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광주FC와 경기는 2017시즌 개막 후 수원삼성이 치른 열 번째 경기였다. AFC챔피언스리그(ACL) 4경기, K리그클래식 6경기를 치른 수원은 2승 7무 1패를 기록 중이다. 2승은 ACL G조에서 최약체로 꼽히는 이스턴SC와 경기에서 거뒀다. 리그에서는 무승이다. 패배는 한 번 뿐이었지만, 6경기에서 승점 5점을 얻는 데 그쳐 12개 팀 중 10위에 머물러 있다. 

리그에서 부진은 심각하다. 지난 5경기 중 세 경기에서 득점하지 못했다. 승격팀 대구FC와 홈경기에서도 비겼고, 인천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에서는 3골을 터트리고도 경기 종료 5분 전 동점골을 내주며 비겼다. 최근 두 경기 연속 무득점인데, 최근 수원이 이기지 못한 상대 중 우승권에 있는 팀이 없다는 점은 향후 전망을 더 어둡게 한다.

#쉴 수 없는 수원, 변화가 불가피한 '7연전'

수원은 앞으로 지옥의 7연전을 치른다. 19일 인천유나이티드와 FA컵 32강전 경기를 치르고, 22일에 강원FC와 리그 7라운드 원정 경기에 임한다. 25일에 가와사키프론탈레와 ACL G조 5차전 홈경기를 한 뒤 30일에는 제주유나이티드와 리그 8라운드 원정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다시 5월 3일 포항스틸러스와 리그 9라운드 경기를 주중에 치른다. 6일 울산현대와 10라운드경기, 9일 광저우헝다와 ACL G조 6차전 경기까지 2~3일 간격으로 7경기를 해야 한다.

일정표도 빡빡한데, 상대팀도 쉽지 않다. 당장 인천과 경기는 양 팀 모두 승리가 절박하다. 인천은 수원과 더불어 올 시즌 K리그클래식에서 승리가 없는 두 팀 중 하나다. 인천은 홈에서 경기한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경기에 안 뛴 선수들이 나갈 것”이라며 로테이션을 예고했지만, 이 경기에서 이기지 못할 경우 받게 될 심리적 부담은 작지 않을 것이다.

강원은 선두 경쟁을 벌이던 제주에 리그 첫 패배를 안기며 상승세다. 수원 입장에서는 평창 알펜시아 경기장으로 향하는 원정길의 피로도 가중된다. 펑창의 경기장 환경도 낯설다. 홈 첫 승의 의지가 강한 강원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더구나 수원은 강원 원정에 전력을 쏟기도 어렵다. 가와사키와 ACL 경기의 중요성이 더 크다. 가와사키를 잡아야 광저우 원정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FA컵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ACL은 리그에서 초반 흐름을 잃은 수원이 명예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된다. 지난해 수원은 FA컵 우승으로 하위스플릿 추락의 충격을 만회했다. 팬들은 ACL에서 성공을 원하고 있고, 지옥의 일정 중에 총력을 집중해야 하는 경기를 꼽자면 가와사키와 홈경기다. 

비행기를 타고 원정길에 올라야 하는 제주 원정이 가와사키전 이후 이어진다는 점에서 수원의 리그 무승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제주전 이후 포항-울산전은 연속 홈경기로 치르지만, 상대 전력이 만만치 않다. 특히 포항은 6라운드까지 4승 1무 1패로 순항하며 2위로 치고 올라왔다. 

최근 서 감독은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면서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4~5월 7연전에는 선발 명단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선수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틀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서 감독은 개막 당시 2016/2017시즌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 전반기를 지배한 첼시를 모델로 삼은 스리백 전술로 2017시즌을 준비했다고 했다. 지난 10경기에서 수원의 스리백은 장점보다 단점이 드러나며 비판 받고 있다. 

#수원이 스리백을 쓰는 이유

수원이 스리백 카드를 꺼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지난 시즌부터 지적 받은 수비 불안이다. 김은선과 조성진의 군입대, 곽희주의 은퇴 등으로 센터백 라인의 밀도가 떨어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센터백을 증원해 위험 지역을 커버할 숫자를 늘렸다. 두 번째는 풀백 자원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미드필더 성향의 선수는 많지만, 안정적으로 측면 수비를 펼칠 수 있는 전문 수비수 자원이 없다. 

