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기록은 한 번도 목표가 아니었다. 3승을 해서 기록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분은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다.”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은 아르헨티나를 꺾고 2연승으로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16강 진출을 확정한 뒤 잉글랜드와 3차전을 실리적으로 접근하겠다고 했다. 잉글랜드전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로테이션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8강 이상 바라보는 신태용호, 체력안배가 중요하다

전제는 “상황을 보고”다. 16강에서 만날 상대를 어느 정도 가늠한 뒤 주력 선수를 쉬게 해주는 숫자를 조정할 수 있다. 신 감독은 “16강이 목표였다. 2승 1무를 조 1위를 안정적으로 생각한 부분”이라고 했다. 신 감독은 조 1위를 차지하고자 하는 이유도 다른 조의 3위를 만나는 대진표를 원해서라고 했다. 8강까지 안정적으로 진입하고 싶다는 의지다.

신 감독의 계획표대로라면 잉글랜드와 경기는 비기기만 해도 1위를 차지할 수 있다. 잉글랜드는 아르헨티나와 1차전에서 3-0 완승을 거뒀지만 기니와 2차전에서 1-1로 비기면서 한국전의 중요성이 커졌다. 잉글랜드는 한국을 꺾어야 1위가 될 수 있다. 

신 감독이 잉글랜드와 경기에 로테이션을 준비한 것은 단기간 치러지는 대회에 선수들의 체력 안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4강 이상 결과를 추구하는 신 감독은 결승전 내지 3위 결정전꺼지 7경기를 모두 치를 체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은 기니전 후반 중반에 체력적으로 힘든 경기를 했고, 아르헨티나전은 후반전 진입과 함께 더 빠르게 체력이 떨어졌다.

신 감독은 “냉정하게 말하면 체력이 부족하다. 체력이 올라와야 가진 기술이 빛을 볼 수 있다. 가진 것이 많은데 부족한 체력 때문에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한국의 공격 마무리 과정에 핵심 역할을 하는 백승호와 이승우는 아르헨티나전 후반전에 나란히 크게 지친 모습을 보였다. 신 감독은 두 선수의 경우 잉글랜드전에 휴식을 취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여기에 저돌적인 플레이로 아르헨티나전에 몸을 던진 조영욱도 휴식 가능성이 크다.

#강지훈-하승운-임민혁 출전, 기술력-창조성-결정력 문제 없다

공격진은 아예 새로 구성된다. 조영욱의 자리는 지난 포르투갈 전훈 당시부터 하승운이 번갈아 뛰었다. 연세대에서 ‘하리즈만’으로 불리는 하승운은 앙투안 그리즈만과 같은 타입의 공격수로 전방과 측면을 오가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대회 전 “7개의 골 세리머니를 준비했다”고 말한 하승운은 마무리 슈팅 정확성이 좋다. 우루과이와 평가전에서 강지훈의 오버헤드킥 득점 당시 측면을 무너트리고 깔끔한 크로스 패스로 어시스트했다. 조영욱과 마찬가지로 2선에 기회를 열어주며 도움도 올릴 수 있는 선수다.

우루과이전 원더골의 주인공 강지훈은 이승우의 자리에 뛰게 될 것이다. 지난해 11월 잉글랜드와 경기에서도 단독 돌파에 이은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환상적인 득점을 올린 바 있는 강지훈은 용인대의 ‘강자르’라 불린다. 에덴 아자르처럼 단도 돌파에 능하며, 슈팅 기술이 탁월하다. 윙백 자리에서 시험된 4개국 대회에선 부진했으나 우루과이전 오버헤드킥 득점 이후 자신감이 살아났다. 강지훈 역시 측면과 전방을 오갈 수 있는 전천후 공격수다. 하승운과 콤비 플레이가 기대된다.

