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한준 기자= 빌드업 수준은 아르헨티나가 높았지만, 마무리 파괴력은 한국이 우위였다. 전반전에 두 골을 내준 아르헨티나가 후반전에 기세를 높이며 맹공을 퍼부었으나, 한국은 투혼의 수비를 펼치며 리드를 지켰다.

대한민국 U-20 대표팀은 23일 저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A조 2차전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2연승으로 승점 6점을 얻어 16강 진출을 조기확정했다. 

공을 다루고 연결하는 능력에서 아르헨티나는 A조는 물론 대회 참가국 전체와 견주어도 빼어났다. 공과 공간을 이해하고, 공을 다루는 데 능숙했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센터백 라인부터 중원을 거쳐 공격 지역으로 전개하는 과정은 안정적이고 매끄러웠다.

#지배력 높인 아르헨티나, 롱볼 역습 준비한 한국

하지만, 주도적인 경기를 하고도 0-3 완패를 당한 잉글랜드전과 마찬가지로 공격 지역에서 세밀함과 치명성이 부족했다. 주포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잉글랜드전에 당한 퇴장으로 뛸 수 없었던 아르헨티나는 에세키엘 폰세를 원톱으로 두고, 2선 지역에 루카스 로드리게스-에세키엘 팔라시오스-호세 코네츠니를 배치했다. 

잉글랜드전 선발 명단과 차이는 저돌적인 마르셀로 토레스 대신 기교가 좋은 ‘10번’ 코네츠니를 투입한 것. 잉글랜드에 비해 피지컬 열세가 덜한 한국을 상대로 기술력을 더 높였다. 아르헨티나는 킥오프와 함께 롱킥으로 달려들었고, 강한 전방 압박을 펼치며 적극적인 경기를 했다.

1차전에서 완패한 아르헨티나의 공세적 운영을 예상한 신태용 감독은 김승우를 포백 앞에 배치한 스리백 카드를 꺼냈다. 기니와 1차전에서 이승모를 포백 앞 조율사로 투입했던 것보다 수비를 신경 쓴 전략이다. 문전 지역에 공간을 없애 아르헨티나의 세밀한 공격 전개를 무디게 만들고자 했다.

신 감독의 작전은 주효했다. 아르헨티나는 페널티 에어리어 근방까지 쉽게 전진했으나 그 다음에는 한국의 밀집 수비에 길을 찾지 못했다.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경기를 보면서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볼을 주면 2선 침투가 상당히 좋더라. 우리가 단 한 순간 먼저 선제골을 주게 되면 무너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는 무조건 이겨야하니까,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더 강하게 나올 수 있었다. 시작할 때 4-1-4-1로 냈다. 우리 목표는 김승우를 포어리베로로 두고 커버 플레이를 의도했다. 그것이 주효했다." (신태용 감독)

김승우가 중앙 공간을 커버하는 가운데 이상민과 정태욱은 넓게 벌려 측면을 거쳐 들어오는 아르헨티나 공격을 침착하게 커트했다. 좌우 풀백 윤종규와 이유현도 수비적으로 헌신하며 상대 풀백의 오버래핑 상황에서 수적 우위를 잃지 않았다. 공격 상황에서 두 선수는 윙어 위치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해결사 없었던 아르헨티나, 이승우 있었던 한국

아르헨티나의 거센 압박에 한국의 빌드업은 잘 풀리지 않았다. 공을 다루는 능력에서 우월한 아르헨티나와 빌드업 대결에서는 분명 열세였다. 하지만 한국에는 아르헨티나에 없는 저돌성과 스피드를 갖춘 공격 옵션이 있었다. 차이를 만든 선수는 이승우였다. 전반 18분 아르헨티나는 센터백 포이트가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패스 미스를 범했고, 한국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원톱 조영욱이 능숙하게 볼을 컨트롤한 뒤 이승우의 돌파 동선으로 공을 찔러넣었다. 이승우는 좌측면 하프라인 전방에서 드리블을 시작해 문전 좌측까지 치고 들어가 골키퍼 페트롤리의 키를 넘기는 칩샷으로 득점했다. 

아르헨티나는 그동안 U-20 월드컵 트로피를 안긴 마라도나, 사비올라, 메시, 아구에로와 같은 폭발력있는 선수의 후계자를 찾지 못한 것이 이번 대회의 약점이다. 아르헨티나에 없는 폭발적인 공격수는 오히려 한국에 있었다. 