라이트백 포지션에는 지난해에 오범석이 떠났고, 올해엔 신세계가 입대했다. 레프트백 포지션에는 홍철이 상주상무로 향했다. 수원은 홍철의 대안을 영입하지 못했고, 라이트백 자리의 장호익은 공격 성향이 강하다. 오버래핑 이후 뒷공간에 대한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스리백이 안정적인 선택이다. 

수원은 스리백을 두지만, 좌우 윙백을 미드필더 성향의 선수로 배치하고, 스리백의 라인을 높여 중앙 지역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축구를 준비했다. 문제는 좌우 윙백 모두 크로스 패스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수원의 스리백이 무력한 이유

레프트백 김민우는 드리블과 패스, 슈팅 등 공의 흐름을 살리는 데 능한 선수다. 직선적 돌파와 시원한 크로스 패스를 구사하는 윙플레이어에 주력하는 타입이 아니다. 일본 J리그에서 7년 간 프로생활을 하고 오면서 그런 성향이 더 강해졌다. 서 감독도 본래 김민우를 영입했을 때는 홍철이 아니라 이상호의 자리를 염두에 뒀다고 했다. 홍철의 대안을 영입하지 못하면서 김민우는 두 번째 선택지였던 레프트백 자리를 주 포지션으로 삼게 됐다.

라이트백 장호익도 전투적인 측면 돌파와 헌신적인 수비 가담이 강점이지만, 크로스 패스는 장기가 아니다. 스리백 전형을 쓰는 포메이션에서는 윙백의 측면 화력이 중요한데, 크로스 패스로 길을 여는 플레이에 제한이 생기면서 전술의 강점이 떨어졌다. 

이 문제는 스리톱을 배치해 측면에 자원을 추가로 배치하면 해결할 수 있는데, 공격진도 스리톱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숙제가 커졌다. 수원은 염기훈과 조나탄을 투톱으로 두고, 산토스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하고 있다. 본래 참고로 삼은 첼시의 전술 구조는 3-4-3 포메이션이며, 지난시즌 FA컵 우승 과정에서도 3-4-3 포메이션으로 재미를 봤다. 그런데 우측면 공격수 자리에 이상호가 FC서울로 이적한 이후 이 자리의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리그 개막전이었던 FC서울과 경기에는 우측면 공격수 자리에 김민우를 두고, 고승범을 왼쪽 윙백 자리에 배치하자 공격이 활기를 보인 바 있다. 문제는 김민우가 전진하면, 레프트백 자리에 세울 수 있는 선수가 없다는 점이다. 왼발을 쓰는 김민우가 있을 때보다 좌측면에서 크로스 패스로 사이드를 전환하는 플레이가 더 어려워졌다.

고승범은 최근 이스턴SC전에 멀티골을 넣었고, 광주FC와 경기에서도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였는데, 장호익의 부상으로 오른쪽 측면에 배치되며 플레이가 살아났다. 문제는 3-4-1-2 포메이션을 쓰면서 염기훈이 스트라이커로 배치되면서 장점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염기훈은 측면의 어느 위치에서든 강하고 날카로운 크로스 패스로 상대 수비를 흔들 수 있다. K리그 최고의 왼발을 가진 염기훈의 크로스 패스는 골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 중 하나였다. 그가 측면에서 보이는 높은 영향력은 상대 포백의 압박 그물을 벌려 놓는 효과도 준다. 알고도 막을 수 없는 염기훈의 크로스 타이밍을 제어하기 위해 상대 수비도 달려들 수밖에 없다.

