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파주] 한준 기자= “내가 주전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미드필더 백승호(20, FC바르셀로나B)는 14일 파주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U-20 대표팀과 명지대의 연습 경기를 마친 뒤 담담하고 냉정하게 말했다. 

지난 3월 열린 ‘2017 아디다스컵 U-20 국제축구대회’ 이후 어느 정도 베스트11의 윤곽이 드러났다. 신태용 감독 역시 바르셀로나에서 성장한 선수들에 대해선 강한 신임을 표하기도 했다. 명지대와 연습 경기는 40분씩 3쿼터로 총 120분 경기로 진행됐다. 이 경기 선발 명단에도 아디다스컵에서 중용된 선수들이 자리했다.

25명의 소집 명단 중 소속팀 일정으로 이승우 만 합류하지 못했다. 조영욱이 공격 선봉에 서고, 김정환과 백승호가 좌우 측면에 자리했다. 아디다스컵에서 스타로 떠오른 이진현이 이상헌 이승모와 미드필드진을 이뤘다. 송범근이 골문을 지키고 우찬양 이상민 김민호 윤종규가 포백 라인으로 나섰다. 정태욱이 부상으로 빠진 자리에 연세대 수비수 김민호가 투입됐다.

#치열한 내부 경쟁, 뜨거운 추격자들

아디다스컵에서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던 한찬희는 15일 인천유나이티드와 전남드래곤즈의 경기 참가를 위해 휴식을 취했다. 신태용 감독은 “K리그 팀들이 10일 먼저 소집할 수 있게 배려해줬다. 전남은 상황이 좋지 않고, 노상래 감독과 통화를 했다. 몸상태를 잘 만들어서 보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승모는 갈비뼈 부상으로 아디다스컵에 참가하지 못했다. 

경기는 U-20 대표팀이 주도했지만, 압도하지는 못했다. 신 감독은 “하루에 두 차례씩 체력 훈련을 병행하는 가운데 하고 있다. 결정력이 아쉬웠지만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U-20 대표팀은 2쿼터에 백승호의 결정적인 슈팅이 아슬아슬하게 크로스바를 넘겼고, 3쿼터에는 김진야와 신찬우의 슈팅이 골대를 때리고 나오는 등 아쉽게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신 감독은 "특별히 안좋았던 부분도, 좋았던 부분도 없다"고 했다. 1쿼터에는 여느 때처러 소통을 강조했고, 2쿼터에는 전방압박, 3쿼터에는 실수 줄이기를 집중 주문했다. 신 감독은 "아쉬움이야 늘 있지만 지금은 선수들이 체력 훈련으로 피곤한 상태"라고 여러번 설명했다.

2쿼터 시작과 함께 김진야와 김정민이 투입됐고, 2쿼터 도중에 하승운과 임민혁이 투입됐다. 3쿼터에는 강지훈 신찬후 이정문 김승우 이유현 안준수 등이 대거 투입됐다. 김정환은 1쿼터에 좌측면 공격수로 나섰다가 3쿼터에는 임민혁이 부상으로 빠지자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로 다시 들어갔다. 소집된 24명의 선수 중 부상으로 재활 중인 정태욱, 이준을 제외하고 가용 인원 21명이 모두 그라운드를 밟았다.

새로운 조합, 다양한 조합이 시험된 가운데 경기 긴장감은 높았다. 이진현은 명지대전에도 2선에서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고, 백승호 역시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여유있는 중원 플레이를 펼쳤다. 새로 투입된 이승모, 김정민 등과 호흡도 좋았다.

백승호는 변화된 중원 구성에 대해 “다들 볼을 잘 차는 선수들이다보니 호흡을 맞추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아직 주전이 누구라고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한찬희가 소속팀 문제로 자리를 비운 가운데 이상헌은 과감한 돌진, 이승모는 유연한 연계 플레이, 김정민은 안정적인 후방 조율로 자신들의 개성의 표출했다.

이날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수는 아디다스컵에 소집되지 못했던 김진야와 정태욱이 빠진 가운데 이상민의 센터백 파트너로 가장 오랜 시간 기회를 부여 받은 김민호였다. 김민호는 그동안 보기 어려운 터프한 스타일로 힘있는 수비를 펼치며 시선을 끌었다. 188센터미터의 장신에 당당한 체구를 갖춘 김민호는 신 감독의 주문대로 활발하게 콜 플레이를 펼쳤고, 적극적으로 몸싸움에 나서며 무실점 수비를 이끌었다.

