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김정용 기자= 오전에 호우경보가 내려졌던 수원은 다행히 비가 그친 대신 엄청난 습도로 선수들을 괴롭혔다. 저녁 기온은 28도 정도로 그리 덥지 않았지만,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환경이었다. 수원삼성과 상주상무의 경기도 날씨만큼 끈적거렸지만, 수원은 세 번 상쾌한 골을 터뜨렸다.

23일 경기도 수원시의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3라운드에서 수원이 상주에 3-0 승리를 거뒀다. 서정원 감독 부임 이후 연승 기록을 5연승으로 늘렸다. 두 골을 넣은 조나탄은 18골로 득점 선두를 지키며 4경기 연속 멀티골을 기록했다.

 

상주의 ‘조, 염 봉쇄 작전’, 그러나 조나탄의 ‘한 방’

상주의 ‘조, 염 봉쇄 전략’은 전반전에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김태완 상주 감독의 전술은 간단했다. 수비수 정준연을 염기훈에게 대인방어 담당으로 붙였다. 염기훈이 어딜 가든 따라다니도록 했다. 스리백 중 나머지 두 명 윤준성, 이경렬은 다른 포지션으로 커버를 나가지 말고 문전에 머무르며 조나탄을 협공해 봉쇄하는 임무를 맡았다.

염기훈은 정준연뿐 아니라 미드필더 유준수의 거친 태클(경고)을 맞고 쓰러지는 등 강한 견제 속에서 고전했다. 집중 마크를 피해 수원 수비진까지 내려가 공을 배급하기도 했다. 전반전 내내 염기훈이 날린 슛은 하나도 없었다. 조나탄 역시 동료로부터 패스를 받아 날린 슛은 하나도 없었다. 상주는 전반전 수원의 슛을 단 2개로 봉쇄해 냈다.

그러나 문제는 돌발상황이었다. 전반 25분, 조나탄이 고난이도 기술 대신 골잡이다운 눈치로 골을 터뜨렸다. 김민우가 왼쪽에서 날린 크로스를 상주 수비수 이경렬이 가슴으로 가로채 오승훈 골키퍼에게 전달하려 했다. 그 사이로 재빨리 달려든 조나탄이 패스를 가로채 냉큼 차 넣어 버렸다. 인터셉트를 통해 만들어낸 골이었다.

상주의 저항은 주로 측면에서 이뤄졌다. 상주의 좌우 윙백 홍철과 김태환은 모두 국가대표급 측면 자원이다. 수원보다 개인 기량에서 앞선다고 할 수 있는 유일한 국지전이었다. 그러나 김태환의 드리블은 김민우에게 철저히 봉쇄당했고, 홍철은 원소속팀 수원 후배 고승범에게 막혔다. 김민우와 고승범은 시즌 초 시행착오를 거쳐 공수 양면에서 존재감이 큰 윙백으로 자리를 잡았고, 상주전에서 훌륭한 측면 싸움을 벌이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인시켰다.

김호남 혼자 상주 공격에서 고군분투했다. 김호남은 명목상 왼쪽 윙어였지만 공격진 모든 곳에서 출몰하며 공격과 전방 압박에 쉴 새 없이 가담했다. 놀라운 활동량이었다. 전반 9분 집념을 담아 날린 다이빙 헤딩슛으로 골대를 맞힌 것이 상주의 가장 아까운 장면이었다.

 

끈적거리는 경기, 수원의 상쾌한 두 골

수원은 후반전에도 딱히 경기를 지배했다고 보기 힘들었다. 염기훈은 상대 수비의 견제가 불가능한 프리킥을 통해 위협적인 슛을 보여줬으나, 수비벽 아래로 깔아찬 킥이 선방에 막혔다. 조나탄은 평범한 크로스를 가슴 트래핑만 해도 서포터들이 동요할 정도로 엄청난 기대를 받고 있었지만 기대만큼의 파괴력은 없었다. 상주는 반격을 위해 아껴뒀던 박수창, 주민규, 김성준을 후반 15분 만에 모두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그러나 상주가 세 번째 교체카드를 쓰며 반격의 희망을 키워가던 후반 16분, 수원은 냉큼 찬물을 끼얹었다. 공격에 신경 쓰던 상주는 수비 가담이 늦었고, 수원 미드필더 최성근은 아무런 압박을 받지 않고 여유 있게 스루 패스를 할 수 있었다. 김민우가 문전으로 침투하며 절묘한 패스를 받아낸 뒤 골대 구석으로 정확한 마무리 슛을 날렸다.

엄청난 습도를 반영하듯 경기 템포는 느렸다. 수원은 서정원 감독이 중시하는 전방 압박과 “콤팩트한 축구” 대신 후방으로 밀려내려가 수비하는 경우가 많았다. 상주는 열심히 수원 수비를 공략했으나 계속 마무리가 아쉬웠다. 황순민의 절묘한 패스를 받은 박수창이 신화용 골키퍼와 접촉하고 넘어졌으나 페널티킥은 선언되지 않았다. 땅볼 크로스를 주민규가 슬라이딩 슛으로 마무리하려 했으나 공이 옆그물에 맞기도 했다. 수원은 유주안, 장호익, 박기동을 차례로 투입하며 체력을 안배하고 승리를 지켰다.

경기가 한껏 늘어져 있던 후반 42분, 조나탄이 갑자기 대세를 거부하고 탄력 넘치는 움직임으로 수비를 돌파했다. 화려한 급가속 드리블로 정준연을 돌파한 조나탄은 골대 구석에 꽂히는 강슛으로 또 멀티골을 달성했다. 득점 선두 조나탄의 네 경기 연속 멀티골이자 시즌 18호골이었다.

수원의 경기력은 감독의 구상만큼 조직적이지 못했지만 경기력이 다소 떨어진 가운데서도 승리를 거둘만한 결정력이 있었다. 승리의 주역은 단연 조나탄이었다. 수원은 확실한 골잡이를 가졌고, 곧 이길 줄 아는 팀이 됐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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