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2016시즌 K리그클래식에서 ‘깃발전쟁’을 벌였던 수원FC과 성남FC는 2017시즌 나란히 K리그챌린지(2부리그) 무대로 내려왔다. 두 팀의 대결에 2016시즌만큼의 기대가 모이지 않고, 승리하면 상대 경기장에 구단기를 꽂는 이벤트도 사라졌다. 하지만 두 팀간의 대결은 여전히 중요하다.

두 팀 모두 강등을 겪었지만 전력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원FC는 오히려 전력이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았고, 성남FC는 박경훈 감독 체제로 리빌딩을 시작해 기대를 받았다. 11라운드까지 일정을 진행한 현재 순위표상으로는 두 팀 모두 불만족이다.

시즌 개막 전 우승후보로 지목되기도 했던 수원FC는 6위로 쳐져 있다. 4승 4무 3패로 승점 16점. 5위 FC안양과 동률이지만 다득점에서 밀렸다. 수원은 1차 라운드 중반에 4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하며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놓친 것이 문제였다. 

초반 3연승으로 출발이 좋았던 수원FC는 이승현 백성동 임창균 서상민 등 화려한 2선 공격진이 기대에 부응하는 플레이를 보였다. 4월부터 날이 더워지고, 주중 경기가 진행되면서 부상과 체력 저하 등으로 밀도가 떨어졌다. 특히 최전방 공격수 포지션에 서동현과 모재현, 브루스 지테가 차례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 마침표를 찍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불안요소를 모두 드러낸 수원FC

시즌 세 번째 패배를 당한 성남FC와 경기에는 얇은 스쿼드의 한계,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몇몇 포지션의 취약점이 드러났다. 브루스가 부상에서 회복했으나 전방에서 고립됐다. 올 시즌 개막 후 첫 출전 기회를 잡은 미드필더 가빌란은 한 순간도 매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준호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가운데 황재훈이 경고 누적, 김민제가 부상으로 이탈한 풀백 포지션에는 본래 미드필더 자원으로 뽑은 신인 배지훈과 민현홍이 좌우 풀백으로 나섰다. 성남전 패배는 측면 싸움의 패배에 기인한다. 이창훈 이지민 김영신 이성재 등이 수원FC의 측면 지역을 지속적으로 흔들며 경기 주도권을 가져갔다. 

성남의 골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박성호의 헤더를 통해 나왔지만 수원FC가 무뎠던 배경에는 측면의 간격이 벌어지고, 2선의 템포가 떨어진 게 가장 큰 문제였다. 후반전에 임창균이 투입된 이후 공격 템포가 살아났지만, 임창균은 체력에 숙제가 있고, 서상민도 풀시즌을 치를 수 있는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시즌 후반기 수원FC의 기세를 높였던 권용현과 같은 저돌적인 공격 연결 고리가 필요하다. 이미 낙제점을 받은 가빌란은 여름 이적 시장 기간에 정리 가능성이 높다. 가빌란을 보내고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풀백 포지션도 기존 스쿼드 상에는 답을 찾기 어렵다. 조덕제 감독이 추구하는 ‘닥공’을 구현하기 위해선 영입이 절실한 포지션이다. 수원FC는 여름 이적 시장에 풀백 보강 역시 알아보고 있다. 신인 선수들로 대체하려던 생각이었으나 최근 성적 부진으로 영입 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

#이겼지만 숙제 여전한 성남FC

10라운드 서울이랜드전 패배로 최하위로 추락했던 성남은 수원FC전 승리로 9위로 올라섰다. 승점 9점으로 여전히 승격권과 거리가 멀지만,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었던 승리다. 이 경기에서는 박성호가 골대를 때린 슈팅을 비롯해 득점포를 가동하며 황의조에 대한 의존증을 줄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었다.

하지만 박성호는 이 두 장면을 제외하면 대체로 고립되어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성남의 측면 공격 시도는 몇 차례 좋은 모습이 있었으나 일대일 상황에서의 우위였다. 패스 플레이를 통해 만들어가는 플레이는 미흡했다. 조직의 유기성이 떨어지니 원톱이 제 기능을 못했다. 측면을 흔들고도 슈팅으로 연결할 수 있는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 전반전을 대체로 주도한 성남은 슈팅 1회, 유효슈팅 0회를 기록했다.

성남은 선제 득점 이후 김동희, 황의조, 비도시치를 투입하며 공격 자원을 투입, 4-2-3-1에서 4-4-2로 전환하며 실리적인 경기 운영으로 1-0 리드를 잘 지켰다. 하지만 추가골을 넣을 만한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여전히 공격 과정은 날카롭지 못했다. 수비 상황에서는 오르슐리치의 개인 능력이 돋보였지만 수원FC 자체의 공격적인 문제가 더 커보였다.

수원FC는 시즌 개막 후 가장 나쁜 경기력을 보였다. 성남이 이날 승리로 향후 일정에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여전히 성남은 중앙 지역에서 볼을 소유하고, 경기 템포를 조율할 수 있는 베테랑의 부재로 색깔 없는 경기를 하고 있다. 김두현이 부상에서 돌아와 벤치 명단에 포함됐으나 혼자 힘으로 성남을 되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장은은 여전히 부상 중이다.

성남은 수원FC전 선발 명단에도 절반 이상이 영입 선수였고, 이 선수들 모두 개막 후 일정의 절반 정도만 소화한 선수들이다. 손발이 맞지 않는 상황이 여러 차례 있었다. 그로 인해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시즌 초반 부진으로 시 차원의 자금 지원도 줄어들게 된 성남은 여름 이적 시장에 영입 등 반전 카드를 모색하기도 어렵다.

선두 경남에 승점 19점, 4위 부천에 승점 8점을 뒤져 있다. 다음 경기 상대는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안양이다. 수원FC전 승리에 취하기보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를 풀어야 한다. 수원FC전 승리는 심리적 모멘텀이 될 수는 있지만, 팀이 가진 구조적 문제점의 개선 희망을 찾기엔 부족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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