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제주] 김정용 기자= K리그 클래식 1위 제주유나이티드는 J리그 3위 우라와레즈를 상대로 일찌감치 골을 터뜨렸다. 생애 첫 국가대표로 발탁된 황일수가 킥오프 직후 맹활약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국가대표팀에서 중용될 자격도 증명했다.

제주도 제주시 제주 종합경기장에서 ‘2017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16강 1차전을 치른 제주유나이티드가 우라와레즈(일본)를 2-0으로 꺾었다. 전반 7분 마르셀로, 후반 추가시간 진성욱의 득점이 터졌다.

 

황일수를 위한 15분

초반 약 15분은 황일수를 위한 경기였다. 지난 ACL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 앞에서 감바오사카를 상대로 득점했던 황일수는 22일 생애 최초로 대표 명단에 들었다. 이틀 뒤 슈틸리케 감독이 다시 찾아온 ACL에서 황일수는 또 맹활약했다.

전반 7분, 권순형이 우라와의 빌드업을 끊고 빠르게 공을 전진시킨 뒤 오른쪽 측면의 황일수에게 공을 보냈다. 황일수는 마르셀로가 특유의 헤딩골로 마무리했다. 황일수의 스피드와 킥이 득점 못지않게 돋보였다.

우라와는 수비 배후 공간이 넓고, 경기 초반 불안정한 빌드업으로 여러 차례 인터셉트를 당했다. 최종 수비진 앞에서 지키고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도 없었다. 황일수가 특유의 스피드와 정교한 오른발 킥을 활용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전반 14분에도 황일수가 먼 거리를 방해 없이 빠르게 드리블한 뒤 슛을 날렸고, 선방에 막혔다.

제주가 어렵지 않게 운영한 전반전이었다. 이창민, 마르셀로 등의 전방 압박은 결정적인 역습 기회로 이어졌다. 우라와가 세트 플레이를 중심으로 종종 반격했지만 날카롭지 못했다. 제주에 아쉬운 건 결정력뿐이었다. 마그노가 전반 25분과 30분에 날린 슛 중 하나만 넣었다면 제주는 더 안정적인 리드를 잡은 채 후반전을 맞을 수 있었다.

우라와의 맹공, 잘 지키고 반격한 제주

후반전으로 들어가며 경기 양상은 크게 달라졌다. 우라와의 경기력이 개선됐다. 전반전에 지나치게 유동적이기만 하고 체계가 없었던 우라와는 후반 들어 제주 수비진 앞으로 더 자주 공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결정적인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김호준 골키퍼 근처에서 공이 날아다니는 건 제주 입장에서 불안한 양상이었다.

우라와는 원래 공격력이 좋은 팀이다. J리그에서 12라운드 현재 33득점으로 압도적인 득점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ACL 조별리그도 전체 최다인 18득점으로 통과했다. ACL에서 5골을 넣은 하파엘 시우바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J리그 득점 1위인 고로키 신조는 언제든 골을 터뜨릴 수 있는 선수였다.

조성환 감독은 후반 14분 공격수 마그노를 진성욱으로 교체하며 역습의 위력을 강화해 봤다가, 별 의미가 없자 후반 29분 더 수비적인 선택을 했다. 후반전에 페이스가 뚝 떨어진 황일수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이찬동을 투입했다. 후반 40분 또다른 국가대표 이창민이 물러나고 배재우가 투입돼 수비를 강화했다. 그동안 우라와는 이충성 등 벤치에 있던 공격 자원을 투입하며 득점 확률을 높이고 있었다.

전반에도 그리 공격적이지 않았던 제주는 뒤로 갈수록 수비적인 운영을 했고, 끝내 슛을 내주면 김호준이 막아냈다. 김호준은 유독 정면으로 많이 오는 우라와의 슛을 대부분 깔끔하게 잡아냈다. 후반 41분 이충성이 훌륭한 왼발 슛을 시도했지만 김호준이 빠르게 반응하며 궤도를 살짝 바꿔 막아냈다.

불안한 승부를 승부를 끝내버린 건 진성욱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진성욱이 왼쪽 측면으로 빠지며 속공 패스를 받았고, 문전으로 빠르게 진입해 오른발 슛을 노렸다. 드리블이 깔끔하진 않았지만 용케 슈팅 기회를 잡은 뒤 날린 오른발 슛이 골대를 맞고 겨우 골문 안에서 멈췄다. 섬세한 플레이를 어려워하던 진성욱이 끝내 감독의 신뢰에 보답하는 순간이었다.

 

방심하지 않는 조성환, 뒤집을 수 있다는 우라와

제주는 고전했지만 결과적으로 만족스런 경기를 했다. 우라와의 원정 득점을 봉쇄했고, 점수차를 두 골로 벌렸다. 31일 열릴 원정 2차전을 유리한 상태에서 치를 수 있게 됐다. 올해 J리그 팀을 상대로 세 경기 모두 승리를 거두며 일본 축구에 강한 면모를 이어 나갔다. 마르셀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제주 공격은 시간이 갈수록 창의성을 더하고 있다.

조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1차전 2-0은 뒤집히기 가장 쉬운 숫자라고 생각하고 원정 경기에 대비하겠다.” 미하일로 페트로비치 우라와 감독은 “우린 6-0, 7-0으로 이긴 적도 있다”며 홈에서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했다.

조 감독은 슈틸리케 감독 앞에서 좋은 플레이를 한 황일수, 이창민에 대한 질문을 받자 더 많은 대표를 배출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오랫동안 대표가 없어서 제주 팬들이 많이 아쉬워하셨다. 두 명이 나왔는데, 가서 위축되지 않고 여기서처럼 잘 한다면 대표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 잘해줘서 더 많은 선수들이 뽑히면 좋겠다. 리그에 지장이 있더라도.”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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