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김정용 기자= 한국 남자 U-20 대표팀이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조별리그 단 두 경기 만에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2연승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엄청난 성적만큼 경기력도 나온 건 아니었다.

한국은 23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아르헨티나를 2-1로 꺾었다. 앞선 기니전 3-0 승리에 이어 2연승이다. 두 경기에서 5득점 1실점을 기록했다. 흠 잡을 데 없는 기록처럼 보인다.

실제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완벽한 경기력과는 거리가 있었다. 완승을 거둔 기니전에서 오히려 압도 당한 시간이 절반 가까이 됐다. 기니가 골 기회를 낭비할 때마다 한국이 차근차근 한 골씩 넣어 승리를 거둔 경기였다. 아르헨티나를 꺾은 저력 역시 결정력이었다. 한국은 후반 내내 수세에 몰려 있었다. 신 감독은 지난 경기에서 아르헨티나가 잉글랜드에 0-3으로 졌는데도 경기 내용은 더 좋았다고 말한 바 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신태용식 평가 기준을 적용한다면 한국 대 아르헨티나전에서도 더 나은 팀은 아르헨티나였다.

한국은 밀리는 와중에도 더 높은 집중력으로 승리를 따냈다. 신 감독은 “절대적으로 무실점 가자는 각오가 남달랐다. 홈팬들 응원에 힘입어 집중력이 훨씬 강했다”고 했다. 센터백 정태욱은 “좋은 성적 내려면 운도 필요하다 생각한다”며 “우리가 보여주고자 한 경기는 보여주지 못했다. 이 경기 비디오를 분석하면서 우리가 뭐가 부족하고 안됐는지 얘기하면서 보완하면 좋을 것 같다”며 아직 개선할 것이 많다는 걸 인정했다. 한편 클라우디오 우베다 아르헨티나 감독은 “훨씬 더 많이 경기 통제하고 기회 만들었는데, 실수의 대가가 컸다”며 승부처에서 집중력이 부족했던 걸 아쉬워했다.

신 감독은 한국이 부족했던 점을 더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더 강해지기 위해선 오늘 같이 아르헨티나가 우릴 이기고자 프레싱하고 압박하고 짓눌렀을 때 우리가 가진 패턴 플레이가 영리하게 나와야 한다. 오늘 그게 부족하지 않았나 한다.”

신 감독은 4-1-4-1과 3-4-3의 중간 형태인 포진을 가동했다. 중앙 미드필더를 통해서도, 윙백을 통해서도 빌드업을 하기 용이한 선수 배치였다. 그러나 두 가지 빌드업 루트 모두 아르헨티나의 압박에 쩔쩔매느라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신 감독이 강조하는 ‘돌려치기’ 원터치 패스도 많이 보이지 않았다. 중요한 순간에 확 살아나 두 골을 넣은 것이 승리 비결이었다.

한국은 안정적으로 공을 소유하지 못한다는 문제, 경기 운영을 능동적으로 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함께 안고 있다. 여기서 파생되는 것이 체력 문제다. 90분 내내 높은 집중력으로 계속 질주하는 축구를 하다 보니 여유 있게 이긴 기니전, 아슬아슬했던 아르헨티나전 모두 막판으로 갈수록 발이 무거워졌다. 신 감독도 “냉정하게 말하면 체력이 부족하다. 체력이 올라야 가진 기술이 빛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미드필드와 측면 수비수는 기니전, 아르헨티나전의 전술 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멤버가 바뀌며 로테이션 시스템이 가동됐다. 교체도 주로 중앙 미드필더를 대상으로 벌어진다. 체력 안배가 이뤄지고 있다.

반면 공격진은 조영욱을 중심으로 좌 이승우, 우 백승호가 고정적이다. 백승호는 두 경기 모두 체력 문제를 보이며 후반에 교체됐다. 이승우는 기니전에, 조영욱은 아르헨티나전에 각각 체력이 고갈되는 모습이 역력했다.

“오늘은 짧은 거리가 아니라 긴 거리 스프린트를 많이 해야 해서 금방 떨어졌다. 60분 정도부터였다. 힘이 빠진 뒤에도 안 뛸 수 없는 게 첫째 응원 소리 때문이고, 둘째는 미드필드와 수비를 내려다보면 동료들이 진짜 열심히 하고 있어서 나도 뛸 수밖에 없다.” 조영욱의 말은 체력이 아닌 정신력으로 막판을 버텼다는 뜻이다.

신태용호처럼 매 경기 모든 걸 쏟아 붓는 축구는 모든 순간이 매력적이고, 관중들을 흥분시키기 더없이 적합하다. 반면 선수단의 체력을 관리해 더 높은 단계까지 올라가야 한다면, 기술과 전술을 통해 체력을 관리할 필요도 있다. 마침 한국은 두 경기만에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여유가 있다.

“로테이션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섣부른 판단 보다 하루 이틀 정도 생각하고 다른 조 경기 결과도 보면서 준비해야 한다.” 신 감독도 체력을 안배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 강해질 여지가 남은 팀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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