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제주] 김정용 기자= 제주유나이티드는 뛰어난 공격수가 잔뜩 있는 팀이지만, 그 중에서도 ‘10번’과 ‘가짜 9번’을 오가는 마르셀로의 비중은 가장 크다.

제주는 24일 제주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16강 1차전에서 우라와레즈에 2-0으로 승리했다. 마르셀로는 전반 7분 선제골을 넣어 승리로 가는 문을 열였다.

마르셀로는 선발 공격진 세 명 중 유일하게 풀타임을 소화하며 경기 내내 큰 영향력을 미쳤다. 미하일로 페트로비치 우라와 감독은 “오늘은 특별히 10번이 더 위협적이었다. 10번이 공간을 잘 활용하기 때문에 다음 경기에서 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K리그에서 37경기 11골 9도움을 기록해 뛰어난 공격수로 평가받았던 마르셀로는 이번 시즌 기록이 더 올라갔다. K리그에서 10경기 만에 6골 2도움, ACL에서 7경기 3골 1도움을 기록했다. 두 대회 모두 팀내 최다 득점자다. K리그 최다골을 넣고 있는 제주의 득점력에서 마르셀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마르셀로는 플레이스타일이 독특한 선수다. K리그에서 활약하는 브라질 출신 섀도 스트라이커는 드리블이 뛰어난 선수가 주류를 이룬다. 마르셀로는 공을 잘 다루지만 스피드가 빠르진 않고, 상대 수비 사이를 헤집고 다니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대신 상대 수비가 예상하기 힘든 위치로 움직이며 공을 받고, 볼 키핑 능력과 창의적인 패스로 기회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특기다.

포지션을 2선으로 바꾸면서 마르셀로의 창의성이 더 살아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최전방 공격수를 맡았지만 조 감독은 “마르셀로는 원래 2선에서 뛰어난 선수다. 골대를 보고 공을 받을 때 실력이 나온다. 작년엔 마땅한 공격수가 없어 마르셀로를 전방에 세운 것”이라며 지금 위치가 더 잘 맞는다고 말했다. 최전방에서는 골대를 등지고 플레이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2선에서 공격 방향을 바라보며 플레이할 때 마르셀로의 기량이 더 잘 발휘된다는 설명이다.

마르셀로의 개성은 최전방에 섰을 때 자연스럽게 ‘가짜 9번’ 역할을 하게 만든다. 그리 빠르지 않은 마르셀로가 자연스럽게 최전방을 비우고 2선으로 이동하면 동료 선수들이 전방으로 침투하며 마르셀로의 패스를 받을 수 있다. 공격수(9번) 위치에 있지만 득점 상황에서는 동료 선수의 침투를 도와주며 전형적인 ‘가짜 9번’의 동선을 보이기도 한다.

문전 침투와 중거리 슛 등 전형적인 섀도 스트라이커의 득점루트뿐 아니라, 헤딩슛과 전방 압박 등 몸으로 부딪치는 플레이 역시 마르셀로의 장점이다. 마르셀로는 전북을 4-0으로 꺾었던 지난 K리그 클래식 경기와 이번 우라와전에서 모두 헤딩골을 넣었다. 184cm 신장에 비해 탄탄한 체격, 좋은 헤딩 타이밍을 가졌다.

제주가 수비진을 탄탄하게 갖추고 역습 위주로 플레이하려 할 때 마르셀로의 압박은 중요한 무기다. 상대가 안이하게 공을 돌리는 모습을 포착하면 바로 달려들어 공을 빼앗은 뒤 속공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우라와를 상대로 마르셀로의 가로채기와 실수 유발 능력은 여러 차례 빛을 발했다.

32세 마르셀로는 조 감독의 요구를 훌륭하게 수행하며 K리그와 ACL 모두 순항하는 핵심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시즌 초 득점이 뜸했던 것과 달리 최근 10경기에서 7골 3도움을 몰아치며 경기당 공격 포인트 1.0개씩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