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16강 진출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했지만, 잉글랜드와 3차전은 중요하다. 대한민국 U-20 대표팀이 목표로 하는 4강 이상의 성과를 위한 시험대와 같은 경기다.

아프리카의 기니는 예측 불가능성, 남미의 아르헨티나는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힘든 상대로 여겨졌다. 신태용호는 두 경기를 전략과 조직, 그리고 자신 있는 공격으로 이겨냈다. 기니에 3-0 완승, 아르헨티나에 2-1 승리를 거뒀다.

아르헨티나와 첫 경기에서 3-0 완승을 한 잉글랜드는 기니와 2차전을 비기면서 한국과 3차전을 쉬운 마음으로 임할 수 없게 됐다. 한국은 비기기만 해도 조 1위가 가능한 상황 속에 로테이션을 공언했으나, 조 2위로 16강 여정에 임할 경우 어려운 대진표를 만날 수 있다. 쉽게 져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경기는 아니다. 

4강 이상의 성과를 추구한다면 어떤 팀을 만나든 이겨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잉글랜드전은 한국이 끝까지 갈 힘을 갖추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경기다. 한국은 지난 2경기에서 승리하며 기세를 보였으나, 두 경기 모두 체력적으로 어려운 모습을 보였다. 아르헨티나전 후반전의 경우 버티고 버텨서 승리를 지킨 경기이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강세를 보이는 팀은 B조의 베네수엘라, C조의 잠비아, D조의 우루과이와 이탈리아, E조의 프랑스 등이다. 모두 신체 조건이 좋고 수비 조직이 안정된 가운데 마무리 능력을 갖춘 골잡이가 있는 팀이다. A조 최종전 상대 잉글랜드 역시 이런 덕목을 공유한다. 철저한 볼 지배력보다는 규율을 갖춘 조직 수비를 펼치며, 역습 공격이 날카롭다. 선수들의 피지컬 능력이 우수하다.

#전술적인 잉글랜드, 아르헨티나전은 중앙-기니전은 측면 포커스

폴 심슨 잉글랜드 U-20 대표팀 감독은 균형주의자이며, 실리주의자다. 볼 점유 열세가 예상된 아르헨티나와 1차전에서는 중앙 지향적인 구성을 내놨다. 코널리-클라크솔터-토모리-케니의 포백 앞에 칼버트르윈-오노마-쿡-도월 등 미드필더를 두고, 솔란케와 암스트롱을 투톱으로 세웠다.

솔란케가 2선 지역으로 내려오고, 오노마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조금 전진했으나, 칼버트르윈와 도월이 측면 보다 중앙 미드필더가 가깝게 기능했다. 수비 상황아 사이드라인까지 넓게 벌리고 라인 사이를 좁혀 아르헨티나에 공간을 주지 않았다. 위험 지역으로 공이 투입되면 충분한 중원 숫자를 통해 블록 수비를 펼쳤다. 

대체로 자기 진영을 지키다 부지런히 전방 공간을 누비는 암스트롱을 향해 롱패스를 보냈다. 우측면에 배치된 도월은 왼발잡이로, 반대편 공간으로 깊숙이 찔러 넣는 전환 패스로 역습 공격의 밀도를 높였다. 칼버트르윈은 드리블보다 침투에 이은 슈팅이 좋은 선수였다.

오노마는 공격형 미드필더, 쿡은 포백을 보호하는 동시에 빌드업 미드필더로 기능한다. 풀백의 전진이 크게 활발하지 않은 가운데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실리를 추구했다. 심슨 감독은 아르헨티나전을 마친 뒤 클라우디오 우베다 아르헨티나 감독이 “우리가 공을 더 많이 쥐고 경기를 지배했다”고 하자 “3-0으로 이겼으니 우리가 경기를 지배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두 팀의 차이는 18야드 지역, 6야드 지역에 있었다. 이 지역에서 우리의 수비가 좋았고, 우리가 찬스도 잘 살렸다”고 설명했다. 