그런 염기훈이 중앙으로 들어가 크로스 패스를 뿌린 빈도가 떨어지고, 오히려 상대의 터프한 중앙 수비를 직접 상대하며 체력적으로 더 힘든 경기를 하고 있다. 스리백 상황에서 왼쪽 윙백을 보기엔 염기훈이 측면 수비까지 커버할 체력과 스피드를 갖추지 못했다. 염기훈을 투톱으로 두고, 왼쪽 측면 지역으로 벌려서 뛰도록 하고 있지만, 경기 중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스트라이커로 기용되고 있는 염기훈은 크로스가 아니라 마무리를 해야 하는 상황을 자주 맞이하고 있는데, 왼발에 비해 오른발 슈팅의 정확성이 떨어지다 보니 슈팅 타이밍을 놓치거나, 확실한 마무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선수의 자신감도 떨어지고 있다. 스리백이라는 틀에 얽매여 선수들을 밀어 넣다보니 선수들의 개별 역량을 극대화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수원, 스리백을 버려야 산다

수원은 광주와 경기에서도 상황에 따라 곽광선이 레프트백 자리를 커버하고, 고승범이 뒤로 내려와 포백을 형성해 광주가 공격시 스리톱으로 전진하는 상황에 대응했다. 민상기가 공중볼 경합을 위해 이용래 이종성의 뒷공간으로 올라가 전진 수비를 하면 김민우와 고승범이 모두 내려와 포백을 형성하기도 했다. 

수원은 상주-광주전에 무득점이었지만, 무실점이기도 했다. 서 감독은 “후반전에 우리가 약하다고 하는데, 작년에는 그랬지만 올해는 인천전 외에 그런 상황은 없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광주전 같은 경우 전후반의 템포나 흐름에 큰 차이는 없었다. 전후반 모두 고르게 밋밋했다. 수비는 안정적이나, 공격은 무뎠다. 

지금 스리백 전술은 특히 공격 측면에서 구조적 문제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아예 틀을 바꾸는 변화를 시도해보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5-0 대승을 거둔 이스턴SC전은 그런 과감한 변화가 적중한 경기였다. 이스턴SC가 라인을 뒤로 내렸기에 가능한 변화였지만, 이용래를 왼쪽 미드필더로, 김종우를 빌드업 미드필더로 두고 염기훈과 박기동을 투톱으로 배치한 전략은 후방 빌드업과 중원 연계 플레이의 밀도를 높였다. 

염기훈은 조나탄 대신 박기동과 파트너가 되면서 공중볼 경합과 스크린 플레이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 박기동 역시 선발로 뛰면서 감각이 살아났고, 조나탄이 없는 상황에서 슈팅 상황을 더 많이 맞이할 수 있었다. 이용래가 오히려 측면에서 좋은 크로스 패스를 뿌리기도 했고, 이용래가 중앙으로 들어오면 염기훈이 측면으로 빠지기도 용이했다. 

야심차게 영입한 다미르는 후반 교체 자원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호주 수비수 매튜를 통해 포백 가능성을 타진하고, 다미르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중원 조합을 찾아보는 것도 이 기간에 고려해볼 수 있는 변화다. 

홍철이 부상에서 돌아온 시점에 적용한 스리백은 성공적인 카드였다. 그러나 스리백 전술이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원이 참고한 첼시의 스리백 전략도 근래 들어 공략법이 나왔다, 강등권의 크리스털팰리스가 첼시를 꺾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도 맞춤 전략으로 지난 주말 경기에서 첼시에 2-0 승리를 거뒀다.

미드필더 안데르 에레라를 에덴 아자르의 전담 마크맨으로 두고, 스리백 수비와 투톱 공격으로 전술의 틀을 바꿨다. 맨유가 첼시를 잡은 비결은 과감한 선수 기용과 전략 변화였다. 주제 무리뉴 감독이 고민 끝에 꺼낸 창의적인 수였다.

수원도 틀을 깰 수 있는 ‘수’가 필요하다. 첼시를 꿈꿨던 수원은 지금 맨유를 참고해야 한다. 수원은 감독과 선수 모두 더 노력하고 준비하겠다는 말 밖에는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답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같은 문제를 반복하며 침몰할 수밖에 없다. 수원의 현 위치는 벼랑 끝이다. 비상과 추락의 기로다.

"문제가 있다면, 선장인 내게 있다. 이런 상황까지 몰고와서 너무 안타깝다. 내게 가장 큰 잘못이 있다." 광주전 무승부 직후 빅버드 관중석에는 처음으로 '쎄오 아웃(SEO OUT)'의 외침이 터져나왔다. 이를 악문 서 감독이 어떤 승부수를 꺼낼지 관심이 모인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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