뷔전,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바이에른 데뷔전이 데표적이다. 이적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였던 밀란은 ICC를 통해 새 선수를 매 경기 몇 명씩 소개하고 있다.

흥행은 성공적이다. 2014년 대회 중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레알마드리드가 미국 미시간 주에서 대결했다. 당시 입장 관중은 109,318명이나 됐다. 미국 축구 사상 최다 관중이다. 월드컵까지 개최했던 미국에서 일개 친선 경기가 관중 기록을 작성했다.

맨유, 바르셀로나, 첼시 등은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해 친선 경기를 치른 적이 있다. 당시 친선 경기는 투어 성격이기 때문에 동선이 지나치게 길었고, 후보 선수들이 대거 출장하는 경향이 있었다. ICC는 각 나라에 여러 팀을 묶어놓기 때문에 동선을 좀 더 축소할 수 있다. 중국이나 미국의 한 도시에 훈련 캠프를 차려놓고 멀지 않은 경기장을 오가면 된다. 강팀끼리 경기하다보니 스타급 선수의 출장 가능성도 높다.

이 대회를 주최하는 미국 회사 ‘렐러번트 스포츠’는 엘클라시코 하프타임 쇼에 ‘레전드’급 라틴 가수 마크 앤서니의 공연을 마련했다. 화려한 쇼로 거듭난 ICC는 축구팬들이 프리 시즌에도 챙겨 봐야 하는 경기를 만들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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