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부족한 뒷심, 불안한 수비를 단점으로 지적 받던 수원삼성이 달라졌다. 최근 홈 2연승 과정에 무실점을 기록했고, 최근 4경기 중 3경기에서 무실점 경기를 하며 뒷문이 단단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중심에 스리백 수비 라인의 구심점으로 자리 잡은 수비수 곽광선(31)이 있다. 

2012년 수원삼성에 입단한 곽광선은 매 시즌이 불완전 연소였다. 자신을 영입한 윤성효 전 감독과 숭실대 시절 사제지간이라는 점에서 부진한 경기를 한 뒤에 더욱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2013시즌에는 첫 공식 경기에서 범한 실수 이후 시즌 내내 심적 부담을 떨치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에 군대를 다녀왔다.

곽광선은 수원 수비라인에 꾸준히 자리한 선수지만, 한 번도 꾸준히 뛰지 못했다. 곽희주의 은퇴, 그리고 이정수의 갑작스러운 은퇴와 민상기의 입대, 양상민의 부상이 겹치면서 곽광선에게 기회가 왔다. 곽광선은 이 기회를 확실히 움켜쥐었다. 

빅버드 북측 골대 뒤에 자리한 프렌테트리콜로는 이제 곽광선의 이름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마침내 수원 팬들에게서 인정받은 곽광선은 힘들게 찾아온 전성시대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풋볼리스트’와 곽광선의 인터뷰 전문.

-어제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나고 싶었는데 도핑 대상자가 되었더라. 너무 잘해서 걸린 것 아니가? 
그거는 뭐 임의로 뽑아서 한 것인지, 제비 뽑기처럼 해서 돌려서 당첨 된 건지 모르겠다. (웃음) 잘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 정말 몸이 좋은 것 같다. 사실 수원에 와서 지금 같은 컨디션을 보이지 못한 것 같은데, 그동안은 부상이나 몸 상태에 이상이 있었던 것인지?
이제 수원에 온지 4,5년이 되었다. 2012년에 왔을 때는 몸이 좋았는데, 2013년과 2014년에는 몸이 좋지 않았다. 군대에 다녀와서 작년에도 그냥 그렇다가 최근에 와서 컨디션이 좋아졌다. 부상은 아니었다. 2013년에 AFC챔피언스리그 경기에 처음 나갔는데 안 좋은 일이 있어서 멘탈이 좀 무너졌다. 심리적인 것이 컸다. 안 좋은 시기에 군대를 갔는데, 어떻게 보면 군대에 갔다 온 것이 전환점이 됐다. 

-수원의 수비 자원이 부족한 상황인데, 어떻게 보면 본인에겐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
초반에는 (이)정수 형도 있었고 다른 선수들도 있어서 경기를 많이 못나갔다. 안 좋은 일이었지만 정수 형이 나가고, (민)상기도 군대를 가면서 내가 들어가게 됐다. 가장 큰 것은 나를 믿고 계속 기용해준 감독님이다. 감사하다. 그렇게 기회를 주고 믿고 기용해주셨기 때문에, 그런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했다. 수비수가 부족하다 보니 더 책임감을 느낀다. 

-그동안 수비수로 나서도 스리백의 측면이나 풀백 포지션을 봤다. 아무래도 지금 서는 스리백 중앙이 가장 편한가?
일단 가운데가 내 주 포지션이다. 사이드가 안 맞는 것은 아니지만 좀 어색한 것이 있다. 내 위치가 아니라 자신 있게 하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 무난하게 실수하지 말자는 생각만 갖고 있었다. 지금은 내 자리에 돌아왔기 때문에 더 자신 있게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전에는 여기도 섰다가 저기서 서고, 오락가락했다. 땜빵용 선수였다. 여기가 비면 뛰고, 저기가 비면 뛰고. 지금은 계속 믿어주시고, 같은 자리를 할 수 있게 되니 더 잘할 수 있는 것 같다. 

-스리백 중앙에서 굉장히 도전적인 수비를 하더라. 앞으로 나가서 자르거나, 헤딩을 따내거나. 활동 범위가 넓고 주도적으로 플레이하는 게 인상적이다. 임기응변인지, 아니면 약속된 부분인지?
내가 (앞으로) 나가게 되면 양쪽의 자룡이나 매튜, 종성이가 커버를 오게 약속이 되어 있다. 자룡이가 나가면 나하고 옆의 선수가 커버를 한다. 한 명이 나가면 두 명의 커버가 약속이 되어 있다. 그래서 내가 앞으로 도전적으로 나갈 수 있다. 

