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제주] 김정용 기자= 제주유나이티드는 대륙 대회를 평일 오후에 치러야 했다. 관중은 급감했지만, 생각만큼 큰 하락폭은 아니었다.

제주는 제주도 제주시에 위치한 제주 종합경기장에서 ‘2017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16강 1차전을 치렀다. 우라와레즈(일본)를 2-0으로 꺾는 모습을 본 관중은 1,913명이었다.

제주 홈 구장인 제주 월드컵경기장은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 쓰이고 있다. 제주의 대체 홈인 종합경기장은 서귀포시가 아닌 제주시에 있어 도민들의 접근이 더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조명 시설이 부족해 야간 경기는 열 수 없는 상태다.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이례적인 평일 오후 3시 킥오프 경기가 결정됐다.

ACL이 대체로 주말에 열리는 K리그보다 관중이 적은 편이지만 한편으로는 중국, 일본 등 라이벌 의식이 있는 타국 구단과 만난다는 점에서 매력도 있다. 제주의 앞선 세 차례 ACL 홈 경기 관중은 3688명, 2289명, 3256명이었다. 가장 관심도가 떨어지는 호주 구단 애들레이드유나이티드를 상대할 때도 2천 명을 넘긴 바 있다.

평일 낮 경기는 학생과 직장인이 찾기 힘들기 때문에 프로 구단으로서 금기에 가깝다. 이례적인 상황을 맞은 제주 관계자는 “경기 전 1,300명에서 1,500명 정도로 떨어진 관중을 예상했다”고 이야기했다. 타격이 클 경우 세 자릿수로 떨어진 관중을 봐야 할 위험도 있는 경기였다.

관중 하락폭은 예상보다 적었다. 제주 관계자는 “평일 낮 경기 자체가 아쉽지만, 올해 정책에 따라 무료표를 하나도 뿌리지 않았는데 도민들이 생각보다 많이 찾아 주셨다. ACL 경기는 리그보다 가격도 비싸다. 고무적이고 감사한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제주는 6년 만의 ACL 진출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시내 회사와 학교들에 ‘영업’을 하며 관중 유치를 준비해 왔다.

제주는 관중이 크게 널을 뛰던 과거 흐름에서 벗어나 올해 비교적 안정적인 관중 동원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관중석엔 안현범, 정운 등 스타 선수들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 패션이 많이 보였다. 관심을 갖고 보는 팬층이 확대되고 있다는 신호다. 대회 역사를 돌아보면 제주 관중이 심각하게 적은 건 아니었다. 지난 4월 알자지라(UAE)가 홈 경기 관중 36명을 두고 경기한 사례가 있다. 팬층이 얇은 팀의 특징이다.

다만 기형적인 상황인 건 여전하다. 우라와는 ACL에 참가한 동아시아 팀 중 최다 관중 기록(2007년, 59,034명)을 세웠던 팀이라 더 대조적이었다. 이날 제주 관중이 생각보다 많았던 이유 중에는 우라와 원정 서포터 100여 명도 있었다. 서포터 숫자만 보면 우라와가 제주보다 많았고, 이들은 제주 선수들이 몸을 풀 때 야유까지 해 가며 응원전을 했다.

우라와는 일본에서 가장 열정적인 홈 분위기를 가진 팀이다. 31일 원정 경기 분위기에 휩쓸릴 수 있다. 미하일로 페트로비치 우라와 감독도 열광적인 응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인정할 건 인정한다. 그러나 장쑤쑤닝 원정을 다녀왔다. 비슷한 분위기였다. 거기서 승리를 따낸 경험이 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잘 극복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관중 차이가 경기력으로 이어지진 않을 거라고 말했다.

조 감독은 지난해부터 관중을 늘리고 싶다는 말을 반복해 왔다. 이날도 경기 시간을 핑계삼기보다 제주의 관중 동원력을 스스로 높이겠다는 각오를 먼저 이야기했다. “구단 직원들의 무수한 노력,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 K리그 클래식에서 우리 위치에 비해 팬 여러분이 적게 찾아주신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에게 있다. 분발하고 노력해 더 많은 분을 경기장에 오시게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지리적 특성, 낮 경기 같은 건 문제가 안 된다. 더 질 높은 경기, 더 높은 수준으로 어필하겠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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