김민호는 “아직 주전 비주전이 결정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본선이 열리기 전까지 누군가 다칠수도 있고, 상황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며 아디다스컵에 주전으로 나서지 못한 선수들 역시 강한 동기부여를 갖고 훈련 중이라고 했다. 

김민호는 “공을 잘차는 선수들이 많은 데, 나는 그런 타입은 아니다. 강하게 부수는 스타일”이라며 자신 만의 방식으로 어필하겠다고 했다. 신 감독도 “수비진에 김민호 뿐 아니라 김승우 이정문 정태욱 등 모두 똑같은 상황”이라는 말로 경쟁 체제가 열려있다고 했다. 

김민호는 올해 전북현대에서 데뷔한 수비수 김민재의 연세대 후배다. 함께 공을 차며 성장했다. U-20 대표팀에는 김민호 외에도 신찬우 이정문 등이 연세대 소속이다. 골키퍼 이준 공격수 하승운 등 연세대 선수들이 많다. 김민호 역시 “같은 학교 선수들이 많아 잘 지내고 있다”며 호흡을 맞추는 데 문제가 없다고 했다. 

3쿼터에 날카로운 슈팅으로 골대를 때린 김진야는 “앞에서 상대를 눌러!”라는 신 감독의 전방 압박 주문을 가장 잘 수행한 선수였다. 김진야는 좌측면과 우측면을 오가며 뛰었다. 신 감독은 “아디다스컵에 빠졌다 보니 아무래도 의욕이 남다르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명지대와 경기 도중 신 감독은 터치 라인 부근에서 선수들의 플레이가 잘 이뤄지지 않을 때면 강하게 지적하며 독려했는데, 김진야를 향해선 여러 차례 “좋아! 잘했어!”라고 칭찬했다. 김민호의 플레이에도 적잖이 칭찬이 이어졌다. 

#결과보다 내용, 체력과 감각 만들고 있는 신태용호

명지대를 이기지 못했지만 신 감독은 “지금은 체력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며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19일로 예정된 K리그챌린지 수원FC와 경기에도 “결과는 신경 쓰지 않는다. 한 수 위은 프로 형들과 경기에서 얼마나 버텨낼 수 있는지,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를 얼마나 할 수 있는지를 볼 것이다. 프로팀을 상대로 하지 못한다면 월드컵에서 만날 팀을 상대로도 할 수 없다”며 플레이 밀도 측면을 체크할 것이라고 했다. 

신 감독은 자신만의 기준을 잡고 훈련과 연습 경기를 진행 중이지만, 선수들은 연습 경기 결과에 대해서도 아쉬움과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백승호는 “체력 보다는 내 슈팅이 모자랐기 때문에 못 넣은 것”이라며 스스로에게도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특히 수원FC, 전북현대와 예정된 연습경기에 대해 “설렌다. K리그 팀과 경기에서 우리 실력을 보여준다면 구단 관계짜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고, 동료들에게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라며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했다. 

강도 높은 체력 훈련 속에 치른 연습경기였고, 비까지 내려 추웠다. 그런 와중에도 인터뷰에 임하는 백승호의 표정은 밝았다. 꾸준히 훈련하고 경기를 하면서 경기 체력을 회복하고 있다. “몸 상태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웃었다. 골은 없었지만 이날 경기에서 경기장 전체를 흔드는 공간 패스와 현란한 탈압박, 타이밍 빠른 침투 패스 등 순간 순간 자신의 기술을 자신있게 선보였다. 

치열한 경쟁과 컨디션 회복, 조직력 강화 등 시간이 갈수록 U-20 대표팀은 완성체로 향하고 있다. FIFA U-20 월드컵 본선 개막이 다가오는 가운데 신태용호는 조금씩 100%에 다가가고 있다. 이날 U-20 대표팀은 본선전 최종 평가전 상대로 우루과이(5월 11일), 세네갈(5월 14일)전을 확정했다. 아르헨티나, 기니를 대비한 경기다. 

사진=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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