-인천전은 매튜가 경고 누적으로 빠졌다. 미드필더 이종성이 스리백으로 섰는데 무실점 경기를 이어갔다.

매튜와 뛸 때는 소통의 문제가 조금 있다. 종성이랑 하면 소통 문제가 없다. 종성이가 재작년에 대구에서 임대 생활을 할 때 그 자리를 봤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것은 없었다. 

-더 편한 수비 조합이 있는지?
누구랑 뛰어도 상관없다. 누가 들어오든 자기 몫을 해준다. 앞에서부터 열심히 수비 해주기  때문에 뒤에서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수비수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전 선수가 같이 수비하고 있다. 

-인천전은 웨슬리가 퇴장 당하면서 쉽게 풀었다. 웨슬리가 받은 두 번의 경고 모두 곽광선 선수와 부딪히며 나왔다. 조금 유도한 부분도 있나? 
전반전에 우리가 공을 돌렸고, 웨슬리 혼자 수비를 하다가 화가 난 것 같았다. 그걸 이용했다. 전반전에 자신이 화가 난 것을 드러내면서 경고를 하나 받았다. 거기서 시작된 것이다. 전반전에 우리가 볼을 소유하며 경기했고, 웨슬리 홀로 수비하게 만든 것이 아무래도 도움이 됐다. 

-최근 홈 징크스도 깼고, 두 경기 연속 무실점도 했다. 특별히 준비한 부분이 있었는지?
특별한 준비는 없었다. 요새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 점은 감안해서 플레이했다. 우리가 홈에서 경기를 할 때는 꼭 이기자고 하는 마음이 강해서 전반부터 체력을 다 쏟았다. 그러다보니 후반전에 지친 경향이 많았다. 제주전부터는 전반전에 게임이 루즈하더라도 체력을 안배하고 후반에 쏟자고 했는데, 그게 먹혔던 것 같다. 제주전, 인천전도 그렇고 앞으로도 여름엔 그렇게 경기해야 할 거 같다.

-올시즌 김태영 코치가 합류한 것도 수비수 입장에선 도움이 된 부분이 있는지?
아무래도 유명하신 수비수였으니까. 저희한테 코치님의 경험을 알려주신다. 이런 상황에선 이렇게 해야 한다는 부분을 디테일하게 알려주셔서 그게 많이 도움이 됐다. 경기 끝날 때마다 말해주시고, 경기 나가기 전에 말해주신다. 그런 게 영향이 있다.

-작년도 그렇고 전반기에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지금 선수단 분위기는 어떤가?
지금 분위기가 좋다. 수비수들끼리도 지금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 오늘은 어떻게 하자, 라고 해도 말처럼 다 되는 게 아니다. 수비수들끼리 말도 많이 하고 따로 미팅도 한다. 그런게 맞춰져 가고 있는 단계고, 효과로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서정원 감독도 한동안 표정이 안 좋았는데 어제는 오랜만에 활짝 웃더라. 개인적으로 와서 해준 이야기가 있는지?
제주전 끝나고, 라커룸에서 감독님이 처음으로 말씀을 해주셨다. 오늘처럼 경기를 해야 한다고. 뒤에서 리드하고, 오늘처럼 이끌어야 한다고 해주셨다. 그래서 책임감이 더 강해졌다. 어제 경기도 그렇게 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볼 생각이다. 

-수비뿐 아니라 공격으로 전개하는 패스도 힘이 있더라. 왼발을 잘쓰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요즘은 패스 미스도 줄어들었다. 빌드업도 따로 신경 쓴 것인지?
가장 큰 건 자신감이다. 사실 난 뒤에서 뻥 차고, 킥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솔직히 그전에는 한번 실수를 하고, 경기를 못나가고, 욕을 먹고 혼자 자책하고 그런 일들이 많았다. 요새는 경기에 계속 나갈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하다 보니 자신있게 플레이가 나오는 것 같다. 자신감을 갖고 하니 잘되는 것 같다. 

