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난징(중국)] 류청 기자= “(홍)정호가 슬쩍 공을 몇 개 가져와서 프리킥을 연습하더라고(웃음)”

 

최용수 장쑤쑤닝 감독이 위기를 넘겼다. 홍정호가 함께했다.

 

최 감독이 이끄는 장쑤쑤닝은 11일 중국 난징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한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조별리그 4차전에서 감바오사카를 3-0으로 누르고 16강에 올랐다. 알렉스 테세이라와 하미레스가 전반 3분과 6분에 연속골을 넣었고, 홍정호가 전반 43분에 헤딩으로 쐐기골을 터뜨렸다. 장쑤쑤닝은 4연승으로 조 1위를 확정했다.

 

위기였다. 장쑤는 ACL에서 순항했지만 ‘2017 중국 슈퍼리그(CSL)’에서는 4라운드까지 무승이었다. 2011시즌 이후 6년 만에 초반 위기를 겪고 있다. 최 감독은 K리그 FC서울에서 ‘슬로우스타터’로 유명했다. 시즌 초반 위기를 딛고 좋은 성적을 내는 식이었다. 하지만 CSL에서는 슬로우스타더가 곧 경질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국 감독 네 명은 시즌 초반 모두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중국 언론은 네 명 가운데 최 감독을 가장 부각시켰다. 가장 큰 팀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축구보’는 쑤닝 그룹이 감독을 교체할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지만, 감독을 바꿀 가능성은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파비오 카펠로 전 잉글랜드 감독과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전 레스터시티 감독이 후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구단은 최 감독과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진정시켰다. 이례적으로 경기 하루 전인 10일 쑤닝그룹 장진동 회장이 직접 선수단을 찾아 최 감독에게 힘을 싣기도 했다. 수닝그룹 2인자이자 구단주 런쥔도 경기 당일 “밖에서 하는 이야기는 신경 쓸 필요 없다. 여전히 구단은 최 감독을 신뢰한다”라고 직접 말했다.

 

신뢰는 좋은 말이지만 프로 세계에 절대적인 신뢰는 존재하지 않는다. 장쑤쑤닝 같은 강팀에서는 더더욱 승리해야 신뢰를 연장할 수 있다. 최 감독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장쑤쑤닝은 올 시즌 ACL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감바오사카 경기가 중요했다. 감바오사카를 잡고 사상 최초로 ACL 16강에 오르면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었다.

 

장쑤쑤닝은 전반 10분 만에 경기 분위기를 잡았다. 알렉스 테세이라와 하미레스가 연속골을 터뜨렸다. 마침표는 홍정호가 찍었다. 감바오사카 공격을 잘 막던 홍정호는 전반 43분 헤딩으로 쐐기골을 터뜨렸다. 홍정호는 이날 공수에 걸쳐 좋은 활약을 펼쳤다. 후반에는 무회전 프리킥으로 상대 골문을 노리기도 했다.

 

최 감독은 “(홍)정호가 정말 잘해줬다. 지난 시즌에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게 있었지만, 올 시즌에는 계속해서 뛰면서 안정을 찾았다”라며 “공격적으로도 좋은 카드다. (홍)정호가 슬쩍 공을 몇 개 가져와서 프리킥을 연습하는데 공이 막 무회전으로 날아가고 그러더라. 중요한 경기에서 제역할을 다해줬다”고 칭찬했다.

 

홍정호에게도 이날 골은 의미 있다. 홍정호는 리그에서 계속 불운했다. 상하이선화와 개막전에서 크로스에 명치를 맞았는데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3라운드 랴오닝훙윈과 경기에서도 핸드볼로 페널티킥을 내줬다. 홍정호는 “외국인 선수들이 골을 넣는 걸 보면서 나도 넣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계속 슈팅이 골대 가까이로 가서 집중하면 넣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믿음이 결과를 냈다. 최 감독은 2017시즌 준비하며 ACL에 트렌트 세인즈버리 대신 홍정호를 등록했다. 세인즈버리는인터밀란으로 임대 보냈다. 리그에서도 외국인 선수 출전제한 제도에도 불구하고 홍정호를 계속 출전시키고 있다. 최 감독 신뢰는 홍정호를 살렸고, 홍정호는 중요한 순간에 골로 최 감독을 도왔다.

 

최 감독은 기쁨을 길게 가져가지 않았다. 이 기세를 몰아 리그에서도 첫 승을 거두겠다는 각오다. 장쑤쑤닝은 16일 허난전예와 리그 5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최 감독은 징계가 끝난 테세이라와 부상 복귀한 마르티네스가 있다면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생각이다. 그는 “이제 ACL에 여유를 얻은 만큼 리그에서도 상승세를 타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사진=장쑤쑤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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