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서귀포] 김정용 기자= 전북현대를 꺾은 주역은 두 명의 ‘뉴 페이스’였다. K리그 클래식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미드필더 이동수, 공격수 이은범이 맹활약했다.

12일 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을 상대한 제주는 올해 신인으로 리그 5경기 1골을 기록한 이은범을 공격진에 선발 배치했다. 미드필드에서는 이동수가 제주 이적 후 첫 K리그 경기를 뛰었다. 두 선수의 과감한 기용은 성공적이었다. 제주는 투지와 에너지로 전북을 잡겠다는 전략으로 나왔고, 두 신예는 마음껏 에너지를 뿜어냈다. 아직 K리그 클래식 팬들에게 낯선 두 선수를 13일 제주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영플레이어상 꿈꾸기 시작한 신인 이은범

이은범은 이미 포항스틸러스를 상대로 골을 넣으며 기대를 받기 시작한 21세 신인이다. 전북전에서 폭발적인 후방 침투로 속공을 이끌어낸 뒤, 진성욱을 따라 2차 침투하며 흘러나온 공을 마무리하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K리그 6경기 만에 두 골을 넣었다. 전북전에 함께 뛴 윤빛가람은 “제주 오자마자 선수들이 ‘은범이라고, 엄청 빠르고 뒷공간을 잘 빠져다니는 애가 있다’고 하더라. 스피드가 워낙 좋다”고 말했다. 서남대를 거쳐 올해 제주에 입단했다.

어려서 미드필더였던 이은범은 대학 시절 스피드를 살릴 수 있는 윙어로 포지션을 바꿨고, 프로에선 아예 공격수로 뛰고 있다. 스스로 “대학 때까진 골을 못 넣는 선수였다”고 할 정도로 얼떨떨한 변화다. “여기선 형들이 뒤에서 많이 받쳐주신다. 대학 때보다 편하게 축구하고 있다.”

동료 선수와 구단 관계자가 말하는 이은범은 “순수하고 새하얀 친구”다. 인터뷰를 할 때도 진부하고 가식적인 말을 하지 못해 머뭇거렸다. 성격뿐 아니라 공격수로서 가진 능력도 원석에 가깝다. 왼쪽 측면에서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원정 룸메이트인 레프트백 정운의 조언을 많이 참고하고 있다. “자신감을 가져라, 수비할 때 어디까지 내려와라 등등 조언을 많이 해 주신다.”

어느덧 프로에서 두 골을 넣은 이은범은 목표가 생겼다. 영플레이어상이다. 작년 수상자 안현범을 비롯한 제주 선배들이 “우리 팀에서 2년 연속 영플레이어상 배출해 보자”며 이은범에게 과제를 던져줬다. 이은범 스스로도 선배 공격수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더 많은 골을 넣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클래식 데뷔전’ 이동수, 전북 상대로 중원 장악

이동수는 대전시티즌 유소년팀을 거쳐 지난해 프로에 데뷔했다. 데뷔하자마자 36경기를 소화하며 좋은 시즌을 보냈고, 올해 제주로 이적했다. “챌린지에서 1년 하고 클래식으로 올 기회는 흔치 않다. 정말 좋은 타이밍이 내게 찾아왔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이동수는 국가대표 이재성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전북 미드필드와 정면 대결을 벌여 밀리지 않았다. 조 감독의 기대대로 풍부한 활동량, 꾸준한 패스 연결을 보여줬다. 미드필드 파트너였던 윤빛가람은 “신장이 커 헤딩이 되고, 많이 뛰는 선수라 수비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내가 공격적으로 나갈 때 동수가 많이 도와줬다. 옆으로 갈라주는 패스를 할 줄 안다는 점도 굉장히 좋게 본다”고 말했다.

전북전은 이동수에게 K리그 클래식 데뷔전이었다. 이동수는 지난 4월 김해시청을 상대한 FA컵에서 출장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조 감독이 이 경기를 직접 관전했다. 그러나 무리해서 가로채기를 시도하던 이동수의 발이 잔디에 걸렸고, 발목이 돌아갔다. 과욕이 낳은 전치 5주 부상이었다.

데뷔전을 기대하고 있긴 했지만 그 상대가 전북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전북은 챌린지에서 부딪친 팀들과 완전히 다른 템포로 덤비는 팀이었다. 이재성이 전진패스를 하자마자 공격에 가담하는 움직임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반면 “해볼 만하다”고 느낀 부분도 있었다. “나도 이런 선수들과 부딪치면서 경합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반면 내가 공을 갖고 있을 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최대한 경기 템포를 따라가려고 노력했지만 어렵더라. 전진패스를 너무 못 했다. 아직 내 실력이 클래식에서 통하는지 이야기하기 힘들다.”

전북전을 마친 이동수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100개 넘게 떠 있는 걸 봤다. 처음이었다. 이동수의 클래식 데뷔전을 보며 친구들이 단톡방에 남긴 이야기들, 그리고 응원 메시지들이었다. “날 지켜봐준 사람이 생각보다 많더라.”

제주는 권순형, 윤빛가람, 이찬동, 이창민, 문상윤 등 뛰어난 미드필더가 많은 팀이다. 이동수가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만의 장점이 필요하다. 이동수는 “점유율이 필요할 때 날 투입하면 경기 운영을 잘 할 자신이 있다. 상대에게 강하게 압박당할 때도 공을 살려나갈 수 있다”는 장점을 소개하며 앞으로 더 성장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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