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를 상대한 UCL 16강 2차전 당시 레스터시티 팬의 응원 문구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레스터시티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해 아틀레티코마드리드를 탈락 위기로 몰아갔다. 크레이그 셰익스피어 레스터 감독이 지시한 스리백 전술 변화는 이 경기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대목이었다.

19일(한국시간) 영국 레스터에 위치한 킹파워 스타디움에서 ‘2016/2017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8강 2차전에서 레스터와 아틀레티코가 1-1 무승부를 거뒀다. 1차전 홈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던 아틀레티코가 4강에 올랐다. 레스터의 UCL 동화는 기대 이상으로 높은 8강에서 마무리됐고, 마지막 순간까지 저력이 있었다.

 

전술 변화 전 : 여전히 아틀레티코의 우위

전반전은 지난 1차전과 마찬가지로 엇비슷한 시스템이 대결하는 가운데 더 수준이 높은 아틀레티코가 근소한 우세를 유지했다. 두 팀 다 4-4-2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두 공격수가 속공의 중심이었다. 레스터의 제이미 바디와 오카자키 신지 투톱보다 레스터의 앙투안 그리즈만, 야닉 카라스코 투톱이 더 뛰어난 드리블 능력을 갖고 있었다. 좌우 측면 미드필더인 코케와 사울 니게스의 활약도 아틀레티코가 한 수 위였다.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감독은 원정 경기에서 수비력을 겸비한 코케와 니게스를 좌우에 배치했고, 두 선수는 드리블 돌파보다 영리한 움직임과 빠른 패스 연결로 공격을 이어 나갔다.

패스 연결을 통해 아틀레티코가 선제골까지 만들어냈다. 전반 26분, 왼쪽에서 코케의 패스를 받은 레프트백 필리페 루이스가 크로스를 올렸고, 파포스트 쪽에서 점프한 니게스가 헤딩슛으로 득점했다.

 

변화 이후 : 레스터의 스리백, 단순하고 강력한 공격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셰익스피어 감독은 전술을 큰 폭으로 바꿨다. 교체 두 명을 통해 경기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았다. 공격수를 174cm인 오카자키 신지에서 185cm 레오나르도 우조아로 바꿔 제공권을 강화했다. 그리고 센터백 요안 베날루안을 빼고 스피드가 좋은 유망주 레프트백 벤 칠웰을 투입했다.

레스터의 후반 선수 배치는 3-4-1-2 비슷하게 바뀌었다. 전반전에 풀백이었던 크리스티안 푸흐스와 대니 심슨이 가운데로 좁혀 웨스 모건과 함께 스리백을 형성했다. 좌우 윙백은 교체 투입된 칠웰, 전반전에 왼쪽 미드필더였던 마크 올브라이턴이 맡았다. 전반전에 오른쪽 미드필더였던 리야드 마레즈는 오른쪽과 중앙을 오가며 상대를 공략하는 프리롤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역할을 바꿨다.

스리백 전환은 두 가지 효과를 낳았다. 전반전에는 골대와 먼 곳에서 큰 영향력이 없었던 마레즈가 더 골대 근처에서 활동하게 만들었다. 두 번째는 후반전 공격 루트로 택한 롱볼의 효율을 극대화한 것이었다. 칠웰은 빠른 스피드로 문전을 파고들었고, 원래 오른발잡이인 올브라이턴은 오른쪽에서도 좋은 크로스와 롱 패스를 제공했다. 원래 풀백인 푸흐스와 심슨은 롱 패스를 통한 공격 전개, 기습적 중거리슛을 통해 후방에서 공격을 지원했다.

