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공항] 한준 기자= “팀 분위기를 수습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내부 이야기를 발설한 선수에 대해선 과감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영국과 독일을 방문해 유럽파 선수들과 면담을 갖고 돌아온 울리 슈틸리케 국가대표팀 감독은 1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팀 분위기를 수습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통상적으로 대표팀 감독의 입국 인터뷰는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 비행 이후 여독이 남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5분에서 10분 남짓 결과 보고 브리핑 수준으로 진행된다. 이번 인터뷰는 여느 때보다 오래 진행됐다. 

통역을 거치며 시간이 더 길어졌지만 20분 가까이 취재진과 문답이 이어졌다. 지난 3월 시리아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 이후 회견에 버금갈 정도로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슈틸리케 감독의 표정은 어두웠고, 입국장은 마치 청문회장 같은 분위기였다. 직설적인 질문도 여럿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영국과 독일에서 손흥민과 기성용이 뛰는 경기를 관전했다. 개인 일정이 있었던 손흥민을 제외한 5명의 선수와 면담을 가졌는데, 가장 중요했던 면담은 한동안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던 크리스털팰리스의 이청용, 보루시아도르트문트의 박주호와 대화였다. 

두 선수 모두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해 경기 감각 문제로 지난 3월 A매치에 부름을 받지 못했다. 둘 모두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선수다. 측면과 중앙 지역에서 연계 플레이의 중심이다. 지난 A매치에서 대표팀은 둘의 공백이 아쉬운 경기를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적시장이 닫혀있는 상황인 만큼 당분간 변화의 여지가 없지만, 여름 이적 시장이 열리면 변화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경기 명단에 들고 있는 이청용의 경우 박주호보다 상황이 좋다고 첨언했다.

“선수들로부터 팀내 분위기와 사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오랫동안 대표팀과 함께 하지 못한 이청용과 박주호도 오랜만에 만났다. 둘은 사정이 비슷하다. 대표팀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더라. 이 선수들에게서 대표팀에 대한 좋은 의견을 들었다.”

슈틸리케 감독도 상황의 엄정함을 잘 알고 있다. "선수들과 심도 깊은 대화가 필요했다"며 유럽행 이유를 말했다. 그는 입국장에서 비판 여론의 요구에 응답했다. 변화를 약속했다. 개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근거도 설명했다. 

“많은 비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선수들도 인지하고 있다.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더라. 6월 카타르 원정에는 조기 소집이 가능하다. 유럽파 선수들은 그동안 장기 비행 이후 이틀 간 훈련하고 경기를 해야 했는데, 현지 상황에 적응할 여유가 생겼다. 준비기간이 더 길다. 최대치의 결과를 내기 위해 전술이든, 선수든 변화를 줄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의 행보와 인터뷰의 행간에서 이청용과 박주호의 재발탁 가능성을 읽을 수 있었다. 기술위원회 역시 유럽 방문 전 슈틸리케 감독과 면담에서 선수 선발의 원점 검토를 건의한 바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슈틸리케호의 색깔’에 대한 질문에 다시금 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섞어 답했다. 여기에는 조금 더 과감한 발언도 담겨있었다.

“우리는 지금 뒤로 돌아가야 한다. 시작하던 때로 돌아가 기본에 집중해야 한다. 월드컵 본선에 가기 위해 최대한의 승점을 따는 일에 집중할 것이다. 우리가 좋았던 때의 경기, 즐기면서 경기를 하던 때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팀 분위기를 수습해야 한다. 앞으로는 소극적인 선수, 팀의 내부 사정을 발설하는 선수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조치를 할 것이다. 선수와 팀은 한 배를 타고 나가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남은 일정에는 자신의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기술위원회가 추천해 합류할 수석코치의 역할에 대해서도 “필드에서는 설기현 코치와 차두리 분석관이 역할을 할 것이다. 그와는 다르게 팀 내 분위기에 기여할 인물이다. 소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물”이라며 ‘팀 분위기 수습’이라는 일관된 테마를 이야기했다.

기술위원회의 적극 개입 상황에 대해서도 슈틸리케 감독은 “내가 성적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했다. “기술위원회는 대표팀을 평가할 수 있다. 기술위와 소통하고 의견을 들을 것”이라는 말로 대표팀의 방향성을 만들고, 운영하는 주체는 자신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6월 13일 카타르전(원정), 8월 31일 이란전(홈), 9월 5일 우즈베키스탄전(원정)까지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일정은 단 3경기가 남았다. 슈틸리케 감독의 계약 기간은 월드컵 예선 일정까지다. 본선 진출에 성공할 경우 이후 일정까지 보장 받는 계약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위기 상황에서 주변의 도움을 받을지언정, 최종 결과를 책임지기 위한 ‘키’를 자신이 쥐고 갈 것이라는 생각을 공표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승부수를 던졌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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