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득점기계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 레알마드리드)였지만, 축구도사는 마르셀루(29, 레알마드리드)였다.

레알마드리드는 한국시간으로 19일 새벽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베르나베우에서 열린 바이에른뮌헨과 ‘2016/201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4-2 승리를 거두며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극적이고 역사적인 승리였다. 레알은 90분 동안 1-2로 졌다. 뮌헨에서 거둔 2-1 승리의 메리트를 잃었다. 연장전에서 3골을 기록하며 뒤집었다. 스포트라이트는 이날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UCL 통산 100호골에 도달한 호날두가 받았다.

바이에른과 2연전에서 무려 5골을 몰아친 호날두의 결정력은 찬사를 받을 만 했다. 호날두는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에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던 후반 31분 카제미루의 크로스 패스를 깔끔한 헤더로 마무리해 동점골을 넣었다.

1-2로 끌려가던 연장 전반 종료 직전에는 세르히오 라모스의 크로스 패스를 문전이러 이어 받은 뒤 빠른 타이밍의 마무리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패스를 이어 받은 순간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으나 다니 카르바할의 수비 라인을 깨는 움직임에 부심의 판단이 현혹됐다. 판정과 별개로 호날두의 마무리 감각은 예리했다.

호날두의 두 골을 도운 카제미루와 라모스는 모두 자신의 실수를 만회했다. 카제미루는 아르연 로번의 돌파를 파울로 저지해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선제골 실점의 빌미가 됐는데, 날카로운 패스 연결로 호날두의 골을 도와 면피했다. 

라모스는 호날두의 헤더 동점골 직후 자책골을 넣었다. 문전 혼전 와중에 시도한 백패스가 골운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역시 호날두를 향해 날카로운 크로스 패스를 공급해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만회했다. 

#호날두의 해트트릭만큼 빛났던 마르셀루의 헌신

연장 후반전에 여전히 바이에른에 뒤집기의 기회가 있었지만, 연장 후반 5분 호날두가 쐐기골로 해트트릭을 완성해 쐐기를 박았다. 앞선 두 골은 호날두의 지분이 적지 않았지만, 세 번째 골은 마르셀루가 밥상을 차려줬다. 

하프라인 부근부터 바이에른 수비 세 명을 차례로 제친 마르셀루는 문전 마무리 슈팅 타이밍에 노마크 상황에 있던 호날두에게 패스했다. 마르셀루는 득점 욕심에 초연했다. 더 확실하고 편하게 마무리할 수있는 호날두에게 지체없이 패스했다. 호날두가 마무리했으나 마르셀루 역시 비행기 세리머니를 하며 이 득점을 즐겼다.

2분 뒤에 마르코 아센시오가 한 골을 더 보태 레알의 4-2 승리로 경기가 마무리됐다. 레알은 호날두의 통산 100호골 뿐 아니라, 대회 창설 이후 사상 첫 7시즌 연속 준결승 진출 성공이라는 금자탑도 세웠다. 이번 준결승행은 역대 28번째로, 압도적인 최다 기록이다. 레알은 통산 11회 우승으로 이 부분에서도 절대적인 기록을 갖고 있다. 

호날두와 레알의 영광 모두 마르셀루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 마르셀루는 호날두의 해트트릭을 완성한 결정적인 골을 도운 것 뿐 아니라, 레알이 연장까지 경기를 끌고 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마르셀루는 전반 9분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가 무너진 상황에서 프랑크 리베리의 패스를 받은 레반도프스키의 문전 슈팅을 적절한 위치 선정에 이은 육탄 방어로 막아냈다. 여기서 실점했다면 레알이 버티기 더 어려운 흐름이 됐을 수 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찾아온 위기도 막아냈다. 후반 56분 왼쪽 측면에서 다비드 알라바가 띄워 올린 패스를 로번이 로빙 슈팅으로 연결했다. 이 상황에서도 빠르게 골문으로 복귀하던 골키퍼 나바스가 중심을 잃고 넘어졌는데, 마르셀루가 골라인 앞으로 재빨리 들어와 헤더로 걷어냈다. 마르셀루가 레알의 2실점을 막았다. 

마르셀루는 연장전의 결정적인 어시스트를 포함해 레알에 3골의 가치를 안긴 것과 다른 없는 활약을 했다. 이 세 장면만으로 마르셀루의 가치를 설명할 수는 없다. 1,2차전 모두 가장 안정적인 경기를 한 선수가 마르셀루다. 

마르셀루는 뮌헨에서 치른 1차전 전반적에 측면에서 철통같은 수비를 펼쳤고, 후반전에는 공격 전개 과정에서 측면과 중원에서 모두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1차전 승리 과정에 레알은 좌우 풀백 마르셀루와 다니 카르바할의 활약이 돋보였는데, 2차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불운했던 바이에른, 우승 신호 보이는 레알

바이에른은 8강 1,2차전 모두 퇴장 선수가 발생하며 뒷심을 보이지 못했다. 1차전에 하비 마르티네스가 경고 두 장을 받아 퇴장 당했고, 2차전에는 아르투로 비달이 경기 시작 5분 만에 첫 경고를 받은 것에 이어 후반 39분 두 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 당했다. 두 번째 경고 상황은 정당한 파울이었기에 불운했다. 

10명으로 뛴 바이에른은 수비수 마츠 후멜스가 부상을 입었으나 교체 카드를 모두 소진해 교체해줄 수도 없었다. 연장전에 접어든 이후 기동력이 현저히 떨어져 배후 공간을 유린당했다. 호날두의 결정적인 득점도 오프사이드 오심이었다는 점에서 바이에른은 여러모로 운이 따르지 않았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팀은 저력을 보였으나, 팽팽한 대결에선 사소한 차이가 결과를 바꾼다. 

레알은 21세기 들어 치른 바이에른과 UCL 홈경기에서 6연승을 거뒀다. 레알은 2002년과 2014년에 바이에른을 꺾은 뒤 UCL 우승을 차지했다. 레알은 라데시마와 라운데시마 과정에서 모두 아틀레티코마드리드와 마드리드 더비로 결승전을 치렀는데, 올시즌에도 마드리드의 두 팀이 나란히 준결승에 진출했다. 레알은 객관적 전력에서는 물론, 역사적인 신호를 통해서도 올 시즌 가장 우승에 근접한 흐름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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