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수원삼성의 주장 염기훈(33)이 15일 포항스틸러스와 ‘KEB하나은행 K리그클래식 2017’ 21라운드 경기에서 1도움을 보태며 올 시즌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에 도달했다.

최근 두 시즌 연속 K리그클래식 도움왕을 수상한 염기훈은 올시즌에도 7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해 도움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득점도 3골을 기록해 10호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수원삼성이 2015시즌 K리그클래식 준우승, 2016시즌 FA컵 우승을 차지한 원동력은 염기훈의 물오른 활약이었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 참가했던 염기훈은 당시보다 원숙한 기량으로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염기훈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2015년 6월 대표팀의 부름을 받기도 했다. 월드컵 2차 예선 일정으로, 한 수 아래의 팀을 상대하는데다, 동아시안컵 대비를 위해 국내파 중심으로 명단을 구성했다. 

염기훈은 UAE와 평가전에 프리킥 득점을 올리는 등 활약했으나 동아시안컵 명단에 들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염기훈의 활약을 인정하면서도 ‘2018 러시아월드컵’을 겨냥해 장기적 관점에서 선수를 선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장 선수들에겐 기회의 문이 좁았다. 염기훈의 당시 경기력을 감안하면 아쉬운 대목이었다.

월드컵 본선행 여부가 경각에 달린 상황에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됐고, 신태용 감독이 부임했다. 지금은 상황이 꽤 많이 달라졌다. 러시아까지 길게 볼 여유가 없다. 눈 앞의 두 경기에 한국 축구의 운명이 걸렸다. 신 감독은 이란-우즈베키스탄과 단 두경기에 최상의 경기력을 보일 수 있는 선수를 뽑겠다고 천명했다. 나이를 불문하고 뽑겠다고 했다.

신 감독은 부임 후 첫 번째 주말에 전북현대와 울산현대의 경기에 이어 수원과 제주유나이티드의 19라운드 경기를 현장에서 관전했다. 수원-제주전이 꼭 염기훈만을 보러온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으로 신 감독이 염기훈의 이름을 언급하며 발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염기훈은 이 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으나, 이어진 인천유나이티드와 20라운드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3-0 완승을 이끌었다. 포항과 20라운드 경기까지 연속 포인트를 기록했다.

인천전을 마친 뒤 염기훈은 “신 감독님이 대표팀은 나이가 상관없다는 말씀을 하셔서, 노장, 베테랑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됐다. 나도 열심히 하면 어린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고 느끼니 경기장에서 힘이 난다. 그 한 마디에 활발하게 할 수 있는 힘이 난다”고 했다.

하지만, 염기훈의 활약은 신 감독의 부임이나, 발언과 관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염기훈은 시즌 초반 스트라이커 포지션을 맡으면서 FC서울과 개막전부터 7경기 동안 리그 첫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마침내 첫 포인트가 찾아온 것은 5월 3일 포항전에 기록한 도움이다. 첫 골은 5월 14일 전남드래곤즈와 경기에 넣었다. 

수원은 시즌 초반 잦은 무승부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는데, 염기훈의 왼발이 잠잠했던 게 원인이었다. 염기훈은 조나탄과 투톱을 형성하는 낯선 역할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워낙 경기 일정이 빠듯해 쉽지 않았다.

#염기훈의 클래스는 대표팀과 관계 없이 위대하다

염기훈은 6월 18일 서울과 시즌 두 번째 슈퍼매치에서 무릎 부상을 입으면서 숨 고르기를 할 수 있었다. 이 경기 이후 광주, 강원전에 연이어 교체로 뛰었는데, 부상을 털고 뛴 6월 28일 때구전에 1골 2도움의 원맨쇼를 펼치며 완벽하게 부활했다. 그 이후 신 감독의 발언까지 염기훈을 신나게 했다. 염기훈은 최근 11경기에서 3골 6도움을 올렸다. 10개의 공격 포인트 중 90%를 최근에 올린 것이다. 

최근 염기훈의 활약은 신 감독의 한 마디 효과라기보다는, 스스로 부단히 노력한 결과다. 2015시즌 찾아온 전성시대는 재계약 협상 과정이 지체되는 과정에 홀로 개인 훈련을 하며 왼발의 감각을 회복하고, 철저한 몸관리를 병행하며 따라왔다. 염기훈은 대표팀에 가기 위해셔 열심히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그리고 수원의 주장으로 책임감을 다하기 위해 정진해왔다. 

염기훈은 수원을 위해 눈물 흘릴 수 있는 선수다. 수원에서의 활약, 그리고 K리그에서의 활약이 대표팀 발탁으로 이어질 수는 있지만, 대표팀을 가겠다는 것이 궁극의 동기는 아니다. 신 감독이 염기훈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도 사실이지만, 염기훈은 그 자체로 치명적인 K리그 최고의 선수다. 

2015년과 2016년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절정의 기량을 보이면서도 대표팀과 거리가 있었던 염기훈은 “내려놨다”고 했다. 2017년에도 염기훈은 새로운 역할을 이해하고 발전하며 클래스를 입증했다. 염기훈은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경기력으로 입증한 몇 안되는 선수다. 이젠 염기훈에게 대표팀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대표팀에 염기훈이 필요하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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