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KEB하나은행 K리그클래식 2017’ 6라운드 일정에도 수원삼성은 첫승을 달성하지 못했다. 5라운드까지 연패를 기록하던 전남드래곤즈가 하루 전 인천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6라운드 종료 현재 승리가 없는 팀은 인천과 수원 둘 뿐이다. 

무력한 무승부가 이어지는 와중에 수원 관중석에선 선수들을 향한 야유가 나온지 오래다. 광주전 종료 후에는 서포터즈석의 일부 지역에서 “쎄오 아웃(SEO OUT)"을 외치는 무리가 있었다. 경기 후 인사하는 선수들을 향한 야유가 이어지는 가운데 팬과 선수 사이의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입장객수는 6,264명. 그라운드에 완전한 봄기운이 찾아왔지만 예년보다 훨씬 적은 관중수를 기록했다. 수원 관계자는 “초청 입장권을 완전히 근절하면서 줄어든 것도 있지만 성적에 대한 부분으로 인해 아무래도 줄어든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경기 전 취재진을 만난 서정원 수원 감독은 일주일 사이 갑자기 찾아온 이른 더위를 변수로 지목했다. AFC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병행하는 팀들에겐 갑자기 더워진 날씨와 과밀한 경기 일정이 적지 않은 체력 부담으로 다가온다. 서 감독의 우려대로 선수들은 후반전에 잦은 기술적 실수를 범했다. 양팀 합쳐 90분간 유효슈팅이 네 차례에 불과한 루즈한 경기가 이어졌다. 수원-광주전은 6라운드에 열린 6경기 중 유일한 무득점 경기였다.

#세트피스 실점 하지 말자...광주의 실리적 미션

전술적 측면에서 경기가 루즈했던 이유 중 하나는 광주의 수비가 견고했던 점을 꼽을 수 있다. 광주는 지난 3경기 연속 실점으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4실점 중 두 골이 페널티킥, 두 골이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실점이었다. 남기일 감독은 경기 전 “하루 시간을 따로 내서 세트피스 수비만 연습했다. 볼이 날아오는 곳에서 선수들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게 중요하다. 위치에 대해 강조했다”고 했다. 염기훈이라는 최고의 키커를 보유한 수원을 상대한다는 점에서 더 신경 쓴 부분이다. 

남 감독은 기존 주전 골키퍼 윤보상(184cm) 대신 최봉진(193cm)을 선발로 기용했는데, 이 점 역시 키가 더 큰 최봉진이 크로스 패스를 처리하는 상황에서 더 안정적인 옵션이기 때문이었다. 남 감독은 “우리는 원정 경기라고 조심스럽게 경기를 했다. 득점을 못해 아쉽지만 경기 전 많은 분들이 우려한 세트피스에서 실점을 하지 않아서 괜찮아졌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날 광주는 평소 보다 안정감을 중시한 경기를 했다. 후반 20분 첫 번째 교체는 주현우를 빼고 조성준을 투입해 공격진의 체력을 보강했지만, 수원이 후바 28분 장신 공격수 박기동을 투입하자 이에 대비하기 위해 후반 33분 공격수 조주영을 빼고 수비수 홍준호를 투입해 수비 숫자를 늘렸다. 광주는 5백 수비로 박기동을 활용하려던 수원 공격을 제어했다. 이에 대해 남 감독은 “시각적으로도 큰 선수가 들어온 것에 대해 염려했고, 반대로 우리도 세트피스 상황에서 홍준호를 통해 공격을 노릴 수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몸도 힘들고 정신도 힘든 수원

수원은 박기동 투입 이전에 산토스를 빼고 김종우를 투입해 중원 패스 연결의 밀도를 높이려 했고, 후반 44분에는 고승범 대신 다미르를 투입해 마지막 카드도 공격적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후반전에는 득점에 근접한 상황을 거의 만들지 못했다. 후반 20분 염기훈이 문전에서 김민우의 패스를 받아 결정적인 기회를 맞았으나 세기가 약했다. 

서정원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강해져야 하는데 너무나도 부담이 많았던 것 같다. 선수들이 열심히 벗어나려고 하는데, 잘 되지 않고 있다. 잘못된 부분을 떨쳐낼 수 있는 강한 멘탈이 필요하다”며 정신적인 부분에서의 어려움이 경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 감독은 “선수들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있다면 선장인 나의 문제”라며 해법을 찾겠다고 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염기훈은 “감독님은 해주실 얘기도 다 해주셨고 전술적으로도 다 준비해주셨다. 따라주지 못한 선수들이 문제”라며 서 감독을 두둔했다. 염기훈은 “공격수들의 결정력이 첫 번째 문제라고 진단했다. "매 경기 한 번의 찬스는 오고 있는데 공격수들이 해결을 못 해주니 무승부가 나오고 있다. 나도 공격수지만, 공격수들이 더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한다. 공격수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자신감이 떨어진 상황이다."