한국은 초반부터 아르헨티나의 높은 수비 라인 배후로 롱볼을 때리는 방식으로 공격 기회를 만들었다. 선제 득점 이후 만회골을 위해 더 전진할 수밖에 없는, 조급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상대 뒤통수를 때리겠다는 한국의 묵직한 공격은 더욱 치명적으로 펼쳐졌다. 전반 38분 이상헌이 절묘한 로빙 스루 패스로 아르헨티나 최종 수비의 키를 넘겼고, 조영욱이 빠르게 치고 들어갔다. 골키퍼 페트롤리가 아슬아슬하게 공을 처리했다.

한국은 2분 뒤에 유사한 플레이로 페널티킥을 얻었다. 아르헨티나 공격을 차단한 뒤 다시 빠르고 강하게 배후 공간으로 때려 넣은 공을 향해 조영욱이 달려들었고, 페트롤리와 충돌하며넘어졌다.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전반 42분 키커로 나선 백승호가 골문 좌측 하단으로 정확한 오른발 슈팅을 연결해 추가골을 넣었다. 두 번째 골까지 얻어맞은 아르헨티나는 쉬운 패스도 실수하는 등 정신적으로 무너진 모습을 보였다.

#후반전에 부활한 아르헨티나, 투혼으로 승리 지킨 한국

아르헨티나는 후반전 시작과 함께 2선 공격진을 교체했다. 로드리게스와 팔라시오스를 빼고 브리안 만시야와 토레스를 투입했다. 교체 투입은 곧 효과를 발휘했다. 후반 4분 만시야의 돌파에 이은 패스를 받아 폰세가 문전에서 김승우를 제치고 마무리 슈팅을 시도했다. 아슬아슬하게 골문 옆으로 빗나갔다. 후반 5분 콜롬바토의 스루패스를 받은 토레스가 한국 수비 배후로 빠져든 뒤 송범근과 일대일 상황에서 깔끔한 마무리 슈팅으로 만회골을 넣었다.

이후 노도와 같은 아르헨티나의 공세가 이어졌다. 조영욱은 페널티킥을 얻던 순간 입은 부상 이후 폭발력이 떨어졌고, 아르헨티나 수비는 이승우의 돌파 패턴을 파악해 제어했다. 아르헨티나는 세밀하고 빠른 패스 플레이로 경기를 장악했다. 그러나 여전히 결정력이 부족했다. 한국은 후반 20분 이상헌을 빼고 이승모, 후반 27분 백승호를 빼고 임민혁을 투입해 중원의 체력을 보강했다. 백승호는 통증을 느끼며 교체됐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29분 라이트백 몬티엘을 빼고 마티아스 사라초를 투입해 마지막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한국은 전방에 조영욱을 제외하고 수비 지역에서 벽을 쳤다. 아르헨티나가 한국의 수비벽을 두드리는 양상의 경기가 이어졌다. 

후반 41분 한국은 이진현을 빼고 하승운을 투입해 마지막 교체 카드를 썼다. 총공세에 나선 아르헨티나의 뒤통수를 다시금 가렵게 할 수 있는 공격 자원을 넣었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종료 시점까지 강한 집중력을 보이며 공세를 유지했으나 마지막 슈팅 순간의 숙제를 풀지 못했다.

"신태용 축구는 수비가 약하다. 맞는 말이다. 내가 워낙 공격 성향을 강하게 비추다보니까, 공격을 많이 하게 되면 수비가 약해보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오늘 같이 수비를 당하면서 골을 먹지 않으면 신태용 축구가 수비도 강하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두 골을 넣었으나 공격이 약하다는 소리는 못할 것이다. 오늘 선수들이 절대적으로 무실점을 하자는 각오가 담달랐다. 홈팬들의 응원까지 힘 입어서 집중력이 훨씬 강했다." (신태용 감독)

승리와 무승부의 팽팽한 갈림길. 27,058명의 관중 중 대부분이 한국을 응원했다.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은 한국은 후반 45분 결정적인 슈팅까지 막아내며 아르헨티나의 의지를 무산시켰다. 5분의 추가 시간 내내 아르헨티나의 공격이 계속됐다. 골키퍼 송범근의 선방이 이어지며 마지막까지 위기를 넘겼다.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스코어는 2-1. 한국의 승리였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래픽=한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