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국 대표 선수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리그, 돈의 액수만으로도 화제를 모으는 리그, K리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리그. 모두 중국슈퍼리그(CSL) 이야기다. 중국인들의 돈봉투 너머를 보려 노력해 온 'Football1st'가 중국 축구 '1번가'의 현재 상황과 그 이면을 분석한다. 가능하다면 첫 번째로. <편집자주>

 

“(14일 경기) 엔트리에도 들어가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13일 아침에 통보를 받았다”

 

홍정호는 급작스럽게 장쑤쑤닝 외국인 선수 등록에서 배제됐다. 14일 톈진테다와 경기 엔트리에 포함돼 경기를 준비하던 도중에 연락을 받았다. 홍정호 에이전트 C2글로벌 추연구 이사는 풋볼리스트와 한 전화통화에서 “너무 갑자기 연락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장쑤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카메룬 국가대표 공격수 벵자망 무캉조를 영입했다. 이어 지난 6월 인터밀란 임대를 마치고 돌아온 호주 대표 트렌트 세인즈버리를 홍정호 대신 외국인 선수 명단에 등록했다. 중국슈퍼리그(CSL)은 한 시즌에 외국인을 2명까지 교체할 수 있다. 장쑤는 하미레스, 알렉스 테세이라, 로저 마르티네스, 무캉조 그리고 세인즈버리로 외국인을 꾸렸다. 홍정호 자리는 없었다.

 

세인즈버리는 인터밀란에서 돌아온 뒤 이적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실제로 우라와레즈가 세인즈버리 임대를 타진하기도 했다. 홍정호가 시즌 초반부터 수비진을 이끌어왔기 때문에 최용수 감독이 떠나고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부임한 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였다. 홍정호는 리그 12경기에 출전해 1골을 넣었다. 지난 5월 27일 구이저우지청 원정 경기에서는 후반 추가시간에 동점골을 넣기도 했다.

 

#세인즈버리를 아꼈던 장쑤 구단

세인즈버리가 장쑤 훈련에 합류한 뒤 현지에서 여러 이야기가 나오기는 했다. 세인즈버리가 홍정호를 대체할 수 있다는 설도 있었다. 장쑤가 무캉조를 영입하기 전까지는 모든 게 뜬소문으로 보였다. 세인즈버리를 등록하더라도 외국인 선수를 등록에서 배제할 필요가 없었다. 홍정호도 지난 5월 ‘풋볼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세인즈버리가 돌아오면 경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장쑤가 무캉조를 영입하며 모든 게 달라졌다. 장쑤는 홍정호가 아니라 세인즈버리를 선택했다. 기미는 있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장쑤 구단은 시즌 초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엔트리를 등록할 때도 세인즈버리를 아시아쿼터로 넣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논의 끝에 장쑤 구단은 홍정호를 아시아쿼터로 등록하고 세인즈버리를 인터밀란으로 6개월 임대보내기로 결정했다.

 

지난 6월 1일 최용수 감독을 경질하고 카펠로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상황이 다시 미묘하게 변했다. 장쑤는 세인즈버리가 인터밀란 임대 기간 동안 단 1경기만 뛰었음에도 홍정호가 아닌 세인즈버리를 선택했다.

 

#이적 혹은 임대, 장쑤 구단 보상이 ‘키’

갑작스러운 통보였지만, 홍정호는 팀을 떠나야 한다. 장쑤 구단이 세인즈버리 등록을 철회하고 홍정호를 등록할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결국 장쑤가 홍정호 계약을 어떻게 푸느냐가 관건이다. 위약금을 지불하고 홍정호를 자유계약(FA)선수로 풀어줄 수도 있고, 계약을 유지한 채 다른 팀으로 임대 보낼 수도 있다. 홍정호 에이전트인 C2글로벌은 바로 난징으로 날아가 구단과 수습을 논의할 예정이다.

 

선수는 위약금을 받고 FA가 되는 게 더 좋다. 이적료가 없기 때문에 연봉만 맞춘다면 좋은 팀으로 갈 수도 있다. 유럽과 아시아 모두 수준급 중앙 수비수를 찾는다. 우라와가 세인즈버리를 탐냈던 이유도 여기 있다. 임대를 가야 하면 수가 복잡해진다. 장쑤가 조건을 좋게 풀어주지 않으면 갈 수 있는 팀이 제한된다. CSL 다른 팀에서 홍정호를 바라더라도 장쑤가 보내주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어떤 상황이든 홍정호가 새 팀을 찾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감독이 갑자기 교체되는 경우는 있어도 선수가 이렇게 등록 되지 않는 일은 드물다. 홍정호는 여러모로 어려운 시간을 보낸다. 

 

글= 류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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