-정확한 태클 기술은 예전부터 장점으로 꼽혔다. 최근에도 깔끔하 태클로 공을 따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본인만의 태클 비법이 있나?
비법은 딱히 없다. 이 타이밍이다 싶으면 태클을 하는데 그게 운 좋게 내 발에 걸리거나, 아니면 커트가 된다. 통과되는 것은 잘 없는 거 같다. 태클에 비법이 있는 건 아니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언제부터 태클을 잘 했나? 본래 수비수 출신은 아니었던 것으로 아는데? 
중학교 3학년 때 수비수로 내려왔다. 2학년 때 까지는 공격수였다. 어떻게 보면 잘 내려온 것 같다. 공격수를 계속했으면 여기까지 왔을까 생각도 든다. 수비수로 내려가라고 해주신 지도자를 잘 만난 것 같다. 그 당시에는 태클을 배우기보다는 수비수 적응하기 바빴다. 중학교 3학년 때 수비수로 경기를 나가며 적응했다. 고등학교 1학년때도 수비수로 경기를 계속 나갔다. 보통 고등학교 1학년 때는 경기를 나가기 쉽지 않아서, 잘 바꿨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팬들의 지지와 성원이 느껴지는지?
아무래도 느껴진다. 처음에 왔을 때는 여기 감독님이 대학교 때 감독님이어서, 얘기를 듣는 부분이 있었다. 팬들에게 운동장에서 어필을 해야 하는데, 전에는 사실 어필하지 못했다. 요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경기가 끝나면 내 이름을 외쳐주시더라.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곽빔이라는 별명을 아는지?) 잘 몰랐는데 주위에서 얘기해줘서 알았다. 내 이름을 따서 부르는 것 같다. 

-지금이 프로 데뷔 후 가장 좋은 상황 아닌가? 대표팀이 원점에서 선수를 보고 있고, 본인도 후보군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강원에서 프로로 데뷔했다. 강원 1년 차에 괜찮게 했는데 수원에 와서 꽃을 피우지 못했다. 지금 몇 경기를 잘 한 것이지만, 이 경기를 토대로 더 성장해야 한다. 지금까지 어려서부터 대표팀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크게 욕심내지 않는다. 그냥 지금 하던대로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같은 곽씨이기도 하고, 수원에서는 곽희주의 뒤를 잇는 수비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는 기대가 있다.
희주 형을 따라가기엔 멀었다. 희주 형은 정신적 지주 역할을 잘 했다. 감독님도 희주만큼 해줄 사람이 없다고 말을 하신다. 정신적으로 강했던 분이다. 나도 그 역할을 해보고 싶지만 처음이라 어색한 면이 있다. 앞으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금씩이라도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가장 주목 받는 요즘인데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개인적인 목표는 따로 없다. 팀적으로 보면 지금 전북을 최근에 못 이기고 있다. 전북을 한번 꺾고 싶다. 전북을 이긴다면 우승까지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전북이 제주에 졌다. 수원은 제주에 강하고, 제주는 전북에 강하고, 전북은 제주에 강하다. 다 뛰어본 입장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가?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심리적인 차이 같다. 제주도 우리에게 못 이기니까 위축되서 경기를 한다. 우리도 전북이랑 하면 잘 못 이기니까 위축되는 게 있는 것 같다. 전북도 제주랑 하면 안 풀리는 것이 심리적 부담이라고 본다. 그걸 빨리 떨쳐내야 한다. 한번 이기기 시작하면 계속 갈 수 있다.

-수원의 홈 징크스도 그런 면이었나? 최근 그런 징크스를 깰 수 있었던 계기가 있었다면? U-20 월드컵 기간 연속으로 원정 경기를 한 것이 전화위복이 되었나?
초반에 팬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고, 부담을 많이 가졌다. 선수들이 홈에서 부담을 더 받았다. 수원 팬분들은 원정 경기도 많이 와주시지만, 그래도 홈 보다는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었다. 부담이 덜해서 원정 경기가 더 좋았고, 부담을 이겨냈다. 최근 홈경기는 감독님도 그런 부담을 떨쳐내자고 말하셨다. 선수들도 이걸 우리가 이겨내고 부담을 이기자, 팬들이 좋아할 수 있도록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했고, 좋은 모습이 나왔다. 

-날이 덥고 경기가 많다. 본인도 이제 고참이다.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다음 경기는 포항 원정인데 공격수 양동현에 대한 대비는?
개인적으로 준비한 것은 딱히 없다. 휴식이 최고다. 맛있는 거 먹고, 잘 자고, 잘 쉬고, 수분 섭취를 많이 하고. 그게 답이 아닐까 싶다. 오늘은 회복운동을 한다고 지나쳤지만 내일 숙소에 가면 비디오 미팅을 통해 양동현의 스타일을 파악할 것이다. 장단점을 잘 파악해서 수비수들끼리, 선수들과 함께 대응해서 잘 준비하겠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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