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차범근 ‘FIFA U-20 월드컵 대한민국 2017’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2016/2017시즌 19호골을 기록한 손흥민의 이야기를 묻자 신나게 이야기했다. 손흥민은 차 부위원장이 갖고 있던 한국인 선수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19골)과 동률을 이뤘고, 최초 20득점 도달이 임박했다. 

손흥민의 플레이를 보며 “내가 뛰던 때가 생각 난다”며 웃던 차 부위원장은 이날 관전한 ‘KEB하나은행 K리그클래식 2017’ 6라운드 수원삼성과 광주FC의 경기를 보면서는 좀처럼 웃지 못했다. 하프타임에 잠시 짬을 내어 K리그에는 손흥민처럼 시원한 공격 장면과 득점이 나오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차 부위원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열변을 토했다.

“결정력이 부족한 게 문제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차 부위원장은 멋진 골 장면이 없는 책임을 스트라이커에만 지울 수 없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한국에서 경기하는 것을 보면 너무 뒤로 도는 패스가 많다. 그리고 골키퍼가 공을 너무 오래 지연 시킨다. 유럽 경기를 봐봐라. 골키퍼가 바로 던진다. 들어 갈 때 공을 쥐고 가면, 보는 사람이 느끼기에 박진감이 떨어진다. 계속 상대 지역으로 진입해야 달아오른다. 공이 바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게 아쉽다.”

K리그에서도 멋진 플레이와 멋진 장면이 나오지만, 수원-광주전은 유독 지루했다. 수원은 차 부위원장이 감독으로 지휘하며 두 차례나 K리그 우승을 맛본 ‘친정’이라는 점에서 그의 발언에는 안타까움이 적지 않게 묻어 있었다. 

“수원 같은 경우에는, AFC챔피언스리그 경기를 하고 왔지만 경기 초반이니 조금 더 모험적이고, 도전적으로 경기해야 한다. 그래야 팬들이 달아오른다. 그렇게 막 흔들 때, 상대가 허물어진다. 벽이 가만히 있을 때는 견고해보이지만, 흔들다보면 어느 순간에 딱 허물어진다.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인 플레이를 해서 팬들의 마음을 달궈줘야 한다. 도전적인 자세로 경기해아 한다.”

차 부위원장은 “골을 결정해줄 수 있는 스타가 중요하다”면서도 “경기 운영상의 문제가 있다”는 말로 지도자들이 속도감 있는 경기를 선수들에게 주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가 외국에 나가서 처음 골을 넣은 뒤 땅을 내려다 보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벌써 공이 하프라인에 와 있더라. 유럽에서는 골키퍼도 공을 잡으면 바로 던진다. 그게 적응이 안됐었다. 골키퍼가 선수들이 다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면 안 된다. 유럽의 어떤 리그에서 공을 뒤에서 갖고 있나.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그렇게 한다.” 

차 부위원장은 패스 플레이가 적극적이고 빠르게 이어져야 화끈한 골 장면이 나올 수 있다며 K리그는 빌드업 과정 전체가 달라져야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패스가 생산적으로, 모험적으로 들어가 줘야 한다. 그게 안 되면 보는 사람이 재미가 없다. 지도자 교육을 포함해 여러 가지로 개선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유럽 축구를 보고 있는데, 그러다가 K리그를 보면 다르다. 공이 앞으로 가야할 때 뒤로 주는 경우가 있다. 볼은 흐름이라는 게 있다. 흘러다가다 앞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뒤로 가면 안 된다. 생산적인 패스가 되려면 정적으로 있어선 안 된다. 공을 준 사람도 그 다음을 생각해서 들어가야 한다. 그 주위 다른 사람은 또 다른 공간으로, 그게 같이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는 그게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박진감이 없고 스릴이 없다.” 

차 부위원장은 “적극적으로, 공을 두고 하나가 되어서 움직여야 한다. 축구는 공을 줄곧이 많아야 한다. 그래야 보는 사람도 뭔가 터질 것 같은 기대가 된다”고 설명하며 기대를 잃은 경기력이 최근 K리그의 인기가 떨어진 이유라고 진단했다. 수원삼성이 근래 부진한 이유와도 맞물린다. 더 적극적이고 과감한 플레이가 필요하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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