잉글랜드는 기니와 2차전에 중원 구성을 바꿨다. 투톱과 포백은 그대로였으나, 좌우 측면 미드필더에 윙어 오조와 루크먼을 투입하고, 쿡의 파트너도 메이틀런나일스로 바꿨다. 이는 아르헨티나전에 수비를 더 신경 쓰고, 기니전에 더 공격적인 선수를 넣은 것처럼 보였다. 오조와 루크먼이 전술적 규율보다 솔로 플레이로 상황을 만들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심슨 감독은 “공격적 선택, 수비적 선택이 아니었다. 새로 늘어온 선수들도 같은 능력을 갖췄다. 아르헨티나전은 오노마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넣었고, 기니전은 측면에서 잘하는 선수를 넣은 것이다. 차이는 없다고 본다”며 공격 전개 방식에 변화를 줬을 뿐이라고 했다. 더불어 주전 비주전의 실력 차가 없는 것을 잉글랜드의 강점이라 자부했다.

#영리하고 몸 좋은 잉글랜드, 한국이 극복해야 할 과제

“우리는 21명이 모두 강한 팀이다. 대회를 하다보면 11명으로 치를 수 없다. 경기가 아주 빠르게 이어지고, 회복하고, 웜업하고 훈련하는 일정을 빠듯하게 보내야 한다. 아르헨티나가 볼 점유 축구를 하면서 우리의 체력이 많이 소모됐다.” 심슨 감독은 이미 기니전에 로테이션을 진행했고, 한국전에도 신선한 선수들, 그리고 한국의 성향에 따른 전략적 선수 기용을 할 것이다.

심슨 감독은 지난 두 경기에서 잉글랜드 축구가 이전보다 발전했다는 보였다고 자부했다. 잉글랜드는 1997년 말레이시아 대회 이후 지난 20년 동안 FIFA U-20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해왔다. 아르헨티나전은 20년 만에 찾아온 승리이며, 잉글랜드가 더욱 전술적으로, 기술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르헨티나전의 3골은 단순히 잉글랜드의 전통적 킥 앤 러시 스타일이 아니라 공간을 이해하고 공을 능숙히 다룰 수 있는 지능과 기술이 결합한 플레이였다. 심슨 감독은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잉글랜드는 피지컬적인 팀, 많이 뛰는 팀이지만 기술이 좋지 않은 팀이라고 생각해왔다. 그 생각을 바꾸고 싶다. 우리도 기술적인 축구를 할수 있고, 좋은 골을 만들 수 있는 팀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강한 공격과 강한 조직력을 보여주고 싶다. 아르헨티나가 공을 오래 가졌지만 우린 규율이 좋았고 개개인의 능력도 눈부셨다”고 했다.

심슨 감독이 강조한 규율과 기술, 그리고 피지컬은 한국에겐 우승을 위해 극복하고 넘어야 할 과제다. 심슨 감독은 이길 수 있는 팀, 우승할 수 있는 팀을 구축해 이번 대회에 임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댜회의 7경기를 다 하기 위해 왔다. 더 잘할 수 있다. 강한 팀들이 많지만, 우리는 대회를 치르며 더 강해질 것이다. 이 대회는 19세, 20세 선수들이 치르면 치를수록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잉글랜드는 1,2차전에 나선 선수 가운데 한국전에 적합한 조합을 내세울 것이다. 뒷공간이 많은 한국을 상대로 여전히 암스트롱이 부지런히 뛸 것이고, 측면 주도권을 위해 루크먼과 같은 드리블로도 선발 투입을 예상할 수 있다. 1,2차전에서 무력했던 솔란케와 칼버트르윈 사이에 공격 조합의 선택이 있을 수 있다. 기니전에 부진했던 오조 대신 도월이 측면의 크로스 공급자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변수는 중원의 리더 쿡이 훈련 중 부상을 입은 것이다. 쿡은 잉글랜드 빌드업 과정 대부분의 기점을 책임진다. 잉글랜드는 한국전에서 쿡이 없는 상황의 경기 전개력을 실험할 수도 있다. 기니전에 뛰지 않은 에자리아의 출격도 예상할 수 있다. 

신 감독은 새로운 전술을 보여줄 것으로 공언했다. 중원의 핵 백승호와 역습 공격의 마침표 이승우, 스트라이커 조영욱 등 스리톱은 벤치에서 출발한다. 토너먼트에 진입하면 이 선수들을 통해 팀의 밀도를 높여야 한다. 단순히 실험하는 경기는 아니다. 경기는 26일 저녁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한다.

사진=풋볼리스트
그래픽=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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