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1부 리그를 '4대 빅리그'라고 부른다. 2018년부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4팀이 직행하는 4개 리그 중 이탈리아 세리에A만 국내 중계가 없다. 매력적인 이야기가 많지만, 주목도는 떨어진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인테르밀란은 중국 쑤닝그룹이 인수한 뒤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쓸 수 있는 팀이 됐다. 1년 전엔 그랬다. 반면 올여름 이적시장에선 조용하다. 이웃 AC밀란이 신나게 선수를 사 모으는 것과 대조적이다. 왈테르 사바티니 단장을 비롯한 인테르 경영진은 거의 화제를 끌지 못했다.

지난해 여름 인테르는 주앙 마리우, 가브리엘 바르보사, 안토니오 칸드레바, 크리스티안 안살디 등을 영입했고 겨울에 로베르토 갈리아르디니까지 사들이며 1억 4,300만 유로(약 1,852억 원)를 지출한 바 있다. 1년 만에 분위기가 급격히 달라졌다. 올여름 인테르가 이적료로 화제를 모은 적은 없다.

인테르가 자중하고 있는 건 유럽축구연맹(UEFA)의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규정 때문이다. UEFA는 FFP의 제재 대상인 8개 구단의 상황을 각각 정리해 뒀다. 인테르의 경우, 세 시즌의 누적 적자를 3,000만 유로(약 388억 원) 이하로 맞추는데 동의했다. FFP는 이적료만이 아니라 축구와 관련된 수입과 지출을 모두 계산하기 때문에 총 이적료가 3,000만 유로 이하일 필요는 없다. 다만 지난해 워낙 영입에 열을 올렸기 때문에 올여름엔 자제가 필요하다. 2015년에 이적료 지출보다 수입이 많았던 게 다행이었다.

인테르가 이반 페리시치를 이적시킬 수 있다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 역시 FFP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무조건 판매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알려진 대로 5,000만 유로(약 647억 원) 이상을 받아낼 수 있다면 다른 선수를 영입할 여유가 생긴다.

인테르는 여러 선수를 이적시키며 쏠쏠한 수입을 올렸다. 지난해 자유계약으로 영입한 미드필더 에베르 바네가를 세비야로 보내며 900만 유로를 받았다. 페스카라 임대 중이었던 잔루카 카프라리를 삼프도리아로 보냈고, AS로마 임대 중이었던 주앙 제주스를 완전이적시키는 등 전력 손실 없는 방출을 여러 건 단행했다. 현재까지 이적료 수입이 4,300만 유로(약 557억 원)에 달한다.

여전히 대형 선수를 영입하기 힘든 가운데, 1년 전처럼 마리우 영입에 4,000만 유로(약 518억 원)를 쏟아붓는 호사는 기대하기 힘들다. 앙헬 디마리아, 마르코 베라티(이상 파리생제르맹), 아르투로 비달(바이에른뮌헨) 등 슈퍼스타급 선수의 영입설에 신빙성이 떨어지는 이유다. 대신 알짜배기 선수 위주로 영입을 진행해야 한다. 기존 선수들 중 루치아노 스팔레티 신임 감독과 어울리는 선수를 고르고, 부족한 포지션을 채워야 한다.

이미 합류한 선수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보르하 발레로다. 이적료가 550만 유로(약 71억 원)에 불과하다. 발레로는 피오렌티나에서 다섯 시즌 동안 뛰며 이탈리아세리에A 최고 테크니션 미드필더로 인정받아 왔다. 문제는 세월이다. 나이는 32세로 그리 많지 않지만, 이미 활동량과 경기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

알짜 선수 위주로 영입을 진행 중이다. 슬로바키아 대표팀의 유망주 센터백 밀란 슈크리니아르를 삼프도리아에서 영입했다. 슈크리니아르의 이적료는 1,800만 유로(약 233억 원)로 알려졌다. 토리노에서 지난 시즌에 조 하트의 백업 역할을 했던 골키퍼 다니엘 파델리를 자유계약으로 데려와 사미르 한다노비치의 후보 자리를 채웠다.

인테르의 다음 목표는 우루과이 대표 미드필더 마티아스 베시노로 알려져 있다. 피오렌티나 소속으로 칼리아리, 엠폴리에 임대를 다니는 등 4년간 산전수전을 겪으며 성장했다. 2,400만 유로(약 311억 원)를 지불하면 피오렌티나의 동의 없이 영입할 수 있다는 계약조건을 활용할 예정이다. 요즘 이적시장에서 2,400만 유로는 합리적인 금액에 속한다.

그 외에 윙어 케이타 발데 디아오(라치오), 풀백 달베르트 엔리케(니스) 등 다양한 선수와 이적설이 제기된다. 지난해의 무모한 영입 방침은 자제하고, 더 현실적인 선수들로 전력을 보강해야 한다.

인테르는 잠재력이 있지만 자리 잡지 못한 선수들로 가득한 팀이다. 브라질 대표팀 유망주 바르보사가 대표적이다. 미드필더들은 갈리아르디니를 중심으로 누굴 어떻게 조합해야 최선인지 답이 나지 않았다.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는 풀백을 여럿 영입했지만 확고한 주전을 차지한 선수가 없다. 스팔레티 감독의 퍼즐 맞추는 솜씨가 선수 영입 못지않게 중요하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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