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전남드래곤즈에 4-1 대승을 거둔 수원삼성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한 선수는 해트트릭을 작렬한 브라질 공격수 조나탄(27)이었다. 이와 더불어 날카로운 왼발 프리킥 득점을 올린 염기훈, 어시스트를 기록한 김민우, 여러 차례 창조적인 패스를 전달한 다미르 등 득점 과정에 돋보인 선수들이 많았다.

하지만, 승리 이후 서정원 수원 감독의 표정은 생각 보다 밝지 않았다. 서 감독은 2013시즌 부임 이후 3연승만 5번 했다. 이날 경기는 부임 후 첫 4연승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솔직히 기쁘기는 하지만 담담하다. 되게 좋고 그렇지 않다. 아직 많이 게임이 남아있다. 이런 연승을 유지하기 위해선 더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며 숙제가 적지 않다고 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전반전의 부진이다. 서 감독은 무더운 날씨 속에 주중 경기가 많은 7월에는 체력을 안배하며 경기하고 있다. 전반전은 힘을 빼고 경기하다가 후반전에 몰아친다. 전남과 경기에서도 전반전 1-1로 비기다가 후반전에 3골을 몰아쳐 4-1로 승리했다. 

서 감독은 “더위 때문이기도 하지만 후반전에 비해 전반전에는 유기적인 움직임이 좋지 않았다. 전반전에 안배하라고 한 부분이 선수들에게 너무 짙게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전반전 경기력이 체력 안배의 측면을 넘어 불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수원은 공격적인 스리백, 전남은 실질적으로 5백을 두고 페체신과 한찬희를 전방에 배치한 역습 형태의 경기를 준비했다. 그럼에도 수원은 전반전에 전남과 중원 싸움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김재성이 노련하게 경기를 풀었고, 한찬희가 적극적으로 부딪히고 움직이며 역습 코스를 만들었다. 페체신이 수원 수비 배후를 여러 번 흔들었다.

이 과정에서 수원은 공수 간격이 벌어졌다. 최성근 다미르 김종우로 구성한 미드필드진은 유기성을 보이지 못했다. 다미르의 패스 미스가 잦았고, 서로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최성근도 다미르나 김종우와 접점이 적었고, 김종우도 이 과정에서 잦은 패스 미스와 수비 위치 선정 문제로 근래 보인 플레이 밀도를 유지하지 못했다. 

#수원의 반등은 이종성이 들어온 이후 시작됐다

서정원 감독은 전반 36분 고승범이 부상을 입어 장호익을 긴급 투입해야 했지만, 후반 7분 만에 두 번째 교체 카드를 꺼냈다. 김종우를 빼고 이종성을 투입해 중원 구성에 변화를 줬다. 이종성이 들어가면서 수원은 중원 지배력을 회복했다. 스리백 앞에서 안정적으로 공을 뿌렸고, 투톱 뒤까지 올라가 전방 압박으로 전남의 역습 루트를 봉쇄했다. 여기에 공격 전개 상황에 예리한 스루 패스와 기점 패스를 보냈다. 조나탄의 환상적인 오버헤드킥은 이종성의 로빙 스루패스에서 시작됐다.

경기 후 회견 내내 표정이 좋지 않았던 서 감독도 이종성의 이날 활약에 대해 묻자 표정이 밝아졌다. “김종우 선수가 좋은 선수고, 잘하지만 오늘은 컨디션이 전반부터 상당히 안좋았다. 체력적인 소모도 힘들게 느껴졌다. 이종성 선수가 들어가서 아주 잘해줬다. 중간에서 공수 연결이나 우리가 공격할 때 서포트, 세컨드볼을 위쪽에서 눌러주는 역할을 정말 적절하게 잘해줬다고 생각한다. 전남이 쉽게 공격 역습을 못하면서 계속 수세에 몰리는 역할을 이종성 선수가 잘해줬다.”

실제로 수원은 이종성 투입 이후에 3골을 넣어 경기를 뒤집었다. 이종성은 보이지 않은 공간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전남의 숨통을 틀어막았다. 이종성의 플레이가 득점 과정에서 빛난 장면은 또 있다. 후반 25분 다미르의 침투 패스와 김민우의 크로스 패스에 이은 조나탄의 득점 장면의 기점이 이종성이었다. 이종성의 압박으로 전남의 공격 시도가 제어되면서 시작된 장면이었다. 다미르의 침투 패스 직전 기점 패스를 보낸 선수도 이종성이었다. 

시즌 초반 주전 미드필더로 나선 이종성은 몇몇 기술적 실수로 자신감을 잃기도 했다. 최근 로테이션 멤버로 나서며 공이 없는 상황에서의 플레이가 발전했고, 공을 소유했을 때도 군더더기 없는 플레이로 중원의 살림꾼 역할을 하고 있다. 인천과 경기에는 왼쪽 센터백으로 나서 무실점 완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올 시즌 수원의 부주장이기도 한 이종성은 수원의 연승 행진에 소금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래픽=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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