교체의 효과는 엄청났다. 레스터는 후반전 초반부터 강하게 몰아쳤다. 아틀레티코가 교체 카드로 맞대응한 후반 29분까지 약 30분 동안 레스터가 몰아친 슛은 13개나 됐다. 그 동안 아틀레티코의 슛은 단 하나도 없었다. 대부분 공중볼 경합에 의한 득점 기회였다. 우조아는 14회나 되는 공중볼 경합을 시도해 4개를 직접 머리로 따냈고, 그 외에도 애매하게 흐른 공이 동료에게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후반전 동안 레스터가 공중볼을 26개 띄워 8개를 따낸 반면, 아틀레티코는 5회 시도 중 1회 성공에 그쳤다. 제공권 차이가 엄청났다. 

이 공격 루트로 동점골이 터졌다. 레스터의 전술 변화가 완벽하게 적중했다. 후반 16분 올브라이턴이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문전까지 진입한 칠웰이 받았고, 칠웰의 슛이 수비수의 블로킹에 막혔지만 굴절된 공은 여전히 문전으로 향하고 있었다. 재빨리 공에 달려든 바디가 골대의 빈 곳을 향해 날리는 깔끔한 슛으로 득점했다.

동점골 뒤에도 레스터는 계속 위협적이었다. 공중볼 경합 후 떨어진 공을 우조아가 왼발슛으로 연결했다. 롱 패스를 마레즈가 떨어뜨린 뒤 바디가 발리슛을 날리기도 했다. 둘 다 수비수에게 맞았다. 미드필더 윌프레드 은디디도 슛이 수비수에게 맞고 나갔다고 주장했지만 심판은 골킥을 선언했다. 후반 31분에는 마레즈의 날카로운 패스를 바디가 힐킥으로 마무리할 했으나 너무 약한 것이 흠이었다.

아틀레티코는 투톱에게 의존하는 공격을 준비한 팀이었다. 아틀레티코의 속공은 스리백 위에 여전히 수비형 미드필더가 두 명 존재하는 레스터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셰익스피어 감독의 교체는 공격과 수비에서 꼭 필요한 부분만 강화하는 멋진 승부수였다.

 

시메오네의 대응 : 수비진 제공권 강화로 해결

아틀레티코는 순차적인 교체 카드로 레스터의 공세를 끊어보려 했다. 후반 11분 라이트백 후안프란을 미드필더 루카스 에르난데스로 교체했다. 후반 24분 공격수 카라스코가 페르난도 토레스로 바뀌었고, 후반 29분에는 레프트백 루이스를 공격수 앙헬 코레아로 바꿨다.

모든 교체의 목적은 수비진의 제공권 강화였다. 선발 라인업부터 예고된 변화였다. 원래 센터백인 호세 히메네스가 중앙 미드필더로, 중앙 미드필더가 가능한 코케와 니게스는 측면 미드필더로 뛰고 있었기 때문에 유연한 포지션 이동이 가능했다.

레스터의 운영을 본 시메오네 감독은 센터백 중 한 명인 스테판 사비치를 오른쪽으로 보내고, 히메네스를 센터백으로 후퇴시켰다. 수비진의 전반적인 제공권이 향상됐다. 루이스가 빠진 뒤에는 에르난데스가 레프트백을 맡았다. 후반 중반부터 포백 앞을 지킨 수비형 미드필더는 니게스였다.

레스터의 맹공을 1실점으로 막아낸 아틀레티코는 간신히 수비를 안정시키고 비교적 비슷한 흐름을 만들어냈다. 레스터는 막판까지 공세를 멈추지 않았지만 후반 초반 1~2분 간격으로 슛이 터지던 것에 비하면 둔화된 공격이었다. 셰익스피어 감독은 세 번째 교체 카드를 센터백 모건의 부상 때문에 소비해야 했다. 

경기 후 시메오네 감독은 "상대가 후반전에 훌륭한 변화를 줬다. 측면에서 많은 크로스를 올렸고, 대부분 우조아를 향했다. 우리에게 많은 어려움을 끼쳤다. 교체를 통해 대응하긴 했지만 시간이 좀 걸렸다"고 설명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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