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수원삼성은 3연승에서 멈췄고, 울산현대는 3연승에 도달했다. 전국에 미세먼지 특보가 내린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울산의 ‘KEB하나은행 K리그클래식 2017’ 10라운드 경기는 대체로 루즈했다. 주중 경기 이후 AFC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까지 앞둔 두 팀은 체력 부담이 큰 와중에 미세먼지의 습격까지 받아 활기찬 경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역습하기 좋은 날이었다.

볼을 소유하고 만들어가는 축구를 추구하는 수원보다, 속도를 앞세워 역습하는 울산에게 더 수월한 경기였다. 울산이 이미 AFC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탈락해 이어지는 호주 원정에 대한 부담이 없는 반면, 수원은 광저우 원정에서 승리하면 16강에 오를 수 있어 힘을 뺐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전 경기 베스트에서 8명을 바꿨다”고 했다. 염기훈과 김민우는 부동의 주전 선수도 벤치에서 출발했다.

수원의 골문도 신화용 대신 양형모가 지켰다. 골키퍼의 경우 필드플레이어와 비교하면 체력 부담이 덜하지만 서 감독은 “계속 주중과 주말로 이어지는 경기에 나서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쉼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며 양형모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양형모가 나설 때마다 잘 해줬다.” 

곽광선 민상기 구자룡이 스리백으로 서고, 신인 이상민이 좌측면에 배치됐다. 조원희과 김종우, 장호익이 중원을 구성하고 산토스 조나탄 서정진이 스리톱을 구성한 수원은 측면 보다 중앙에 집중한 축구를 했다. 서정진이 전북전 파울로 입은 장기 징계에서 돌아온 것은 타이트한 일정을 소화하는 수원에 호재였다. 

지난해 울산과 서울이랜드로 임대를 다녀온 서정진은 전성기 컨디션을 보이지 못해왔다. 서 감독은 “자기 스스로 깨고 나와야 한다”고 했는데, 이날은 장기 결장 후 복귀라는 점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신인 이상민에게도 울산은 버거웠다. 결국 두 선수 모두 전반 종료와 함께 김민우 염기훈과 교체됐다.

#선제골이 야기한 차이, 오르샤-리차드가 이끈 울산 역습

사실 서 감독은 김민우와 염기훈을 최대한 아끼고 싶었다. 오히려 스트라이커 조나탄에게 빨리 휴식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전반전에 두 골을 내주고 끌려가면서 김민우 염기훈의 조기 투입이 이뤄졌고, 조나탄을 박기동으로 바꿔주는 시점도 후반 27분경으로 지연됐다. 

수원이 공을 쥐고 중앙 공격에 집중하면서 울산은 측면을 통해 역습을 가하자는 전략이 잘 먹혀들었다. 수원은 전반 8분 장호익 조나탄 서정진으로 이어진 패스 플레이에 이은 조나탄의 슈팅이 골포스트를 때리며 무산된 것이 아쉬웠다. 이 골이 들어갔다면 울산이 선수비 후역습 자세를 견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울산은 원톱 이종호의 뒤에 오르샤 한상운 김승준이 배치됐고, 이영재와 정재용이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로 섰다. 이명재 강민수 리차드 김창수가 포백을 이뤘는데, 수비 라인은 배후 공간을 안정적으로 지키는 형태의 경기를 했다. 공격 지역에 포진한 일부 선수들로 역습 패턴을 만들어 수원의 배후 공간을 노렸다.

울산 공격은 출중한 돌파력과 슈팅력을 갖춘 오르샤에게 집중됐다. 수원은 라이트백 장호익이 뒤로 빠르게 내려오거나, 구자룡이 측면까지 커버하고 센터백 민상기까지 오르샤의 동선을 커버하며 대응에 나섰다. 

경기 후 만난 민상기는 “시즌 내내 치른 오르샤의 경기를 봤고, 뛰어난 선수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오르샤에 대한 대비는 잘 됐다”고 했다. 실제로 오르샤는 이날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울산의 골은 모두 오르샤를 기점으로 나왔다.

오르샤는 전반 32분 김승준의 패스를 받아 수원 배후를 질주한 뒤 슈팅을 시도했는데 골키퍼 양형모의 선방에 막혔다. 흐른 볼을 김승준이 밀어 넣어 울산이 앞서갔다. 울산은 전반 44분 오르샤의 돌파에 이은 이명재의 패스와 김창수의 크로스 패스를 수비수 리차드가 달려들어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해 2-0으로 달아났다. 

오스트리아 수비수 리차드는 제공권에 취약점을 보이지만 대인 수비력과 볼 줄기를 끊는 능력, 역습 상황시 패스 코스 설정 및 공격에 가담하는 플레이 등 전술적인 면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리차드는 자신이 역습의 시발점 역할을 한 뒤 최종 마무리를 했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리차드가 공격성을 갖고 있는데 오늘 잘 발휘됐다. 오늘 정말 잘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 할 것 같다”며 칭찬했다. 리차드의 골이 울산이 후반전을 더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바탕이 됐고, 결국 결승골이 됐다. 서 감독도 “전반전에 역습으로 두 골을 내준 것에 패인”이라고 했다.

#발톱 숨기고 수비 집중한 울산의 후반전

2-0 리드 상태에서 후반전을 맞이한 울산은 실리적인 경기를 했다. 수원이 염기훈 김민우, 그리고 박기동까지 차례로 투입하며 공세의 불을 당긴 가운데 맞불을 놓지 않았다. 후반 11분 만에 스트라이커 이종호를 빼고 윙어 김인성을 투입했다. 김승준을 최전방으로 올렸다. 후반 28분에는 공격형 미드필더 한상운을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를 투입했고, 후반 38분에는 중앙 미드필더 이영재를 빼고 센터백 정승현을 투입했다.

울산은 철저하게 굳히기에 나섰다. 김인성 투입 후 울산 선수들의 중원 수비력이 높아졌고, 박용우 투입으로 포백 앞 지역의 밀도가 높아졌다. 정승현이 들어오 뒤에는 아예 5백 수비를 구축해 문전에 7~8명이 선수들이 포진해 공간을 주지 않았다. 발빠른 오르샤와 김인성을 통해 간헐적 역습만 펼치고 리드를 지키는 데 집중했다. 

수원이 후반전을 주도했다. 전반전에 여러번 좋은 역습 공격을 펼친 울산은 후반전에 완전히 침묵했다. 어쩌면 너무 이른 굳히기 시도가 울산의 공격 균형에 악영향을 준 것처럼 보였다. 결국 수원은 후반 29분 김종우가 만회골을 넣었고, 이후 대대적인 공세를 폈다. 그러나 김종우의 득점은 잘 걸린 중거리슈팅이었다. 문전 지역에서 기회를 만들지는 못했다. 울산은 후반전에 거의 공격하지 못했으나 버티기에 성공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체력적인 부분에서 힘든 상황을 염려했다. 마지막까지 버티는 힘을 보여줬다”고 했다. 후반전의 소극적 경기 운영이 선수단의 체력 상태로 인해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실시간으로 먼지가 쌓이는 게 보였을 만큼 심각했던 미세먼지의 영향도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울산은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경기를 하면서 승점 3점을 가져갔다.

반면 수원은 후반전에 만회를 위해 총력을 쏟았으나 패배하고 말았다.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의 수원 개최로 인해 광저우와 ACL 원정 경기부터 5월 내내 리그 일정도 모두 원정으로 치러야 하는 수원은 이달 마지막 홈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해 잔여 일정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서 감독은 “당분간은 체력 회복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