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알바로 모라타는 스페인 대표팀 주전 공격수지만 클럽에선 단 한 번도 주전이 된 적 없는 특이한 선수다. 첼시 이적을 계기로 생애 첫 붙박이 주전 시즌을 준비한다.

첼시는 20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레알마드리드 공격수 모라타 영입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개인 합의와 건강 검진 등 제반 절차가 남아 있지만 큰 틀에서 합의는 끝난 상황이다.

모라타의 합류는 곧 디에구 코스타의 방출을 의미한다. 코스타는 전 소속팀 아틀레티코마드리드 복귀가 유력하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첼시가 대체 공격수가 영입할 경우 코스타를 2,500만 파운드(약 366억 원)를 받고 내보낼 거라고 전망했다. 코스타는 이미 아틀레티코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습을 소셜 미디어에 올려 마음이 떠났다는 걸 암시하기도 했다.

모라타는 레알 유소년팀 출신이다. 2010/2011시즌 데뷔해 네 시즌 동안 2군을 오가며 뛰다가, 2014년 여름 유벤투스로 팀을 옮겼다. 출장 시간이 늘어나며 기량이 크게 성장했다. 가능성을 확인한 레알은 바이백(but-back) 조항을 활용해 모라타를 다시 불러들였지만, 2016/201시즌 모라타는 다시 후보 신세에 머물렀다. 결국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팀을 찾아 옮기기로 했고,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강하게 연결되다 결국 첼시로 행선지가 정해졌다.

모라타는 첼시에서 주전 공격수로 시즌 전체를 소화해야 한다. 새로운 과제다. 모라타가 가장 긴 시간을 소화한 2015/2016시즌, 유벤투스에서 리그 1,455분 동안 뛰며 7골을 넣었다. 선발로 16경기, 교체 투입돼 18경기에서 뛰었다. 경기 수는 많지만 풀타임 기준으로는 16경기에 불과한 시간이다. 각종 컵대회를 모두 더해도 2,376분만 소화했다. 지난 시즌 첼시에서는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만으로 모라타보다 많이 뛴 선수가 10명이나 됐다.

주전 공격수라는 큰 부담을 두 어깨에 진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모라타는 유벤투스에서 카를로스 테베스, 페르난도 요렌테, 마리오 만주키치, 파울로 디발라, 시모네 차차 등과 출장 시간을 나눠 가졌다. 레알마드리드에서는 ‘BBC’(가레스 베일, 카림 벤제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후보 공격수였고 2진급 중에서도 이스코, 루카스 바스케스보다 출장 시간이 적었다.

모라타의 가장 큰 장점은 출장 시간 대비 득점력이지만 여기엔 허수가 껴 있을 수 있다. 모라타는 지난 시즌 1,330분만 뛰고 15골을 넣어 약 87분 당 한 골을 득점했다. 그러나 그중 11골은 레알이 2골차 이상으로 대승을 거둔 경기에서 나왔다. 6위 이상 팀에게 넣은 골이 2골뿐이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모라타의 득점은 레알이 약팀을 상대로 크게 이길 때 나온 경우가 많았다. 팀간 전력차에서 비롯된 다득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맹활약을 기대하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활약상이다. 첼시는 지난 시즌 우승을 통해 UCL에 복귀했다. 모라타는 유독 UCL에 강하다. 2014/2015시즌 유벤투스를 결승전까지 끌어올리고, 결승에서도 한 골을 넣어 총 5골을 득점했다. 2015/2016시즌엔 2골에 불과했지만 어려운 맨체스터시티 원정에서 한 골차 승리를 이끌어내는 등 중요한 순간마다 활약이 좋았다. 골은 없었지만, 2015/2016시즌 최고 명경기로 꼽히는 바이에른뮌헨과의 16강 2차전에서 폭발적인 드리블 돌파로 동료의 2골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코스타가 예정대로 방출될 경우 모라타의 팀내 비중은 절대적이다. 후보 공격수 미치 바추아이는 지난 시즌 EPL 5골, 컵대회 총 4골 등 9골로 가능성만 보여준 수준이다. 로이크 레미는 크고 작은 부상에 시즌 내내 시달리느라 거의 뛰지도 못했다. 첼시는 임대 중이던 유망주 도미니크 솔란케(리버풀)와 베르트랑 트라오레(올랭피크리옹)를 각각 다른 팀으로 이적시키기도 했다. 공격진의 양과 질이 모두 부족해진 상황이다.

모라타는 189cm의 큰 신장, 스피드와 돌파력, 윙어까지 소화할 수 있는 전술 소화 능력 등을 고루 갖춘 공격수다. 무엇보다 엉성해 보이는 자세에서도 상대의 예측에 앞서 절묘한 플레이를 해내는 독특한 스타일을 가졌다. 25세가 되도록 가능성만 인정받은 모라타는 비로소 빅 클럽의 주전 공격수가 됐다. 세계적인 공격수가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의 시작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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