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2016/2017 이탈리아세리에A’ 잔류 싸움은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하게 진행되고 있다. 유벤투스의 우승에 가렸지만, 시상식 들러리 신세였던 크로토네는 누구보다 절박하게 대역전 드라마를 쓰는 중이다.

크로토네는 21일(한국시간) 유벤투스 스타디움에서 0-3으로 패배했다. 세리에A는 시즌 중반부터 가장 싱겁게 잔류 전쟁이 끝난 듯 보이는 리그였다. 크로토네, 팔레르모, 페스카라가 압도적 최하위를 멤돌았다. 그런데 4월로 들어서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크로토네가 잔류 가능한 위치로 빠르게 치고 올라가기 시작한 때다.

앞선 29경기에서 단 3승에 그쳤던 크로토네는 30라운드 키에보전에서 승리한 뒤 7경기에서 5승 2무를 거두는 엄청난 상승세로 승점을 빠르게 쌓아 나갔다. 명문 인테르밀란을 상대로 승리했고, AC밀란과 무승부를 거뒀다. 모든 승리가 한 골차였다. 놀라운 집중력과 승부 근성이 극한의 상황에서 발휘됐다.

막판 상승세를 이끈 건 젊은 이탈리아 선수들이었다. 사수올로에서 임대 온 공격수 디에고 팔치넬리는 무패 기간에만 4골 1도움을 기록하며 시즌 12골을 달성, 이탈리아 국적 중 5위에 해당하는 득점을 기록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선수가 한 시즌만에 이탈리아 중상위권 팀들의 영입 대상으로 부상했다.

사수올로에서 실패한 유망주로 판명된 마르셀로 트로타는 아예 자유계약으로 크로토네 유니폼을 입었고, 무패 기간에 1골 4도움으로 맹활약했다. 크로토네는 무패 기간 동안 경기 평균 1.43득점 0.71실점을 기록했다. 그 전까지 경기당 0.72득점 1.69시점을 내준 것에 비하면 골은 두 배, 실점은 절반으로 떨어뜨렸다.

연승 행진의 마지막 경기였던 우디네세전은 특별한 관중이 함께 했다. 4월까지 주전으로 뛰던 측면 공격수 아드리안 스토이안이 바이러스 감염 증세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고열에 시달리는 스토이안은 입원 치료를 받았는데 절묘하게도 병원이 홈 구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스토이안은 창문에 매달려 동료들의 승리를 빌었고, 잔디 위 선수들은 스토이안의 12번이 쓰인 옷을 입고 몸을 풀었다. 크로토네가 정신적으로 얼마나 강인한 상태인지 보여주는 일화였다.

용감무쌍한 행보가 유벤투스 원정에서 끝나버렸지만, 다비데 니콜라 감독은 “다음 주말에 꿈을 위해 또 뛸 것이다. 오늘 경기에서 모든 걸 바쳤기에 후회는 없다”며 안타까움보다 자긍심이 더 강한 소감을 남겼다. 같은날 엠폴리 역시 아탈란타에 0-1 패배를 당한 것이 크로토네로선 다행이었다. 크로토네는 잔류 하한선인 17위 엠폴리를 승점 1점차(엠폴리 32, 크로토네 31)로 추격하고 있다.

마지막 매치업은 크로토네에 불리하다. 크로토네는 29일 오전 3시 45분 4위 라치오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라치오가 4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5위 아탈란타의 추격을 뿌리쳐야 하기 때문에 진검 승부가 벌어져야 한다. 반면 같은 시간 엠폴리는 19위 팔레르모의 홈인 시칠리아 섬으로 원정을 떠난다. 원정이라는 부담보다는 팔레르모가 아무런 동기부여 없는 상태라 갖는 이점이 더 크다.

크로토네는 스타가 되지 못한 선수들의 집합소다. AS로마 유소년팀 출신 알레안드로 로시, 인테르밀란 유소년 출신 로렌초 크리세티그(볼로냐에서 임대), 사수올로에서 밀려난 트로타 등이 한 축이다. 한편으론 하부리그부터 악착같이 올라온 지안마르코 페라리, 스웨덴 리그에서도 대성하지 못한 채 크로토네에 도전 중인 스웨덴 대표 마르쿠스 로흐덴 등 신분이 사다리를 오르려는 선수들이 있다.

이번 시즌이 크로토네 107년 역사상 최초로 올라온 1부 리그였다. 지난 2015/2016시즌에는 세리에B(2부)에서도 강등권 전력으로 평가받았을 정도로 재정이 빈궁했다. 당시 크로토네가 밝힌 팀 총급여는 약 50억 원으로, 빅 클럽 주전급 선수 한 명의 연봉과 비슷한 액수였다. 유럽 1부에서 도무지 경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현재 성적은 상식을 뛰어넘었다. 44세 초보 감독 니콜라는 감독 목숨이 파리 목숨인 세리에A에서 한 시즌을 온전히 지휘하며 선수들에게 투지를 불어넣고 있다.

가난한 하위권 팀 중에서도 유독 재정이 빈궁한 크로토네는 기적적인 잔류를 꿈꾸고 있다. 기적까지 단 한 경기가 남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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