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베테랑 수비수 이정수(37)가 2017시즌 개막 두 달여 만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국내 스포츠지 일간스포츠와 인터뷰를 통해 “광주전이 끝나고 수원을 떠나기로 결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원은 광주와 16일 치른 ‘KEB하나은행 K리그클래식 2017’ 6라운드 경기에서 득점없이 비겼다. 6경기에서 5무 1패를 기록하며 첫 승 달성에 실패했다. 승점 5점으로 10위에 머물러 있다. 

수원삼성 구단 관계자는 “아직 구단과 정리된 것은 없다. 오늘 중 이야기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구단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일은 아니다. 광주전 직후 이정수가 수원 구단 직원에게 이런 상황에서는 축구를 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이미 전한 상황이었다.

이정수는 올시즌까지 수원과 계약되어 있다. 구단과 계약 등 문제가 정리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구단 관계자 역시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한 만큼 본인은 생각 정리가 끝난 게 아니겠나”라고 했다.

#폭발한 팬심과 충돌, 상처 입은 이정수의 결심

이정수 측 관계자 역시 “이정수가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에 부담을 느껴왔다. 후배들이 나갈 기회를 막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한 것 같다”고 했다. 이정수는 현역 생활의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수원으로 돌아왔지만,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팀의 부진 과정에서 기량 논란을 겪었다. 

내제되어 있던 고민이 터진 계기는 광주전 직후 발생한 사건이다. 경기를 마치고 이정수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음에도 선수단을 이끌고 팬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나섰다. 관중석에서 야유가 나왔다. 

이전 경기에도 야유는 있었다. 이번에는 인격모독적인 욕설까지 나왔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물질 투척도 있었다. 팬들의 욕설에 흥분한 이정수를 동료 선수들이 말리는 상황도 연출됐다. 욕설을 하던 팬이 그라운드로 난입하려하자 주변의 팬들이 제지했다. 해당 팬은 선수단을 향해 응원 깃발을 던졌다.

이정수는 홈팬들이 야유를 넘어 욕설까지 하는 상황에 큰 상처를 입었다. 더 이상 K리그에서 뛰는 것이 의미가 없는 일이 됐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정수는 실질적으로 프로 경력을 마무리하고 은퇴 이후의 삶을 설계하기 위한 고민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시즌부터 누적된 고민의 결과다. 지난해 언론을 통해 경기 외적 사건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이후 팬들의 비난 수위가 높아지면서 상처를 받았다. 광주전 직후 사태는 결정타가 됐다. 수원의 레전드라는 자부심으로 수원 복귀를 결심했던 이정수는 명분을 잃었다. 아름다운 이별을 꿈꿨던 이정수는 최악의 상황 속에 축구화를 벗게 됐다.

#줄어드는 빅버드 관중, 야유 보다 무서운 외면

욕설과 이물질 투척을 벌인 것은 일부 극렬한 팬들이다. 광주전 직후 서포터즈나 수원 관중석에는 박수와 지지를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경기력에 대한 불만은 한 마음이지만, 일부의 격한 반응에 함께 야유하던 이들도 박수를 보내며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구단 관계자는 서포터즈의 이물질 투척에 대해 “정확한 사태 파악이 먼저다. 서포터즈 운영진과 대화를 통해 서로 원만한 해결책을 찾겠다”고 했다. 

욕설과 야유보다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다. 수원은 올 시즌 6차례 홈경기에서 평균 7,299명의 관중을 모았다. 1만명 이상 모인 경기는 전북현대와 홈 개막전이 유일하다. 이스턴SC와 AFC챔피언스리그 홈경기에는 2,758명 밖에 오지 않았다. 주중 저녁 경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작은 수치다. 시즌 첫 홈 경기였던 광저우헝다전에는 9,228명이 찾았다.

포근한 봄 날씨가 됐지만, 주말 낮 수원 홈경기는 한산하다. 대구전에 7,072명, 상주전에 5,193명이 왔다. 광주전은 이스턴전 승리로 인한 기대감 덕분인지 소폭 상승해 6,264명이 왔다.

초청권을 전면 폐지한 영향도 있지만, 주말 홈경기에 8,000명 이하 관중이 드는 것은 역대 최저 흐름이다. 관중석 집중도를 위해 2층 관중석에 대형통천을 설치한 빅버드는 1층이 만석이 될 경우 1만 8,000명 가량이 입장할 수 있다. 1층 관중석도 절반을 채우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정수 없는 수원, 지옥의 7연전서 수비 붕괴 우려

수원의 잔여 일정은 쉽지 않다. 19일 인천유나이티드와 FA컵 32강전, 22일 강원FC와 리그 7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른 뒤 25일 가와사키프론탈레와 AFC챔피언스리그 G조 5차전을 치른다. 이후 제주, 포항, 울산과 경기가 2~3일 간격으로 이어진다. 수원은 적극적인 로테이션으로 선수단 체력 안배를 해야 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다.

이정수 이탈은 수원의 전력 구성에 큰 타격이다. 양상민이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는 가운데, 최근 경기에서 출전해온 민상기가 5월에 군입대로 아산경찰축구단 임대를 떠난다. 이정수가 떠나면 센터백 가용자원은 구자룡, 곽광선, 매튜 저먼 밖에 남지 않는다. 

수원은 풀백 조원희를 센터백으로 활용할 수 있다.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볼 수 있는 최성근도 장기 부상 중이며, 신인 김진래도 풀백과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 가능한 자원이다. 신인 중에서도 센터백 자원은 강성진 정도만 센터백 자원이다. 지옥의 7연전 일정에 부상 혹은 징계로 센터백 자원이 이탈할 경우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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