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팀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욕설을 하고 폭력을 휘두른다고 말하면 모든 게 정당화 될 수 있을까? 바스티아에서 일어난 올랭피크리옹 선수 폭행사건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축구장은 꿈의 극장이다. 때때로 볼썽사나운 영화가 상영되기도 한다는 게 문제다.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양 팀 선수 간의 다툼이나 판정 불복 그리고 고의적인 파울은 주연 배우들 문제다. 하지만 더 큰 일은 관중들이 난입했을 때 벌어진다. 관중석에서 양 팀 팬 간 싸움이 종종 벌어진다. 가장 심각한 일은 관중이 선수를 폭행하는 일이다.

 

“나는 믿기지 않는 광경을 봤다.”

 

장-미셸 올라 올랭피크리옹 회장은 한국시각으로 17일 새벽 프랑스 푸리아니 스타드 아르망-체사리에서 한 ‘2016/2017 프랑스 리그앙’ 33라운드 바스티아 경기가 취소된 후 큰 불만을 터뜨렸다. 경기 시작 전과 전반 끝난 후 바스티아 팬들이 리옹 선수들을 그라운드로 난입해 공격했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바스티아 팬들은 리옹 선수단 버스를 막아 섰다.

 

올라 회장은 “로페스가 폭행당했고, 고즐랑(후보 골키퍼)도 마찬가지다. (장-필리프) 마테타도 당했다. 경기장 안전요원이 우리 선수를 가격하는 걸 봤다”라고 흥분했다. 브뤼노 제네시오 감독도 경기 시작 전부터 “전쟁하러 가지 않겠다”라며 경기를 거부했다. 그는 “경기를 멈춰야만 한다”라고 수 차례 반복해서 말했다.

 

바스티아는 코르시카섬을 연고로 한 팀이다. 나폴레옹 고향으로 유명한 코르시카는 프랑스 색채와 이탈리아 색채가 혼합된 곳이다. 프랑스 내에서는 색다른 곳으로 유명하고, 범죄자가 많고 거칠다는 오명도 지니고 있다. 코르시카 연고팀인 바스티아와 아작시오 팬들은 리그 내에서도 악명 높기도 하다.

 

바스티아는 이번 시즌 OGC니스와 경기에서 팬들이 마리오 발로텔리에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승점 1점 감점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 정도는 약과다. 바스티아는 1994년에 큰 일을 치른 바 있다. AS모나코와 바스티아 경기는 전반이 끝난 뒤 28분 동안 중단됐다. 바스티아 팬들이 클로드 퓌엘 감독과 선수들을 폭행했기 때문이다.

 

이날 바스티아 선수 로랑 모라키니는 AS모나코 에릭 디 메코를 머리로 들이 받아 코를 부러뜨리기도 했다. 경기는 2-2로 끝났지만, 프랑스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바스티아에 폭력사태 책임을 물어 AS모나코에 2-0 승리를 선사했다. 1989년에도 바스티아 팬들은 디종 선수와 심판을 폭행했다. 이로 인해 바스티아는 중립 지역에서 홈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코르시카 혈통으로 1994년 당시 AS모나코 골키퍼로 뛰었던 장-뤽 에토리는 이번 사건과 당시 일을 떠올리며 괴로워했다. “끔찍한 일이다. 이런 사건은 코르시카를 나쁘게 말하는 이들에게 좋은 핑계거리를 주게 된다.” 에토리는 당시 팬들이 자신에게도 위해를 가하자 “동네로 와라. 에토리 가(家) 사람들이 맞아줄 것이다”라고 소리쳤던 일도 털어놨다.

 

“나는 코르시카 혈통이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하지만 이런 일은 받아들일 수 없다.”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하지만 가끔씩 축구장 안에서 일어난 언어, 신체 폭력을 정당화 하려는 이들이 있다. 팬이라는 이름으로, 구단을 사랑해서 그랬다는 핑계로 이를 정당화하고 반성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바스티아팬들이 리옹 선수를 향해 휘두른 폭력도 발로텔리를 향해 내뱉은 인종차별 구호도 그런 ‘사랑’의 일종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에토리는 구단과 지역을 사랑해서 상대에게 욕설을 하고 폭력을 휘두른다는 말이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구단과 지역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고 또 다른 싸움을 부를 뿐이라고 했다. 그는 “자칭 바스티아를 (그런 식으로) 사랑한다고 말하는 이들은 집에 머무는 게 더 낫다”라고 일갈했다. 에토리가 남긴 마지막 말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그저 팀을 죽일 뿐이다.”

 

사진='레키프' 4월 17일 자 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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