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한준 기자= “이승우와 백승호가 왜 FC바르셀로나 소속 선수인지 알 수 있다.” (파비안 고도이 디렉TV 기자)

아르헨티나가 화려한 기술을 선보였지만, 승리는 한국의 몫이었다. 대한민국 U-20 대표팀이 아르헨티나를 2-1로 꺾고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16강 진출을 조기 확정한 23일 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클라우디오 우베다 아르헨티나 감독과 아르헨티나 언론 기자 모두 한국 축구의 수준을 높이 평가했다.

우베다 감독은 이날 패배에 대해 “위험을 감수한 전력을 짠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결정력이 부족한 점도 문제였으나 “우리가 경기하는 방법뿐 아니라 상대팀이 가진 능력도 패배의 원인 중 하나다. 한국은 2~3명의 선수가 아주 뛰어났다”고 했다. 한국 취재진의 질문이 있기 전에 먼저 꺼낸 발언이었다.

우베다 감독에게 보다 구체적으로 한국 축구에 대한 인상을 묻자 “10번(이승우)과 14번(백승호) 선수가 아주 대단한 기술력과 능력을 갖고 있다. 축구적인 면에서 뛰어난 선수들”이라고 평했다. 우베다 감독은 “한국의 조직적인 틀 안에서, 이 두 선수의 능력이 차이를 만들었다”며 이승우와 백승호가 가진 개인 역량이 한국의 승리에 화룡점정이 됐다고 했다. 실제로 두 선수는 기니전에 이어 아르헨티나전까지 모두 득점한 수훈갑이다.

이날 경기를 취재한 아르헨티나 기자 고도이는 “한국은 전술적으로 매우 잘 훈련된 팀이다. 놀랐다. 아주 뛰어난 조직력을 갖추고 있었다. 공을 잃었을 때 절대로 공간을 내주지 않더라. 아주 인상적이었다”며 한국팀의 전력 자체에 호평을 보냈다. 우베다 감독의 전략 및 경기 준비에 비판적 시선을 보였던만큼 “한국 감독이 아주 좋은 플레이를 만들었다”며 신태용 감독에 대해서도 좋은 평가를 했다.

고도이 기자는 “센터백들이 키가 크고 강했다. 좋은 골키퍼도 보유했다. 아르헨티나엔 좋은 골키퍼가 없다. 포이트와 세네시 등 아르헨티나 센터백은 아주 아주 뛰어나지만 조직력 측면에선 미흡했고, 그래서 선제골 과정에서 실수를 범했다. 공격 마무리도 부족했다”며 한국이 더 좋은 팀이었다고 설명했다.

고도이 기자 역시 한국의 승리 배경에 바르사 듀오의 절대적 영향력이 있었다는 의견을 말했다. “한국은 기술적으로 아주 뛰어난 이승우와 백승호가 있었기 때문에 전력이 좋았다. 이승우 같은 경우 아르헨티나에서는 ‘메디아 마키나(media maquina, 반은 인간, 반은 기계)’라는 표현으로 묘사하는 선수처럼 플레이하더라. 왜 바르사 선수인지 알 수 있는 플레이를 했다. 백승호는 예상했던 역동적인 스타일은 아니었다. 포지션 플레이가 뛰어났다.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이승우는 아르헨티나의 일방 공세가 이어지던 전반 18분 조영욱의 패스를 받아 하프라인 부근부터 문전까지 단독 돌파에 이은 칩샷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고도이 기자의 표현대로 사람이 아닌 기계같은 정밀함과 경이로움을 보인 플레이다. 아르헨티나에선 리오넬 메시의 플레이에 이런 표현을 자주 쓴다. 백승호는 전반 42분 페널티킥을 확실하게 처리하며 결승골을 넣었다. 백승호는 득점 상황에서도 침착했지만, 경기 내내 한국 선수들 가운데 가장 안정적으로 공을 관리하고 연결하는 플레이로 남다른 존재감을 보였다.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은 멋진 득점을 올린 이승우의 경기력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감독이 한 선수를 논하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전체 팀으로 잘한 것이지, 어느 한 선수가 경기에서 좀 뛰어나다고 그 선수를 포장하고, 잘한다 못한다 평가를 할 경우 경기에 뛰지 못한 선수들의 사기가 저하될 수 있다. 죄송스럽지만 앞으로 우리가 가야할 길이 멀다.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말을 아꼈다. 그럼에도 기자회견 말미에 이승우의 득점 장면에 대해 “나도 짜릿했다. 너무 멋진 골이었다. 제2의 ‘난 놈’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하며 웃었다.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거둔 승리, 그리고 16강 진출 조기 확정은 분명 팀이 이룬 성과다. 원톱 조영욱의 헌신과 골키퍼 송범근의 선방 외에 수비진의 막강한 조직력, 미드필드진의 연계 플레이와 수비 가담 등 경기에 나선 모든 선수들이 힘을 모은 결실이다. 하지만 분명 차이를 만드는 선수들이 있다. 

2016/2017시즌 스페인 라리가 우승을 이룬 지네딘 지단 레알마드리드 감독도 늘 팀 플레이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본인도 특별한 선수였던 지단 감독은 “결국 차이를 만드는 것은 개인”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U-20 대표팀은 ‘원팀’이기에 강하지만, 원팀이 결과를 낼 수 있는 배경에서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바르사 듀오’의 존재가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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