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수원삼성과 이스턴SC의 ‘2017 AFC챔피언스리그’ G조 4차전 경기 직후, 기자회견장은 붐볐다. 홍콩에서 넘어온 방송사와 사진기자, 취재기자가 다수 참석해 한국 취재진 역시 평소보다 자리를 잡기가 어려웠다.

수원삼성 언론 담당관은 “이번에 취재신청을 한 홍콩 언론인은 모두 22명”이라고 전했다. 이는 평소 ACL 홈경기에 방문하는 해외 취재진 규모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축구 인기가 높은 중국의 경우 슈퍼리그팀이 한국에 오면 이번 홍콩 취재진 수준의 기자들이 온다. 일본의 경우에도 10여명의 취재진이 방문한다. 호주 A리그의 경우 한국까지 취재진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홍콩 취재진의 대거 방문은 이례적이다. 현장에서 만난 ‘GIMME5 미디어서비스’의 빈스 카힘 기자는 “올시즌에 홍콩팀이 처음으로 ACL 본선에 참가했다. 기자들 역시 팬들과 같은 마음으로 이스턴SC가 어느 정도의 모습을 보여줄지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대규모 원정단이 꾸려진 이유를 설명했다.

홍콩 취재진이 모두 자비로 한국에 온 것은 아니다. 홍콩 정부 차원에서 축구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고, 홍콩 프로 구단 역시 홍보에 열성이다. 한국 원정 취재진에 대해 홍콩축구협회와 리그 연맹, 이스턴SC 등이 초청 형식의 지원을 했다. 실제로 이스턴SC는 수원 측에 취재진이 단체로 이동할 수 있는 차량 섭외를 요청하기도 했다. 홍콩 취재진은 버스를 대절해 한국 취재 일정을 함께 진행했다.

빈스 카힘 기자는 “홍콩 축구팬들도 그렇고, 홍콩의 스포츠 기자들 역시 홍콩 축구가 클럽 레벨에서 아시아 최고 수준의 대회에 참가하게 된 것에 대해 흥분하고 있다. 찬유엔팅 감독이 이야기한 것처럼 한국, 일본, 중국으로부터 높은 수준의 축구를 배우고 싶고, 남은 2경기에서 더 나은 결과를 낼 수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영향을 받았고, 중국의 영향도 받은 홍콩은 자국 내 축구 열기가 높다. 스페인 라리가와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의 인기가 절대적이지만, 최근 투자가 이뤄지며 수준이 높아진 자국 리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홍콩은 2009년 동아시아경기대회에서 축구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축구의 인기가 급증했고, 홍콩 정부 차원에서 축구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홍콩축구협회가 재원 마련에 성공했고, 투자를 바탕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홍콩은 최근 월드컵 아시아 예선, 아시안컵 예선 등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7 동아시안컵 예선에서 북한에 밀려 아쉽게 본선행을 이루지 못했다. 홍콩클럽 킷치는 ACL 플레이오프에서 울산현대에 승부차기로 패해 아쉽게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이스턴SC는 첫 본선 진출을 이뤘고, 홈에서 가와사키프론텔레와 1-1로 비겨 첫 승점도 얻었다. 이 결과에 홍콩 축구팬들은 고무된 상황이다.

홍콩에서 아시아 리그에 대한 관심은 이제 막 시작 단계다. 빈스 카힘 기자는 “아시아에선 일본 J리그에 대한 관심이 가장 많지만, 2002 한일월드컵 당시 같은 아시아 국가인 한국의 4강 진출에 함께 흥분했었다. 지금 홍콩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김판곤 감독이 한국 축구 특유의 피지컬적 강인함을 홍콩에 이식하고 있다. 올시즌 ACL에서 몇몇 한국팀과 경기를 하면서 K리그에 대한 관심도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수원전 이후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세계 최초로 남자 프로팀을 지휘하고 있는 여성 감독 찬유엔팅은 이미 국제적인 유명인사다. 스페인, 잉글랜드 등 축구 선진국에서 소개할 정도로 이색적인 활약이다. 

이날 수원에 0-5로 진 경기에 대해 홍콩 취재진의 공격적 질문이 이어졌는데, 찬 감독은 “조직적으로는 잘 대응했다. 후반전의 체력 저하가 문제였고, 전술적인 곤란은 없었다. 수원의 수준이 높았고, 특히 마무리 능력이 뛰어나 다섯 골을 내준 것”이라며 침착하게 답했다. 영어로도 유창하게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응했다. 

광저우헝다와 원정 경기에서 0-7 참패, 수원 원정에서 0-5로 완패를 당했지만 이스턴과 찬 감독에 대한 홍콩의 기대와 관심은 높다. 이런 관심과 기대, 지원을 바탕으로 홍콩 축구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빈스 카힘 기자는 “중국과 비교하면 아직 발전할 부분이 훨씬 많다. ACL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 이스턴의 ACL 홈 경기는 모두 매진이었고, 원정 경기 역시 생중계로 많은 팬들이 보고 있다. 이곳까지 응원 온 팬들도 있다”며 홍콩 축구가 차근차근 발전 중이라고 했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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