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제주전 이후 2경기 무실점이 상당히 긍정적이다.” 서정원 수원삼성 감독은 12일 저녁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인천유나이티드 3-0 승리를 거둔 이후 다득점 보다 무실점을 먼저 이야기했다. 수원은 제주유나이티드와 19라운드 경기에 이어 홈에서 2경기 연속 승리를 거뒀다. 인천전은 올 시즌 첫 홈 3골 차 완승이었다.

스포트라이트는 3골을 합작한 투톱 조나탄과 염기훈이 받았지만, 수원이 강해진 진짜 비결은 새롭게 구성된 척추라인에 있다. 이날 조나탄과 더불어 경기 후 도핑테스트 대상자가 되어 인터뷰 코멘트를 듣지 못한 수비수 곽광선은 수원이 최근 안정된 경기력을 보이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하고 있는 선수다.

올 시즌 20라운드까지 16경기에 출전, 이중 15경기에 선발 출전하고 있는 곽광선은 지난 한 달 간 수원에서 가장 단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리백의 중앙 자리에서 터프한 전진 수비, 공중볼 경합은 물론 빌드업의 기점 역할을 매끈하게 수행 중이다. 수원 스리백이 최근 급격히 안정감을 찾고 있는 배경이다. 수원은 최근 4경기 중 3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곽광선 선수가 우리 팀에서 꾸준하게 경기를 많이 뛰는 선수”라며 최근 활약을 칭찬했다. 곽광선은 본래 실수가 잦은 선수로 유명했다. 지난시즌까지만 해도 패스 미스가 많고 빠른 상대 공격수를 놓치는 일도 빈번했다. 혼전 중 공을 빠트리거나 무리한 동작으로 실수하기도 했다. 

#스리백 중앙으로 이동한 곽광선이 안정감을 가져왔다

올시즌에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 감독은 그 이유로 경기 감각 상승과 포지션 변경을 짚었다. 왼발을 잘 쓰는 수비수 곽광선은 그동안 스리백을 설 경우 왼쪽에 포진해 레프트백 영역까지 커버했다. 아예 레프트백으로 나서기도 했다. 188센티미터의 장신 수비수 곽광선은 빠르고 재간이 좋은 측면 공격수를 직접 상대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어떻게 보면 민상기 선수하고 이정수 선수 수비수들이 다 있을 때, 벤치에 있던 경기가 많았는데, 그 선수들 나가면서 계속 게임을 많이 뛰다 보니 안정적 면이 좋아졌다. 왼발을 잘 쓰다 보니까 곽광선 선수가 원래 스리백의 왼쪽을 주로 봤다. 우리가 중앙에서 뛰는 선수가 없어서 요새 자리를 변경해서 뛰는데, 경기를 많이 나가면서 적응이 더 많이 된 것 같다.”

최근 곽광선의 모습은 적응이 된 것 그 이상이다. 스리백의 중앙 자리가 체질인 듯 무시무시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두 명의 센터백이 양 옆에서 커버해준다는 자신감을 갖고 상대 원톱이나 커트인을 과감하게 제압하는 도전적인 수비를 펼치고 있다. 내려설 때의 라인 리딩, 공격으로 전환할 때의 패스 전개, 혼전 상황에서의 육탄 수비 등 어느 하나 나무랄 것 없는 경기를 하고 있다.

12일 인천과 경기에서 확실하게 경기를 지배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천 원톱 웨슬리의 퇴장이 있었다. 웨슬리는 전반 35분과 후반 15분 곽광선을 가격해 두 장의 경고를 받았다. 곽광선과 경합에서 이기지 못하자 무리한 동작을 하다가 퇴장까지 당한 것이다. 곽광선이 얼마나 노련한 플레이를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종우의 파트너, 최성근 등장으로 중원 밀도 높아졌다

곽광선과 더불어 최근 수원의 중앙 라인에서 각광 받고 있는 선수는 김민우와 함께 J리그에서 건너온 미드필더 최성근이다. 최성근은 최근 빌드업 미드필더 김종우의 중앙 미드필더 파트너로 나서고 있다. 왼쪽 윙백 김민우와 중앙 오른쪽 미드필더 김종우 사이에서 헌신적인 움직임으로 수비를 커버하고, 공격 연결 시에도 군더더기 없는 패스 연결로 보이지 않는 공헌을 하고 있다.

