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 류청 기자= “(고)요한이에게는 미안하다. 그런데 계속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다(웃음)”

 

재주는 고요한이 넘고, 승점은 FC서울이 얻는다.

 

서울은 19일 인천유나이티드와 한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2라운드 경기에서 5-1로 이겼다. 3연승이다. 순위는 여전히 6위지만 4.5위와 승점이 같다. 황선홍 감독은 곽태휘와 박주영을 선발에서 빼고도 승점 3점을 얻었다. 측면에 K리그 출전 경험이 없는 박민규를 넣고도 이겼다. 오는 23일 전북현대와 붙는 서울은 체력 안배와 승점을 모두 얻었다.

 

그 중심에는 고요한이 있다.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고요한은 전반 6분 만에 헤딩 선제골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경기 전 만난 황 감독은 “여름이고 경기가 많아 체력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주세종과 고요한은 계속 뛰고 있다. 경쟁도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특히 고요한은 여러 포지션에서 잘해주고 있다. 계속 그렇게 해줬으면 한다”라며 웃었다.

 

공을 다루는 기술이 좋고 활동량이 많은 최용수 감독 시절부터 고요한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했다. 그는 2017시즌에도 신광훈과 이규로가 모두 부상으로 빠졌을 때는 오른쪽 풀백을 맡았고, 하대성과 이명주가 부상 당하자 중앙 미드필더로도 뛰었다. 고요한은 모든 포지션을 무리 없이 소화하며 서울과 황 감독에게 여유를 줬다. 

 

고요한은 19일 인천 경기에서도 선발 출전해 팀 승리를 도왔다. 전반 6분, 주세종이 올려준 공을 적절한 위치 선정으로 헤딩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고요한은 골키퍼 가장 먼 쪽으로 공을 보냈다. 인천 골키퍼 정산은 공이 골대 반대쪽으로 날아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고요한 감각이 빛난 골이었다.

 

미드필더 역할도 충실히 했다. 고요한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는 꼭 있었다. 무조건 뛰는 게 아니라 적절한 자리에서 팀을 도왔다. 경기 분위기가 넘어온 뒤에는 적절한 완급 조절을 했다. 경험이 일천한 서울 수비진(황현수, 김원균, 박민규)를 도우면서 경기를 전체적으로 이끌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 뛴 선수다웠다.

 

“헤딩으로는 네 번째 골이다.” 경기가 끝나고 만난 고요한은 웃었다. “놀랐다. 공간이 있길래 파고 들었다. 아무래도 ㈜세종이 크로스가 좋았다. 경기 초반이라 힘이 남아있는 상태였고, 포지션도 잘 잡고 헤딩했다.” 고요한은 “공이 머리에 맞는 순간 골대로 가는 것을 보고 골이구나 싶었다”라며 미소 지었다.

고요한은 6월 25일 상주상무 경기를 포함해 6경기에서 최소 90분을 뛰었다. 한국 나이로 서른 살,체력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 고요한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 포지션을 오고 가며 활약했다. 그는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몸에 좋은 음식 먹고 잘 쉬고 있다. 결혼하니 장모님이 영양식도 잘 해주고 와이프도 잘 챙겨준다”라고 했다.

 

“사이드백과 미드필더를 다 볼 수 있어서 감독님이 나를 믿고 기용해줬다.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고 골까지 넣어서 만족한다.” 고요한은 멀티플레이어로 팀을 도울 수 있어 기뻐했지만, 한 포지션에서 붙박이로 뛰고 싶다는 바람도 살짝 밝혔다. 그는 “여러 가지 포지션도 좋지만 여기는 ‘고요한 자리’라고 인식시켜주고 싶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고요한은 “어느 포지션에서 뛰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한참 머뭇거리다가 “공격적으로 뛰고 싶다”라고 답했다.

 

고요한은 토월중학교를 중퇴하고 서울 미래군에 입단했다. 2006년 데뷔전을 치른 뒤 12시즌째 서울 유니폼을 입고 뛴다. 현재 고요한보다 서울에서 많은 경기를 뛴 선수는 없다. 10대에 데뷔한 고요한은 어느새 결혼해 한 아이 아빠다. 고요한 왼쪽 손목에는 아들(고결) 손바닥 문신이 있다. 그는 책임감을 안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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