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김정용 기자= 조영욱은 이승우, 백승호와 동등한 존재감으로 공격을 이끄는 당당한 중심 선수가 됐다. 골은 없지만 공격에 헌신적으로 쏟은 에너지는 조영욱이 가장 컸다.

23일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A조 2차전에서 한국이 아르헨티나를 2-1로 꺾었다. 한국은 전반 18분 이승우, 전반 42분 백승호의 골로 앞서 나갔다. 후반 6분 마르셀로 토레스에게 추격골을 내준 뒤 후반전 내내 고전했지만 한 골차 리드를 지켜 결국 승리했다. 두 경기만에 2승을 거둔 한국은 16강 진출을 일찍 확정했다.

공격진은 한국에서 가장 안정된 조합을 갖췄다. 조영욱이 이승우, 백승호 사이에서 뛰는 주전 공격수로 확실히 자리를 굳혔기 때문에 완성된 조합이다. 20일 기니전과 사흘 뒤 아르헨티나전의 미드필더, 수비수들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스리톱 구성은 그대로였다.

이승우가 ‘한 방’으로 경기를 뒤집고, 백승호가 밸런스 유지에 꾸준히 도움을 주는 한편 조영욱은 역습의 중심으로 활약한다. 전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백승호가 후퇴해서 미드필더들과 합세할 때도 한국의 빌드업은 불안한 편이다. 안정적으로 공을 전개하지 못하는 건 한국의 약점이다. 공격 전개가 막히면 공격수에게 롱 패스를 해야 한다. 177cm 조영욱은 체격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 수비수들 사이에서 맹렬하게 움직이며 롱 패스를 따내기 위해 노력했다.

조영욱의 악착같은 투지가 가장 잘 보인 장면이 페널티킥이었다. 롱 패스를 받으러 달려든 조영욱은 충돌을 불사하고 먼저 머리를 댔고, 뒤늦게 프랑코 페트롤리 골키퍼가 덮쳤다. 머리를 맞고 한동안 쓰러져 있던 조영욱은 들것에 실려 나갔다가 잠시 후 경기장으로 돌아왔다. 주심은 페트롤리에게 경고를, 한국에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백승호가 이 킥을 마무리하며 한국이 점수차를 벌렸다.

조영욱은 테크닉이 좋은 선수는 아니다. 신태용 감독은 “영욱이가 세기는 부족하지만 잘 해주고 있다”고 말한다. 기술보다 집중력과 빠른 판단을 통해 연계 플레이를 하고 윙어들을 돕는다. 이승우의 선제골 상황에서도 조영욱이 상대 선수 한 명을 등으로 밀며 재치 있게 연계를 해 줬기 때문에 이승우가 돌파를 시작할 수 있었다. 후반전 초반에도 조영욱이 수비수 사이에서 넘어지며 패스를 내줬고, 이승우가 드리블로 전진했다. 체격이 작은 이승우의 몸싸움을 대신 해 주며 공간을 만든 것도 조영욱의 조력이었다.

한국이 주도권을 잃고 밀릴 때, 조영욱은 최전방에 혼자 남아 수비 서너 명과 외로운 몸싸움을 벌여야 했다. 계속 밀려 넘어지는데 반칙 선언이 되지 않자 주심에게 격렬하게 항의하다가 후반 11분 경고를 받기도 했다.

후반 막판으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진 조영욱은 중앙선 근처를 터덜터덜 걸어 다니며 단 한 번의 패스라도 살리기 위해 늘 종료들을 주시했다. 한국 승리의 주역을 꼽을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됐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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