강지훈은 이미 기니와 경기에서 후반 막판 백승호와 교체 되어 그라운드를 밟았다. 하승운은 아르헨티나전 후반 41분에 이진현 대신 투입된 바 있다. 이미 경기 출전을 통해 감을 익힌 만큼 잉글랜드전은 선발 선수로 경기 감각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공격진의 또 다른 자리에는 임민혁이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임민혁은 기니전 후반 20분에 이상헌 대신 투입된 이후 후반 31분 백승호와 이승우를 거쳐 이어 받은 패스로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아 침착하게 쐐기골을 넣었다. 아르헨티나전에도 후반 27분 지친 백승호 대신 투입되어 2선 공격수로 배치되었다. 임민혁은 볼 배급 능력, 킬러 패스 능력, 마무리 슈팅 능력과 돌파 능력을 고루 갖췄다. 바르사 듀오 못지않은 창조성을 갖춘 선수로 평가 받는다. 

#한찬희, 미드필드진서 기회 얻나?

미드필드진은 2경기를 모두 풀타임으로 뛴 선수가 없다. 기니전은 이진현-이승모-이상헌이 선발로 나섰고, 이승모는 김승우, 이상헌은 임민혁과 교체됐다. 이진현이 풀타임으로 뛰었다. 아르헨티나전은 이상헌-김승우-이진현이 뛰었고, 이상헌이 이승모, 이진현이 하승운과 교체됐다. 잉글랜드가 투톱을 가동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김승우가 다시 한번 스리백-포백을 혼용하는 포어리베로로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 

한찬희도 미드필드진에서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 신 감독 부임 이후 한찬희는 미드필드 라인에서 공격수 뒷자리 보다 수비수 앞 자리에서 점검 받았다. 긴 패스로 방향을 전환하고, 중거리 슈팅 및 중원 압박 수비 등에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모와 김승우에게 이 자리를 맡겨온 신 감독이 이 경기에선 한찬희와 김승우를 나란히 세워 중원의 수비적 안정성을 더 높이는 조합을 시도해볼 수 있다. 나머지 한 자리는 공격 전개력이 좋은 이상헌이나 이진현이 3경기 연속 선발 선수로 투입될 수 있다. 

수비 라인은 조직력이 중요하다. 이상민과 정태욱의 센터백 조합이 확고해 과감하게 변화를 주는데 고민이 있을 수 있다. 자칫 호흡 문제로 크게 실점이 나올 경우 좋은 흐름이 깨질 수 있다. 다만 잉글랜드가 피지컬적으로 강한 공격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승우가 아예 센터백으로 내려오고, 미드필드이 이상헌-한찬희-이진현으로 구성될 수도 있다. 터프한 김민호가 기회를 받을 수 있는 여지는 있다. 

전방에서 많은 활동량을 보이는 아담 암스트롱에 대비해 레프트백 우찬양을 왼쪽 센터백으로 세우는 옵션도 예상해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풀백 자원에 휴식을 줄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풀백 포지션은 기니전에 우찬양과 이유현이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아르헨티나전에는 윤종규와 이유현이 뛰었다. 

#여유 없는 풀백 자원, 조직력 중요한 센터백, 가장 큰 고민 지역

신태용호의 고민은 풀백 자원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우찬양이 센터백 자리를 보게 될 경우 윤종규와 이유현이 아르헨티나전에 이어 다시 나설 수밖에 없다. 윤종규와 이유현이 모두 좌우 풀백을 볼 수 있는 멀티자원이다. 3명이 풀백으로 로테이션을 시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이유로 우찬양의 센터백 이동 옵션은 고려하기 어렵다. 세 명의 선수 가운데 마지막 고민이 있을 예정이다. 골키퍼 송범근은 그대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A조 1위로 16강에 오르면 5월 31일 저녁 8시 전주에서 C, D, E조 3위 팀 중 하나와 붙는다. A조 2위가 되면 30일 저녁 8시 천안에서 C조 2위와 16강전을 치른다. C조에선 잠비아가 2연승으로 16강을 확정한 가운데 이란이 1승 1패로 승점 3점, 포르투갈과 코스타리카가 1무 1패로 1점을 얻었다. 포르투갈과 이란의 맞대결 승자가 2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포르투갈이 유력하다.

코스타리카가 잠비아에 승리하기 어려운 전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A조 1위가 될 경우 D조와 E조의 3위를 만날 수 있다. D조에선 이탈리아와 일본, E조에선 뉴질랜드, 베트남, 온두라스 중 한 팀이 3위가 될 수 있다. 이탈리아가 일본전 승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2위가 되면 3위로 16강에 오르는 팀 중에는 부담스러운 상대가 없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래픽=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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