염기훈은 이날 부족했던 결정력과 킥 실수에 대해 “정신적으로는 다른 때보다 강했다. 개인적으로는 체력이 떨어졌던 것 같다. 개인적인 문제”라고 했다. 중앙 전방에서 뛰는 것 역시 체력 부담이 없지 않다. 상대의 터프한 센터백을 직접 상대해야 한다. 전방 압박 과정에서 소모되는 체력도 적지 않다. 염기훈은 올해 만 34세다. ACL 중요 경기를 포함해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지치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다.

#스트라이커가 된 염기훈, '칼 크로스' 사라진 수원

염기훈은 이스턴SC와 경기에서 마수걸이 골을 넣어 5-0 대승의 기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중앙 공격수 포지션은 아직 낯선 옷이다. 문전에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을 놓친 장면은 이스턴과 경기에서도 몇 차례 있었다. 염기훈은 이스턴전에 박기동, 광주전에 조나탄과 투톱을 이뤘고, 산토스가 2선 공격스로 나섰다. 염기훈은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도 준수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면,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 패스로 상대를 흔드는 플레이를 하는 빈도가 떨어져 위력이 반감된 상황이다. 체력적으로도 힘들지만, 문전에서 마무리하는 역할은 염기훈이 가장 잘하는 임무는 아니다.

“우리가 스리백을 쓰면서 난 사이드 보다는 포워드로 서고 있다. 그래도 사이드로 많이 빠져서 크로스를 올리는 상황을 연출하려고 하는데, 아예 사이드로 서던 때와 다른 부분은 확실히 있다. 우리 전술상 그렇게 할 수는 없다. 매 경기 내게 찬스가 오는 데 그걸 해결하지 못해 동료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 죄송한 마음이 크다.”

염기훈의 설명처럼 스리백 전술 체제에서 측면 지역은 공수를 오가는 더 많은 체력을 요한다. 염기훈이 윙백 역할을 소화하기엔 체력과 스피드에 부담이 있다. 광주전에는 이 자리의 주전 선수인 김민우가 부상에서 돌아와 선발 출전했다. 김민우는 돌파와 침투, 패스 연계 플레이 등은 능하지만 날카로운 크로스 패스를 깊숙이 찔러 넣을 수 있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다. 오른쪽 측면의 고승범 역시 이스턴전 멀티골을 넣은 과정은 중앙 침투 플레이에서 나왔다. 광주전에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좋은 장면을 만들었으나 크로스패스로 기회를 만들지는 못했다.

더워진 날씨에, ACL 경기를 병행하는 체력 부담, 이기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며 선수들의 압박감이 가중된 수원은 전술적인 숙제까지 안고 있다. 서정원 감독은 부임 당시 중앙 지역에서 공을 소유하고 빠르게 연결하다가 측면에서의 날카로운 크로스로 상대 수비를 깨는 축구를 해왔다. 

홍철의 군입대와 권창훈의 유럽 진출, 염기훈의 중앙 공격수 이동으로 수원은 측면의 위력이 약화됐다. 후반전에 투입한 김종우 박기동 다미르 모두 중앙 지향적 선수였다. 수원은 상대 밀집 수비를 흔들 측면 공격 카드가 부족하다. 

#멀고 먼 리그 첫승, 잔여 일정 ‘첩첩산중’

전술적 변화를 시도하기엔 향후 일정이 빠듯하다. 19일에 인천유나이티드와 FA컵 경기를 치르고 22일에는 강원FC와 리그 7라운드 원정 경기에 임한다. 25일에는 다시 가와사키프론탈레와 ACL 경기를 치른 뒤 제주유나이티드와 8라운드 원정 경기를 해야 한다. 다시 5월 3일에 포항과 리그 9라운드 홈경기, 6일에 울산과 9라운드 홈경기 뒤에 광저우헝다와 9일 ACL 원정 경기가 이어진다. 3주 연속으로 주중 경기 일정이 있어 훈련 시간이 부족하다. 

서 감독은 “인천과 FA컵 경기에는 그동안 안 뛴 선수들이 나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대기 명단에 든 신인 미드필더 이상민 등에게 기회를 줄 예정이다. 주장 염기훈은 “우리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찾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뾰족한 수를 찾기 어려운 수원이다. 

K리그 역사상 개막 후 최다 연속 무승 기록은 21경기다. 1997년 안양LG(현 FC서울)가 3월 22일부터 7월 12일까지 17무 4패를 당했다. 부천SK의 경우 2003년에 5무 16패를 기록했다. 아직 불명예스런 신기록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잔여 일정이 첩첩산중인 것은 사실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래픽=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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