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바이에른뮌헨이 영입한 슈퍼스타, 하메스 로드리게스는 대중 앞에 첫 선을 보이자마자 팀에 녹아들어 있었다. 토마스 뮐러와 플레이스타일이 충돌할 거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축구 지능이 빛났다.

19일(한국시간) 중국 상하이의 상하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친선 대회 ‘2017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에서 바이에른과 아스널이 1-1 무승부로 정규시간을 마친 뒤 승부차기 끝에 아스널이 3PK2 승리를 거뒀다.

바이에른의 경기력은 점수판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아스널이 유망주를 대거 투입했기 때문에 진검 승부는 전반 45분뿐이었다. 전반전 동안 경기를 압도한 쪽은 바이에른이었다. 골은 단 하나뿐이었지만, 페트르 체흐 골키퍼의 연속 선방이 없었다면 훨씬 점수차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카를로 안첼로티 바이에른 감독은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4-2-3-1 포메이션을 시도했다. 눈길을 끈 건 2선 조합이었다. 새로 영입된 로드리게스가 오른쪽에 배치됐다. 프랑크 리베리가 왼쪽, 뮐러가 중앙을 맡았다. 세 명의 2선 자원이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를 지원했다.

뮐러와 로드리게스의 조합은 가동되기 전부터 관심의 대상이었다. 4-2-3-1을 유지하려면 둘 중 한 명이 측면으로 밀려나야 했다. 둘 다 오른쪽 윙어를 소화한 경험은 있지만 최선의 포지션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다. 공을 몰고 직접 돌파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비슷하다. 리베리, 이날 교체로 투입된 킹슬리 코망,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여전히 바이에른의 에이스인 아르연 로번에 비하면 로드리게스와 밀러 모두 윙어 포지션에서 불안요소가 있었다.

아스널전에서 실제로 전개된 바이에른 2선 공격 조합은 막강했다. 로드리게스와 뮐러는 드리블 돌파 없이 포지션 체인지를 해 가며 아스널 수비를 교란했다. 둘 다 축구 지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하메스는 동료를 순식간에 파악하고 날리는 왼발 킥을, 뮐러는 상대 수비의 빈틈을 찾아다니는 침투 능력이 세계 최고다.

리베리의 돌파, 뮐러의 재빠른 연계 플레이와 공간 활용, 로드리게스의 킥이 어우러지며 바이에른 2선은 매끄럽게 작동했다. 3-4-2-1 포메이션으로 나온 아스널이 사실상 파이브백으로 주저앉은 채 미드필드 장악을 포기하자, 바이에른은 더 여유 있게 공을 돌리며 경기를 지배할 수 있었다.

전반 막판에 나온 연계 플레이가 대표적이었다. 뮐러가 페널티 지역 안에서 공을 잡았고, 전방으로 질주하는 리베리에게 적절한 패스를 내줬다. 리베리는 체흐 골키퍼까지 유인한 뒤 원터치 패스로 로드리게스에게 공을 내줬다. 득점은 되지 않았지만 바이에른의 우월한 움직임이 만든 득점 기회였다.

리베리는 왼쪽에서 돌파를 하거나, 돌파하는 척 하다가 정확한 왼발 패스로 로드리게스에게 득점 기회를 열어 줬다. 리베리가 예술적인 패스를 로드리게스에게 두 번 내줬으나 아슬아슬하게 골은 나지 않았다.

아직 로드리게스는 모든 능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아스널전에서는 리베리에게 공격 조립을 일임하고, 로드리게스는 침투를 통해 기회를 포착하는데 집중했다. 그러나 로드리게스 역시 공격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선수다. 침투하는 동료에게 크로스와 스루 패스를 가리지 않고 절묘한 패스를 내줄 수 있다. 거꾸로 로드리게스가 리베리 등 다른 윙어를 살려주기 시작하면 바이에른 2선 조합은 더 위력을 높일 수 있다.

바이에른이 야심차게 영입한 미드필더 코랑탕 톨리소 역시 선발로 출장해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톨리소는 적극적인 드리블 돌파로 페널티킥을 얻어내 레반도프스키의 선제골을 사실상 만들어 줬다. 전반 20분 절묘한 문전 침투로 골망을 갈랐으나 애매한 판정으로 오프사이드 처리되기도 했다.

결과는 무승부였다. 두 팀 다 후보 선수가 대거 투입된 가운데, 아스널의 주전급 멤버인 애런 램지와 알렉스 이워비가 후반 막판에 동점을 만들었다. 램지의 크로스를 이워비가 헤딩으로 마무리했다. 바이에른이 후반에 투입한 유망주들도 고군분투했으나 결과가 아쉬웠다. 선수층을 확장하려는 안첼로티 감독의 의도가 이뤄지려면 더 시간이 필요하다.

뮐러와 로드리게스의 조합은 성공적으로 첫 발을 뗐다. 남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수 중 한 명인 로드리게스는 레알에서의 후보 시절을 마치고 슈퍼스타로 복귀할 충분한 자격을 보여줬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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