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풋볼리스트=포항] 김동환 기자= 포항스틸러스가 '숙적' FC서울과의 대결에서 극적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K리그 최고 공격수 중 한 명인 데얀의 두 골로 서울이 앞섰지만, 룰리냐의 멀티골과 심동운의 득점에 힘입은 포항이 3-2 역전승을 거뒀다.
포항과 서울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가 펼쳐진 6일, 포항스틸야드는 그야말로 뜨거운 용광로였다. 최근의 3연패 고리를 끊었고, 포항을 너무나 잘 아는 '황새'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서울을 제압했기 때문이다.
역전 드라마는 희망을 안겼다. 포항이 K리그를 제패하고, 아시아 무대를 제패하던 시절.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리는 시점 까지 '포기'라는 단어가 포항의 사전에 없던 시절의 향수가 스틸야드를 가득 채웠다. 중심에는 K리그 2년차에 접어든 브라질 출신의 외국인 선수, 룰리냐가 있었다. 후반 10분 첫 골을 기록한 룰리냐는 종료 직전 추가시간에 역전골을 성공시키며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 브라질까지 날아가 영입한 ‘기대주’
룰리냐는 지난 2016년 시즌 중 영입한 자원이다. 당초 ‘특급 외국인 선수’로 기대를 받았다. 브라질 명문 코린치앙스 유소년 클럽 출신으로 브라질 17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을 거쳤다. 지난 2007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활약한 바 있다. 당시 대회를 앞두고 펼쳐진 남미 지역예선에서 7경기 12득점을 기록하며 ‘제 2의 호나우지뉴’라는 평가를 받았다. 청소년 대표팀에서는 파투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룰리냐는 당시 첼시를 비롯한 유럽 복수의 명문 구단으로부터 관심을 받았지만 브라질에 남았다. 2007년 코린치앙스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해 포르투갈의 에스토릴, 올랴넨시를 거쳤지만 2013년 브라질로 복귀해 레드불, 보타포구등에서 활약했다. 올 시즌은 히바우두가 구단주로 일했던 바 있는 모지미링에서 활약했지만 지난 4월 계약이 종료됐다.
룰리냐 영입 당시 포항은 상당한 공을 들였다. 코칭스태프가 직접 브라질로 건너가 1개월 이상 체류하며 옥석 고르기를 진행한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지난 시즌 룰리냐는 18경기에 출전했지만 2골 1도움에 그쳤다. 룰리냐는 당시에 대해 “후반기에 합류해 적응이 힘들었다. 시즌 초부터 팀과 손발을 맞추지 못했고, 그라운드에서 제대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했다. 그 사이 포항은 하위스플릿과 강등권 위기를 겪었고, 외국인 선수 전면 교체설까지 나돌았다.
# 최순호 감독과 동료들의 믿음
하지만 최순호 감독은 룰리냐를 지켜냈다. K리그에서 충분히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룰리냐는 올 시즌 동계훈련을 100% 소화했다. 첫 시즌 체력적인 부분 등에서 K리그 적응에 힘든 부분이 있었기에 더욱 노력했다. 룰리냐는 “최순호 감독님이 원하는 부분이 명확했다.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고 보완하길 원했다”고 했다. 시즌 초반이지만 룰리냐는 8경기에 출전해 5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리그 득점 1위 데얀(7골)에 이어 마르셀로, 김신욱, 양동현 등과 함께 2위를 달리고 있다. 2016년과 비교하면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룰리냐는 팀의 분위기가 활약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최순호 감독님 부임 이후 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선수들에게 강한 신뢰를 주고 있다. 모두가 느끼고 있다”며 “서울과의 경기에서도 0-2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동료들과의 신뢰, 팬들과의 신뢰, 그리고 코칭스태프의 신뢰가 있었기에 모두가 자신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사실 상당히 어려운 경기가 될 수 있었지만, 서로의 신뢰가 자신감을 만들었고 역전극이 펼쳐졌다”고 덧붙였다. 룰리냐는 서울과의 경기에서 첫 번째 득점을 기록한 후 센터서클로 달려가 더 많은 응원을 보내달라는 듯 동료들과 관중들에게 손짓하는 세레머니를 펼쳤다. 경기 종료 후 룰리냐의 손짓은 승점 3점으로 돌아왔다.

# 국내 선수, 외국인 선수 구분은 없다
팀 구성원과의 믿음은 룰리냐가 스스로 장벽을 허물고 일원이 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포항은 한동안 외국인 선수 운용을 효율적으로 하지 못했다. 룰리냐와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은 라자르가 제일 먼저 팀을 떠났고 알리 역시 최근 포항과 계약을 정리하고 떠났다. 마쿠스 역시 중도 계약 해지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룰리냐 그리고 무랄랴에게 쏟아지는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룰리냐는“경기장에 들어설 때 마다 부담이 되지만 이겨내야 한다고 각오를 다지고 나선다. 그럴 때 마다 더 좋은 모습이 나왔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부담감 보다 안도감을 느낀다”고 했다.
룰리냐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은 팀의 일원으로서 가지는 각별한 책임감 때문이다. 룰리냐는 “구분이 없다”고 했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특별 대우 혹은 높은 기대치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등한 팀의 구성원으로 승리에 대한 책임 혹은 부담을 동일하게 나누고 있다는 뜻이다. 룰리냐는 “외국인 선수 구성에 변화가 많았지만, 팀이 강해지는 과정이다. 스스로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모든 선수들이 마찬가지다. 무랄랴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며 “최순호 감독이 상당히 많은 스킨십을 하고 있다. 점심 식사를 자주 함께 한다. 외국인 선수라서 외국인 선수이기에 특별히 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선수들에게 강한 스킨십을 보여주고 있다. 감독님이 선수단 전원에게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 룰리냐의 ‘스틸러스 드림(STEELERS Dream)’
팀에 대한 적응, 자신감, 구성원간의 신뢰는 룰리냐가 스스로 자신의 존재감을 뽐낼 수 있게 만들었다. 룰리냐에게도 서울은 어려운 상대였고, K리그 최고의 골잡이 데얀의 존재를 의식할 수 밖에 없었다. 룰리냐는 “결과적으로 포항과 서울의 외국인 선수가 득점 싸움을 했다. 나란히 두 골을 기록했지만, 팀이 승리한 것은 포항이다. 경기 종료 후 팀의 승리 덕분에 나도 웃었다”고 했다. 이어 “올 시즌에는 꼭 목표를 이루고 싶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고 했다. 스스로 선봉장에 서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룰리냐는 양동현과 함께 팀 내 득점 1위다. 하지만 득점 욕심은 없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득점에 대한 욕심 보다 팀의 승리에 대한 욕심이 더 크다. 경기를 소화하면서 점점 나의 장점을 더 발휘하게 되는 것 같다. 최전방 자원인 양동현을 비롯한 동료 선수들에게 패스를 주고, 활발하게 이동하며 공간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물론 기회가 오면 득점도 하고 싶다. 개인의 득점보다 팀의 승리가 먼저다”고 했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룰리냐에게 포항에서 이루고 싶은 꿈을 물었다. 룰리냐는 “클럽하우스와 경기장에는 포항의 옛 우승 사진이 있다. 사진 속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K리그 우승 사진, ACL 우승 사진 속에서 환호하는 일원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포항을 떠난 후에 누군가가 그 사진을 보고 꿈을 가질 수 있는 선수, 팬들이 기억할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고 했다. 언젠가 스틸야드를 달릴 누군가의 롤 모델, 누군가의 행복한 추억으로 오래도록 포항에 발자국을 남기는 것이 룰리냐의 ‘스틸러스 드림’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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