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가레스 베일의 부상 이탈은 레알마드리드의 전력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바이에른뮌헨과 UEFA챔피언스리그 8강 1,2차전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무려 5골을 넣었지만, 레알이 호날두에게 의존하는 경기를 한 것은 아니었다. 

호날두는 19일 새벽(한국시간) 산티아고베르나베우에서 해트트릭을 몰아치며 UCL 통산 100호골에 도달했다. 지네딘 지단 레알 감독도 “호날두는 유일한 선수다. 우리 모두 그와 함께해서 행복하다. 베르나베우의 사람들도 그럴 것”이라며 칭찬했다. 

호날두의 특별한 결정력이 레알의 7시즌 연속 UCL 4강 진출에 큰 역할을 했다. 레알은 2010/2011시즌 UCL 4강에 오른 이후 꾸준히 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두 번이나 우승했다. 이전까지 레알은 6시즌 연속 UCL 16강에서 탈락하는 징크스를 갖고 있었다.

주제 무리뉴 감독 재임 시절 레알은 호날두의 스피드와 슈팅력을 극대화한 전술로 재미를 봤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재임 시절에는 호날두-벤제마-베일로 이어지는 BBC 트리오를 구성해 4-3-3 포메이션으로 승리의 구조를 만들었다.

지단 감독 체제의 레알은 호날두의 결정력을 활용하지만, 빌드업 과정에서는 더 많은 선택지를 갖고 있다. 올 시즌 레알은 호날두와 베일이 유로2016 대회를 치른 이후 전반기 컨디션이 좋지 않고, 부상까지 당하면서 풀가동하지 못했다. 카림 벤제마 역시 부상으로 시즌 내내 최고의 몸상태를 유지하지 못했다.

지단 감독은 알바로 모라타, 마르코 아센시오, 루카스 바스케스, 이스코 등의 선수들이 가진 역량을 십분 활용했다. 이 선수들 모두 유럽에서 톱클래스의 기량을 갖췄으나, 그동안 레알은 다른 팀에서 잘하던 선수를 데려온 이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기회를 주지 않고 내보낸 일이 많았다. 

지단호에는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특정 선수의 개인 능력에 의존하지 않고 조직적인 플레이 안에서 이들이 가진 창의성과 개성이 드러나는 경기를 했다. 호날두와 벤제마, 베일이 부상에서 돌아와도 이러한 경기 기조가 달라지지 않았다. 기회는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돌아갔고, 팀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는 로테이션이 가동됐다.

그 동안 레알은 BBC 트리오의 조합 플레이를 통한 역습 패턴을 활용했는데, 지단 감독 부임 후에는 호날두가 중앙으로 좁히고, 베일이 중앙 지역으로 더 많이 들어오면서 좌우 풀백의 경기 영향력이 더 높아졌다. 좌우 풀백 마르셀루와 다니 카르바할은 지단 체제에서 더 높은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 

이 선수들은 중원 빌드업에도 관여하고, 수비 복귀 시에도 빠른 타이밍을 잡아 토니 크로스, 루카 모드리치 등 창조적인 미드필더들의 체력 소진과 배후 불안 문제를 커버해줬다. 이 사이에 자리하는 카제미루가 완충 역할을 수행하며 구조적 안정성을 가져왔다. 

지단 감독은 전술적으로 전임 안첼로티 감독이 갖고 있던 숙제를 보완했고, 스타 선수가 즐비한 레알이 ‘원팀’으로 기능할 수 이는 분위기와 전술적 해법을 가져왔다. 주력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팀은 없지만, 지금 레알은 그 어느 팀보다도 주전-비주전의 격차가 작은 팀이다. 어려운 경기라도 꾸역꾸역 이겨내는 끈끈함까지 갖췄다. 

지단 감독은 부임 첫 시즌에 UCL 우승을 이뤘고, 올 시즌에는 1992/1993시즌 UCL 체제가 시작된 이후 누구도 이루지 못한 두 시즌 연속 우승에 다가섰다. 선수 시절에도 UCL에서 강했던 지단 감독은 자신이야 말로 ‘갈락티코’에 가장 어울리는 감독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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