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축잘알이 되기 위한 길은 멀고도 험하다. 월드컵은 물론 유럽 주요 리그와 K리그, 나아가 AFC챔피언스리그를 누비는 선수와 감독을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다. 불시에 관중석에 자리한 인물에 포커스가 맞춰질 때가 있다. 이럴 땐 ‘아재력’이 힘을 발휘한다. 2002 한일월드컵을 라이브로 보지 못한 밀레니엄 세대에겐 더더욱 어려운 미션이다. 축잘알이 되기 위해선 아재력까지 극복해야 한다. ‘풋볼리스트’가 주요 경기에 출몰하는 관중석 유명인사를 파악하기 위한 ‘축잘알 설명서’를 준비했다. 

유벤투스가 FC바르셀로나에 3-0 완승을 거두던 순간, 관중석에서 감독과 선수 만큼이나 환호하던 인물이 눈에 띄었다. 현역 시절 유벤투스를 UEFA챔피언스리그 결승으로 이끌었던 체코 미드필더 파벨 네드베트는 멋진 양복을 빼입고 안드레아 아넬리 유벤투스 회장 옆에 있었다. 네드베트는 단순히 팀 레전드 자격으로 온 인사가 아니다. 무려 유벤투스의 부회장이다. 은퇴 이후 유벤투스 구단 운영에 관여하며 새 인생을 살고 있다.

축구선수들이 은퇴하면 가장 익숙하게 택하는 길이 감독, 코치 등 지도자다. 선수 시절 특출난 활약을 하며 명성을 쌓은 선수들의 경우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이기도 하다. 지도자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과정에서도 높은 수준의 경기를 경험한 이력이 도움이 된다. 선수 시절의 명성을 통해 선수단의 존경심을 얻기도 쉽다. 하지만 지도자의 길이 모두의 적성에 맞는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 최고의 골잡이 중 한 명이었던 파트릭 클라위베르트는 프랑스 클럽 파리생제르맹의 기술이사로 일하고 있다. 그의 아들은 지금 네덜란드 클럽 아약스에서 선수로 데뷔했다. 축잘알들에겐 앞으로 클라위베르트 부자에 대한 스토리를 풀어야 하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클라위베르트는 곧 자신의 아들이 뛰는 경기를 보기기 위해 더 많은 경기장의 관중석에서 목격될 가능성이 크다.

선수 출신 인사가 아니더라도, 빅클럽의 구단 회장이나 주요 이사진의 면면은 파악해둬야 잘난 척에 도움이 된다. 스페인 라리가의 경우 양 클럽 구단주가 나란히 귀빈석에 앉아 경기를 관전하는 전통이 있어 더더욱 그렇다. 엘클라시코 경기를 보는 데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회장과 주제프 마리아 바르토메우 바르사 회장의 얼굴을 모른다면 축잘알로 인정받기 어렵다. 

페레스 회장은 건설업으로 흥한 재력가이며, 어린 시절부터 레알을 응원해온 ‘골수팬’이다. 바르토메우 회장은 전임 산드로 로젤 회장이 법적인 문제로 물러나며 부회장에서 회장이 된 이후 재선한 인물이라는 사실 정도는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두 팀은 스페인 라리가에서 소시오 제도를 운영하는 네 팀 중 두 팀으로, 소시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는 정보는 기본이다.

바이에른뮌헨의 경우 레전드 출신이 구단 회장단을 맡고 있다. 1970년대 바이에른뮌헨 황금기에 선수로 활약했던 울리 회네스와 당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카를하인츠 루메니게가 팀을 운영 중이다.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는 부호들의 리그다. 첼시의 현재를 만든 ‘올리가르히’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얼굴은 일반 축구팬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맨체스터시티의 구단주 만수르는 경기장에 자주 오는 편은 아니다. 간혹 등장할 때 얼굴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회장을 맡고 있는 칼둔 알무바라크와 차이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축잘알 레벨이 되기 위해선 토트넘홋스퍼의 영국인 구단주 다니엘 리비, 기성용이 소속된 스완지시티의 휴 젠킨스 회장 정도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다면 두 선수의 입단 과정 등에 대한 썰을 푸는 기점이 될 수 있다. 리버풀의 회장 톰 워너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다면 ‘야(구)잘알’까지 될 수 있다. 보스턴레드삭스 회장이기도 하며, 미국의 유명 TV프로듀서 출신 사업가다. 

‘세리에 잘알’이 되기 위해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떠난 AC밀란의 새로운 구단주인 중국인 사업가 리용홍의 얼굴도 알아둬야 할 것이다. 밀라노 더비는 중국인 구단주 대결로 펼쳐지게 됐다. 인테르는 인도네시아 재벌 에릭 토히르가 2013년 인수했지만, 최근 중국 최대 가전 유통 회사 쑤닝 그룹이 인수했다. 쑤닝그룹 회장은 장진둥이다. 최용수 감독이 지휘하고 있는 중국클럽 장쑤쑤닝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밀라노 더비엔 중국인 관계자들의 모습이 적잖이 화면에 잡힐 것이다. 

글=한준 기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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