시즌 초반 입은 무릎 부상으로 한동안 재활에 매진했던 최성근은 윙백과 중앙 미드필더를 오가며 활약했는데, 최근 대구, 제주, 인천과 세 경기에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격하며 무실점 완성 과정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부상 회복 이후 최성근은 6월 21일 광주(3-0 승), 6월 25일 강원(3-3 무), 6월 28일 대구(3-0 승), 7월 9일 제주(1-0 승), 7월 12일 인천(3-0 승) 등 다섯 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이근호의 개인 능력이 빛났던 강원전을 제외하면 모두 무실점 승리였다. 

수원 스리백이 이정수와 민성기의 이탈 과정에서 곽광선이라는 중심을 찾았다면, 고민이던 두 명의 미드필더 자리에 최성근-김종우 조합을 찾으면서 살아났다. 본래 주축이던 이용래-이종성 조합이 갖지 못한 수비 밀도와 빌드업 창조성을 갖춘 최성근-김종우 조합은 젊고 잘 뛰고, 과감하다. 공에 대한 자신감도 갖고 있다. 연일 좋은 경기력과 결과를 내며 수원의 새로운 전술적 중심 축으로 기능하고 있다.

 

#9번 역할 적응한 염기훈, 특급조커 유주안의 성장

수원의 새로운 척추의 마침표는 이미 여러 차례 조명을 받은 염기훈이다. K리그 최고의 왼쪽 윙어에서 올시즌 스트라이커로 포지션을 바꾼 염기훈은 대구전 1골 2도움에 이어 인천전 1골 1도움으로 새 역할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고 있다. 염기훈은 전통적인 9번 역할이 여전히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왼쪽 측면과 중앙 전방 사이에 자신 만의 영역을 찾으면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감독님도 나에게 중앙에만 있지 말고 사이드로 자연스럽게 움직이라고 말하신다 경기 중에 완벽하 나오지 않았고, 전형적인 포워드의 움직임을 하는 게 내가 늦더라. 결정적일 때 움직이는 부분은 더 고민을 해야 한다. 감독님이 사이드라고 움직이라고 하셔도 너무 그리로 움직이면 민우의 움직임이 제한된다. 그래서 상대 수비에게 애매하게 서자고 생각했다. 애매하게 수비 사이에, 어중간하게 서다 보니까 수비들이 나를 멘트하기 불편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운동하고 경기하면서 수비와 수비 사이에서 공을 받으려고 한 움직임이 다른 경기 보다 좋았다.” 

인천과 경기 후 말한 것처럼 최근 수원 투톱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유는 염기훈과 조나탄의 투톱으로 전통적인 투톱보다 조금 바깥으로 벌려서 상대 풀백과 센터백 사이 공간에서 공을 받고 이 지역을 잘 공략했기 때문이다. 이기형 인천 감독도 “투톱이 빠졌다가 잘라들어오는 패턴이 많다”고 경계했는데,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져 당했다”며 막을 수 없었다고 했다. 

염기훈이 스트라이커로 살아남는 길을 찾고, 조나탄과 연일 호흡을 높이는 가운데 조커로 기용되어 상대 수비 뒷공간을 흔드는 신인 공격수 유주안의 활기까지 겹치면서 수원은 3-4-1-2 포메이션 구조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인천전에 몇 차례 번뜩이는 모습을 보인 다미르는 잦은 공 처리 실수를 보였고, 마지막 교체 카드로 들어간 공격수 박기동은 아직 골을 넣지못해 자신감이 떨어져 있다. 

이 두 선수까지 기세가 오르면 후반기 수원은 2014, 2015시즌 이후 또 한번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위치로 오를 수 있다. 수원은 현재 승점 33점으로 3위 강원과 동률이다. 다득점에서 밀렸다. 2위 울산현대와 2점, 선두 전북현대와 5점 차다. 어느 하나 쉬운 상대는 없지만 최근 2연속 무득점 승리의 기세가 이어진다면 기대감은 높아질 것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래픽=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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