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조나탄과 염기훈이 서로 어시스트와 골을 주고 받는 수준까지 왔다. 둘의 발이 워낙 잘 맞는다. 그것이 오늘 승리의 요인이다.” (서정원 수원삼성 감독)

수원삼성이 안방 징크스를 깼다. 지난 주말 제주유나이티드와 ‘KEB하나은행 K리그클래식 2017’ 19라운드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둔 것에 이어 12일 저녁 인천유나이티드와 20라운드 경기에서도 3-0 완승을 거뒀다. 홈 2연승이다. 승점 30점에 도달해 4위에 올라있다. 

제주, 인천을 잡기 전까지 수원은 홈 3연속 무승(1무 2패)으로 고전했다. 제주전 승리(1-0)는 득점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광주 원정, 대구 원정에서 3-0 승리를 경험했던 수원은 홈에서 처음으로 3골 차 완승을 거뒀다. 

마무리가 확실해야 승리할 수 있다. 수원의 승리를 이끈 주인공은 ‘염탄(염기훈+조나탄) 투톱’이었다. 조나탄이 2골 1도움으로 모든 골에 기여했고, 염기훈도 1골 1도움으로 그에 준하는 영향력을 보였다. 염기훈은 “운동할 때도 그렇고 경기 나가기 전에도 조나탄과 항상 얘기를 한다. 사이드에서 크로스 올릴 때 조나탄이 어떤 액션을 취하는 지 얘기해줘서 처음보다 많이 맞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연습하며 계속 얘기한 것이 경기장에서 나왔다”고 했다.

수원은 전반 11분 염기훈이 좌측면 먼 거리에서 시도한 얼리크로스를 문전 우측에서 조나탄이 헤더로 마무리해 일찌감치 앞서갔다. 조나탄은 후반 21분 김종우의 코너킥을 다시 한번 문전 우측에서 헤더 득점으로 연결했다.

‘염탄 투톱’은 선제골에 이어 후반 22분 세 번째 골을 함께 만들었다. 이번에는 문전 우측을 파고든 조나탄이 문전 왼편으로 넘겨준 땅볼 패스를 염기훈이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경기 내내 두 선수가 동선을 나눠가지고 5백으로 나선 인천의 밀집 수비 빈틈을 공략했다. 

이기형 감독은 “수원의 가장 큰 공격 패턴이 염기훈 크로스와 조나탄 헤딩이다. 벌려 있다가 잘라 들어가는 크로스가 정확해서 스리백에게 주의를 줬는데 순간 집중력이 무너졌다”며 아쉬워했다. 

조나탄은 이날 2골 1도움으로 올 시즌 리그 11득점 3도움을 기록했다. 양동현(포항, 13골), 자일(전남, 12골)에 이어 득점 3위로 득점왕 가시권에 올랐다. 2015시즌 K리그챌린지 득점왕(당시 대구, 39경기 26골)을 차지했던 조나탄은 사상 첫 챌린지-클래식 득점왕 석권의 꿈에 다가서고 있다. 

염기훈은 3득점 6도움으로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에 가까워졌다. 도움 기록에선 김영욱(전남), 김승용(강원), 김진수(전북, 이상 5도움) 등을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3시즌 연속 도움왕 등극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날 K리그 통산 94호 도움을 기록해 시즌 내 100호 도움 달성 목표도 가시권에 왔다.

염기훈은 올 시즌 조나탄과 투톱으로 배치되며 전술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전방에서 다각도로 압박을 겪었고, 중앙 지향적으로 뛰면서 측면에서 크로스 패스를 올리는 장기를 선보이기 어려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스트라이커 역할에 적응한 염기훈은 측면과 중앙 전방을 적절히 오가며 정점의 기량을 되찾고 있다. 

서 감독은 “염기훈은 공격 쪽 두 자리에 대해 충분히 경험이 있는 선수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갖고 있지 않은 크로스 타이밍과 정확성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크로스를 갖고 있다”며 칭찬했다. 

염기훈은 FC서울전 부상으로 숨을 고른 뒤 지난 6월 28일 대구FC와 원정 경기에서 1득점 2도움 원맨쇼로 3-0 완승을 이끈 것에 이어 인천전에도 경기 내내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다. 조나탄 역시 울산, 제주전에 득점포 가동을 잠시 멈췄으나 인천전 멀티골로 자신감을 되찾았다.

염기훈은 이날 왼쪽 윙백으로 나선 김민우와 위치를 바꿔가며 측면과 전방을 오가 압박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조나탄과 자리를 바꾸며 인천 수비의 집중 견제를 피했다. 특기인 얼리 크로스로 도움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조나탄은 자신의 우상은 호날두를 연상케 하는 플레이로 3개의 포인트를 만들었다. 안정된 자세의 헤더 시도는 물론, 염기훈의 골을 돕는 과정에서 침투 패스를 빠르게 돌려놓은 뒤 추진력을 통해 돌파했고, 발 뒤꿈치를 활용한 볼 컨트롤로 이윤표를 제친 뒤 염기훈에게 결정적인 패스를 보냈다. 

“조나탄이 저번 경기(제주전)에 찬스가 많았다. 골을 못 넣은 아쉬움이 상당히 많았는데, 이틀 준비하면서 골을 꼭 넣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오늘 컨디션이 상당히 좋아서 나가면 골 넣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반에 골도 넣었고 후반에는 수준급 도움도 했다. 저번 경기에 골을 넣지 못한 것을 만회했다.” (서정원 감독)

수원은 2014시즌 산토스가 득점왕(14골)에 올랐고, 2015, 2016시즌에는 염기훈이 도움왕에 올라 개인상에서 성과를 냈다. 수원은 1996시즌 K리그에 참가했고, 1999년 사샤 드라큘리치가 18골을 넣어 수원 선수로 처음 득점왕을 차지했다. 2011년 산드로 이후 2014년 산토스가 수원 출신 세 번째 득점왕이었다. 득점왕과 인연이 많지 않았다. 

도움왕도 1997년 데니스 이수 염기훈의 연속 수상까지 수상자가 없었다. 2017시즌에는 조나탄과 염기훈이 득점왕, 도움왕을 동시 석권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두 선수 모두 득점왕, 도움왕을 수상하면 수원 출신 네 번째 득점왕, 네 번째 도움왕이 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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